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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메리의 라디오 살인 2 2007.06.01
  2.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2007.05.21
  3. 도서관 2007.05.15
  4. 괜찮다. 2007.05.05

마이앤트메리

마이앤트메리 공연을 다녀왔다. 요즘 하루종일 메리 노래들만 듣는다.
공연을 하면서 중간중간 맥주를 마시고, 담배를 피는 자유로운 메리이모들.
노래들은 손에 쥐고 있던 맥주와 담배를 내던져버리고 콩콩 뛰어올라야 될 것만 같은 느낌들.

아, 내가 지금까지 이 감미로운 밴드를 모르고 지내왔다니.
아, 내가 지금까지 이 멋진 남정네들을 모르고 지내왔다니.

후회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못 들은 것만큼 몰아서 무한정 반복해서 듣고 있다보면
어느 순간, 심장이 콩콩 뛰다 떨어져 나갈 것만 같다. ^ ^
이 봄, 행복한 이 느낌. 키핑해두고 싶다.



라디오

요즘은 라디오를 듣는다.
예전에는 티비를 켜놓고 자지 않으면 무섭고 잠이 오지 않을 정도였는데,
어느 순간, 티비소리가 소음으로 들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요즘은 집에 혼자 있을 때는 티비도 끄고 어떤 날은 라디오도 켜지 않고
집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만들어 내지 않고 창문 밖의 동네 골목길에서 나는 소리만 듣고 있다.

동생이 KBS 라디오를 좋아해서 우리집 라디오 주파수는 거의 89.1이다.
이번주를 마지막으로 KBS 라디오가 대대적인 개편에 들어간다.
DJ들이 대거 바뀌게 되고, 기존 DJ들이 이번주에는 게스트들과 모두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다.
월요일의 게스트에게는 그동안 고마웠어요,
화요일의 게스트에게는 다른 곳에서 좋은 모습으로 다시 만나요,
수요일의 게스트에게는 수고하셨어요.
이 인사들을 매일매일 하루에도 몇 번씩 듣고 있다보면 슬퍼진다.
유열도, 김구라도, 강수정도, 이금희도, 제일 좋아하는 방송이었던 김동률도.
모두들 이별을 슬퍼하지 말자면서 밝은 목소리로 쾌활하게 인사를 하는데, 왜 이리 슬플까.

특히 김동률이 안녕,이라고 말하고 이소은이 깔깔거리며 웃으면서 헤어져요,
하는데 눈물이 고여 버렸다.
익숙한 것.
늘 그 시간, 그 자리에 존재하던 것들이 통째로 사라져 버리는 것.
그리고 마지막이라는 단어.
마지막 방송.
마지막 멘트.
마지막 인사.

라디오 DJ들의 안녕,이라는 인사를 듣고 있다보면
늘 같은 시간, 방송국에 출근해서 라디오 부스에 앉았던 그 익숙한 두 시간동안을
개편 첫날, 그 시간에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혼자서 상상해보곤 한다.



살인의 해석

신문에서 광고를 보자마자 바로 주문했다.
살인을 해석하는 프로이트와 융.
책은 500페이지가 넘게 두꺼웠고,
알고 있지만 여전히 모르는 심리학 이론들이 책 구석구석 박혀 진도가 쉽게 나가지가 않았다.
책을 읽다가, 놓아두고, 다른 책을 읽다, 놓아두고를 반복한지 한 달만에 다 읽었다.
두꺼운 책을 다 읽고나면 왠지모를 허무함이 느껴진다.
앍는 중에는 끝내고 말았다는 뿌듯함을 얼른 느껴야지 생각하면서 책장을 바삐 넘기는데 말이다.
책의 내용이야 어찌됐든 당분간 이 책의 감촉을 잊어나가야 한다.
이 책을 한 손으로 잡았을 때 두께의 느낌들을.

아무튼 제드 러벤펠드, 이 작가 대단한 것 같다.
수십명의 실존 인물들과 실제의 사건들을 엮고 또 엮어 하나의 소설로 만들어내다니.
쉽지 않은 작업이였을 거라고, 내용이야 아쉬움이 많지만,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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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년에 한번씩은 꼭 꺼내서 보고 싶은 영화들이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영화와 책도 그리고 그 속의 주인공들도 나이를 먹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마음에 들었던 영화를 시간이 지난 후 여러번씩 보기 시작한 이후에 알게된 사실이지요. 제가 나이를 먹듯 영화와 책도 나이를 먹는다는 것, 그래서 처음 볼 때와 두번째 볼 때, 세번째 볼 때에 공감되는 주인공이 달라지고, 이해되는 그이들의 정서가 달라지고, 눈물이 쏟아지는 순간들이 달라지곤 합니다. 제게 그런 영화가 두 편 있는데요. <봄날은 간다>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입니다.

    오늘 저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다시 살포시 꺼내봤습니다. 조제를 처음 만났건, 유난히도 추웠던 작은 종로의 어느 극장에서였습니다. 저는 친구와 영화를 보러 갔는데, 어떤 한 여자분이 혼자 영화를 보러 오셨어요. 토요일 마지막 타임의 영화를요. 그리고 식사를 걸렸는지 햄버거를 영화 시작 전에 허겁지겁 먹고 있었어요. 쫄쫄거리며 콜라를 들이키고, 짭짤한 포테이토도 우걱우걱 씹어가면서요. 그리고 영화 시작했습니다. 제목도 마음에 들고, 배우들도 마음에 드는 이 영화는 무덤덤한'척' 사랑을 시작하고 담백한'척' 사랑을 끝내는 두 사람의 이야기였습니다. 주인공인 조제가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긴 했지만, 그 불편따위는 이 영화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사랑하고, 시간이 지났고, 단지 지루해진거죠. 우리들의 사랑이 그렇듯이요. 하지만 그 담백한'척'하는 이별이라는 게 너무나 담담해서 마지막에 남자 주인공, 츠네오가 그렇게 길거리에서 엉엉 울어주지 않았다면 저는 그 두 사람의 사랑의 존재라는 걸 믿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어요. 다행이였어요. 그가 그렇게 엉엉 울어줘서. 츠네오의 동생이 제사에 못 간다는 형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형 지친거야?" 라고 묻고, 이어지던 츠네오가 조제를 바라보던 눈빛은 잊을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제 옆에 앉았던 그 여자. 버거킹 햄버거 세트로 허겁지겁 배를 채우고 토요일 마지막타임 영화를 혼자 보러 왔던 옆자리의 그 여자가 영화가 끝나고도 자리에 남아 계속 눈물을 닦아내더라구요. 주루룩 계속 눈물이 흐르는지 자꾸만 휴지로 얼굴을 닦아내던 그 여자분을 뒤로 하고 영화관을 나섰던 왠지 무척이나 쓸쓸한 토요일 그날 밤으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1년 뒤, 광화문의 한 극장에서 재상영을 하였고, 그렇게 두번째 조제를 만났습니다. 역시 추운 겨울이였는데, 영화가 끝나고 광화문에서 종로까지 걸어오면서 저는 처음으로 영화의 끝장면처럼 조제가 이 도시 어딘가를 힘차게 휠체어를 끌고 달려가고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날, 조제에게 편지를 썼어요. 쑥스럽지만요.

조제, 안녕? 잘 지내니? 어떻게, 요즘도 휠체어는 몰고 다니니?
너를 만나고 나오는 길에 휠체어를 탄 남자를 만났어.
그 남자애는 커다란 치마입은 여자애를 옆자리에 떡하니 태우고
사람들 보란듯이 신나게 운전해대며 광화문에서 종로까지 질주하더라.
너는 어떠니? 여전히 물고기를 굽고 있지? 맛있는 계란말이와 함께.
그런데 이건 좀 이상하지 않니?
내가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너는 그렇게 물고기를 좋아했으면서
늘 죽은 물고기를 맛나게 굽고 그걸 밥에 얹어 먹어댔잖니.
어쩐지 논리에 맞지 않는 일이라 생각해.
뭐 니가 그게 뭐 어때서, 라고 볼멘소리로 말한다면
나도 할말은 없지만 말이야.
조제, 여긴 이제 겨울이야. 왠지 쓸쓸한 느낌이 들지만 난 겨울이 좋아.
어딘가 니가 나는 한번도 가 본적도 없는 오사카 한 귀퉁이에서
살아가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냥 니가 존재했음 좋겠다.
그렇다면 왠지 마음이 한순간 따뜻해질 거 같애.
조제... 츠네오는 가끔씩 니 생각 하나 보더라.
그때 니네 둘이 찍은 여행사진을 가끔 보나봐.
츠네오는 조제는 두번 다시 만날 수 없는 사람이래.
조제도 그래? 가끔 생각나?
그런 아이따위, 라며 볼이 퉁퉁 부운채로 말하겠지?
나는 그런 조제가 참 좋아. ^ ^
또 나중에 보러 올께.그때까지 잘 지내고 있어야 해.
겨울냄새와 조제는 닮았어.
-2005년 서울에서

    그 이후, 여전히 일년에 한번씩 저는 조제와 츠네오를 만났습니다. 영화 속에서 조제와 츠네오는 늘 그자리에 변함없이 나를 맞이해줘요. 올해 겨울은 우리 세 사람의 네번째 만남쯤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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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from 모퉁이다방 2007. 5. 15. 20:37

도서관에 가서 보고 싶은 책을 모두 찾았다.

방각본 살인사건.
로큰롤 보이즈.
뷰티풀 마인드.
1001개의 거짓말.
그리고 2007년 이상문학상 작품집.

아무도 앉지 않은 책상에 자리잡고 앉아
가져온 책을 모두 내 앞에 쌓았다.

조금씩 뒤적거리다가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읽었다.
내 친구가 한때 열광했던 전경린을 읽고,
요즘 내가 열광했던 김애란을 읽었다.
긴 시간을 들여 한줄한줄 씹어 삼키니
처음에는 조용한 도서관에 쩍쩍거리는 운동화 소리들이 신경에 거슬리고
점점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공허해서 자꾸만 텅 빈 소리가 나던 내 가슴이 출렁거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도서관이 답답해졌다.  
로큰롤 보이즈만 살짝 빼내어 대출을 하고 종합자료실을 나왔다.

도서관 밖으로 나와
50원짜리 동전 네 개를 집어 넣고 고급밀크커피를 한 잔 뽑아마셨다.

얼마전 한 사촌이 내게 말했다.
누나는 작가가 됐음 좋겠어.
왜?
그냥. 누나가 미니홈피에 쓴 글들이 좋아.
나는 고맙다고 말했다.
그리고 정말 내가 작가가 되었음 좋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오늘 커피를 마시면서 생각했다.
사촌언니의 돌잔치를 다녀오며, 또 다른 사촌이 내내 중얼거리던 말.
얼마나 좋아야 결혼이라는 걸 하는걸까?
나는 오늘,
얼마나 잘 써야 작가가 될 수 있는걸까?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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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

from 모퉁이다방 2007. 5. 5. 15:39



나는 괜찮다.
나는 괜찮은데,
다들 너는 안 괜찮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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