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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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미식가서재를쌓다 2013. 12. 31. 00:01
100자평을 살펴보다 깨달았다. 만화 의 주인공은 전혀 고독해보이지 않았다는 걸. 그러네. 그런데 드라마의 고로 상은 고독해보였나? 흠. 고로 상도 그닥 고독해보이지 않았구나. 그냥 혼자 먹는다는 것 뿐. '고독한'은 말 뿐인 고독함이구나. 혼자, 라는 의미일 뿐. 만화 는 드라마보다 건조하다. 건조하다, 는 표현이 맞나. 현실적이라고 해야 하나. 드라마는 어느 회나 해피엔딩이다. 늘 맛있고, 늘 만족스럽고, 늘 과식하고. 만화는 드라마와 다르게 좀더 실제 같다. 불친절한 서비스가 있기도 하고, 그것에 화를 내기도 한다. 맛이 그저 그런 음식도 등장하고, 주인공은 맛이 없으면 별로라고 한다. (물론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생각하는 거지만.) 오사카에서 도쿄사람이란 이유로 어울리지 못하고 단답형의 대답만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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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2013.12.24-25여행을가다 2013. 12. 27. 22:04
이천십삼년 군산의 크리스마스. 친구가 8시에 출발하는 버스표를 예매해뒀다. 강남터미널 출발이다. 7시 42분. 친구가 전화를 안 받는다. 맥도날드에서 기다리기로 한다. 혹시나 해서 버스 타는 곳에 앉아 있었다. 홍천, 순천, 부안, 고창, 전주. 전라도의 지명들을 마주하고 앉았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떠나고 싶어지는 곳이 많아지니 이제 알겠다. 저곳이 다 여행지라는 걸. 8시 35분. 드디어 친구가 전화를 받았다. 9시 40분 서울 출발. 군산 도착. 택시로 이동. 택시 아저씨에게 정보 얻음. 탁류길을 걷다. 초원사진관 -> 일본식 절 동국사. 절 뒤로 대나무 숲이 있었다. 조동종 참사문 비석도 있었다. 비석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 미안하다고 했다. 동국사는 생각했던 것보다 작은 규모의 절이었다. 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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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크리스마스여행을가다 2013. 12. 27. 20:36
크리스마스에 군산에 다녀왔다. 군산에 간 건 11월호 기사 때문이었다. 제목은 '60년 전의 낭만, 군산 빈티지 여행'. 최갑수 시인의 글이었다. 이 글을 어느 토요일 오전 동네 이마트 안의 스타벅스 안에서 읽었는데, 예전에 곡예사 언니가 빵 먹으러 친구랑 군산에 간다는 말이 생각나 언니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언니가 그랬다. 군산 좋았다고, 꼭 가보라고. 그래서 다녀왔다. 처음엔 빵 먹으러 군산에 간다는 언니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내려가서 줄을 서서 이성당의 야채빵과 단팥빵을 먹으니 빵 먹으러 군산 간다는 말이 이해가 됐다. 올라오는 날 팥빵 열 개를 더 사서 오늘 엄마에게 부쳤다. 엄마가 호두과자를 좋아하니 이성당 팥빵도 좋아할 것 같았다. 어디론가 가야 할 거 같아. 철길이 있고 예쁜 창문이 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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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네스서재를쌓다 2013. 12. 25. 01:04
매거진 B라고. 특정 브랜드를 월별 주제로 잡는 잡지다. 브랜드 광고도 아니고, 잡지에 광고도 없다. 동생이 커피 브랜드 주제인 잡지를 사길래, 나는 맥주 브랜드 주제를 샀다. 기네스. 이 잡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한 이유는 크기가 작고 얇은데 정가가 만삼천원인 이유도 있겠고, 내가 좋아하는 맥주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했고, 재밌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급기야 포스트잇을 덕지덕지 붙이기까지 했다. 언젠가 한 잔의 완벽한 기네스를 마시기 위해 아일랜드에 가고 싶어졌고, 그보다 먼저 이태원에 가서 피시앤칩스를 시켜놓고 기네스 생맥을 찐-하게 마시고 싶어졌다. 아래는 내가 포스트잇을 덕지덕지 붙인 문장들. - 기네스는 고유의 맥주 맛을 어디서나 유지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과학기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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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월 어느 토요일의 일기모퉁이다방 2013. 12. 21. 20:47
다이어트는 물 건너갔다. 그칠줄 모르는 식욕으로 매일매일 살이 찌는 것들을 먹고 있다. 각종 스트레스로 인해 튀긴 것이 땡기고, 단 것이 땡기고, 짠 것이 땡긴다. 몸이 힘드니 술은 그닥 땡기지 않았는데, 오늘 마트에 들러 각종 캔맥주를 사들고 집에 들어왔다. 어제, 생각했다. 이번 주 내내 힘들었으니 뭔가 내게 주는 근사한 선물을 생각하자. 여러 공연들이 생각났다. 지난해인가 지지난해인가 Y언니와 기대에 기대에 기대를 하고 간만에 다시 본 은 너무 실망스러웠지. 이번에 우리가 처음 본 조광화 연출에 라는 심플한 제목으로 다시 공연된다기에, 그것도 우리가 두 번이나 본 엄베르. 볼까 생각했는데, 공연장이 너무 멀고. 조승우의 는 어젯밤에 좌석까지 봤다. 정말 좋은 VIP 좌석이 있었다. 어제 예매를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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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월의 제주여행을가다 2013. 12. 17. 22:40
숙소를 좋은 데 잡았는데 함께 가겠냐는 말에 단번에 갈게요, 했다. 그렇게 가게 된 십이월의 제주. 이번에는 이동은 적게, 음식은 많이. 엄청 먹었다. 숙소에서 마신 녹차가 너무 맛나 오설록 갔을 때 찾았는데 없었다. 대신 저렴한 녹차 티백을 두 상자 사왔다. 출근하자 마자 텀블러에 따뜻한 물을 가득 담고 우려내 마신다. 다 마시면 또 따뜻한 물을 채워 마신다. 고구마 타르트도 한 상자 사왔다. 이건 매일 하나씩 아껴 먹기로 했다. 서귀포와 중문은 무척 따뜻했다. 택시 아저씨 말로는 서귀포는 왠만해선 영하로 내려가질 않는단다. 겨울에도 따뜻한데 바람이 많이 불 뿐이란다. Y씨는 여기 내려와서 살면 좋겠다고 말했다. 과장님은 사다리 타기에서 진 내게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넓은 침대를 양보해줬다. 먹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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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슈이치서재를쌓다 2013. 12. 9. 23:24
오늘도 엄청난 시간에 퇴근을 했다. 야근을 하고 있으면, 그것도 긴 야근을 하고 있으면 나 지금 뭐하는 거지, 생각이 든다. 이렇게 일하고 집에 가서 씻고 자고 다시 출근한다. 어떤 날은 칼퇴를 하지만, 어떤 날은 야근을 하고, 주말이면 피곤이 쌓이고.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나 생각이 든다. 그렇게 내내 사무실에 틀어 박혀 계절 가는 것도 제대로 못 보고, 첫 눈이 펑펑 오는 것도 못 봤다. 오늘 야근을 하면서 주말에 만난 한 남자 생각을 했다. 그 남자는 자신이 선택한 그 직업을 단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 일을 하는 게 즐겁다고 했다. 그 일을 하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68년 생.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말랐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친절했다. 이번엔 북유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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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극장에가다 2013. 12. 3. 22:00
마지막 회 마지막 장면이 참 따뜻해서 여러 번 돌려 봤다. 씨네큐브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를 미리 볼 수 있었다. . 오늘 지난 부산영화제 때 누군가 찍은 GV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봤다. 영화는 병원의 실수(일단 그렇다고 하자)로 아이가 뒤바뀐 두 가족의 이야기이다. 6년 뒤 두 가족은 그 사실을 알게 된다. 사진 속 아이가 한 아이인데, 벌써 저렇게 큰 아이다. 부모들은 각자의 아이를 무척 사랑하고, 단 한번도 내 자식이 아니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갑작스런 폭설처럼, 그렇게 찾아온 소식. 두 가족은 어찌해야 할 줄을 모른다. 바꿔야 하나. 하지만 쉽게 바꿀 수가 없다. 내 자식이라고 물고 빨고 키워온 세월이 육년. 바꾸지 말아야 하나. 사실을 안 이상 그럴 수도 없다. 일단 두 가족이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