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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요일 아침
    모퉁이다방 2012. 2. 5. 11:31
     



    나와 당신의 이야기

    유희경

    십 년 전 녹음했던 비틀스처럼 비가 내리려 한다 벽지의 꽃잎이 떨어질 것 같아 몸이 아픈 오전 아이들이 또 개 줄을 잘랐는지 개가 달려가는 소리 골목을 따라 달리는 구부러지는 개, 그 뒤를 쫓는 아이들의 환호성

    나란히 누워 서로를 훔치고 있는 당신과 나는 아이들이 개를 부르는 소리 근처에 살고 있다 개 이름과 내 이름의 사이 발톱을 세운 비가 내린다 돌아보지 않을 만큼

    차갑다,란 말 뒤에 내가 비쳤고 당신은 슬픔이 뱉어놓은 가래 한쪽은 보고 한쪽은 잊는다 오래전 떠나 돌아오지 않는 시력을 열어본다 눈동자 너머 소독약 냄새 나는 지난날이 쓰러져 있다 앞은 뒤를 그리워하고 뒤는 앞을 참는 기묘한 데자뷔 창밖, 발톱 소리 같은 당신의 등 그리고

    .
    .

    어제 극장에서 들었던 음악을 찾아 듣는다.
    같은해에 태어난 시인의 시집을 찾아 읽는다. 그의 첫 시집에는 '면목동'이라는 제목의 시가 있다.
    너를 만나기 전에 광화문에서 산 로또 번호를 맞춰본다. 열 여덟개의 숫자 중 두 개의 숫자만 맞았다.
    제이에게, 미안. 사실은 약속이 없었어.
    에이치에게, 당신을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었어요.
    비에게, 그 날은 정말 미안했어.
    디에게, 우리의 시작이 생각이 안 나.
    엠에게, 조금 취했던 거 같아.
    일요일 아침, 일어나 밀린 하이킥을 봤다.
    루시드폴의 '우리 아름다운 시간은'이라는 노래를 검색해서 다시 들었고,
    88회의 이야기는 너무 좋아서, 다시 한번 더 볼 거다.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편의점에 다녀왔다. 컵라면과 삼각김밥과 커피를 샀다.
    물을 올리고 기다리는 사이, 어제 극장에서 들었던 음악을 한번 더 듣는다.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 2악장, 이란다.
    어제 좋은 영화였고, 좋은 시간들이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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