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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층의 봄,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서재를쌓다 2009. 11. 19. 22:32



     
       좋아하는 카페가 생겼다. 무척 추웠던 토요일, 화요비랑 커피 마실 공간을 찾아 사가정을 헤맬때 우연히 발견한 공간이다. 그러고 두 번을 더 갔다. 처음에 가서는 진한 라떼를 마시고, 또 와인을 마셨다. 두 번째 갔을 때는 돈까스를 먹고 나쵸에 맥주를 마셨다. 세 번째 갔을 때는 볶음밥에 역시 진한 라떼를 마셨다. 음악도 좋고, 공간도 좋다. 커피맛도 좋다. 돈까스는 잘 모르겠다. (사실 좀...) 아직 시도해본 적은 없지만, 언젠가 혼자 가서 따뜻한 커피를 시켜놓고 창가자리에 앉아 책을 읽을 테다. 요즘에 시작한 뜨개질을 할 지도 몰라. 홍대의 카페처럼 멀지 않으니 주섬주섬 챙겨 일어나 적립카드에 소년, 혹은 소녀 도장을 찍고 10분만 걸으면 바집로 이다. 아, 행복한 공간. 좋아하는 곳 사진이니, 아주 커다랗게 올려야지. 햇빛을 받아 사진이 아주 잘 나왔다.





        결국 지난 주말에 구입했다. DVD가 탐났던 이탈리아 요리 이야기가 있는 책. 술술 잘 읽힌다. 지하철에서 몇 번을 키득거렸다. 한겨레 ESC에 연재했던 글들을 모은 거라 반복되는 이야기들도 있긴 하지만 괜찮다. 이탈리아 사람들과 이탈리아 레스토랑 주방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책을 쓰신 이 분, 기자일 하시다가 갑자기 요리에 흥미가 생겨 이탈리아로 요리수업 받으러 떠나신 분이란다. 대학때도 문예창작을 전공하셨다. 추천사를 쓴 김중혁 말로는 시니컬하고도 다정다감한 사람이란다. DVD를 보면 정말 그런 거 같애. 뿔테 안경 너머로 시종일관 무덤덤한 표정을 하고선 성큼성큼 손을 쭉쭉 뻗으면서 요리를 하신다. 제 3의 손이죠, 이러면서 이빨로 스타게티 봉지를 뜯고 한 두번만 저어주면 되요, 하면서 스파게티를 익힌다. 아주 무덤덤하고, 쉽게 하나의 요리를 금새 만들어내서 접시에 담는다. 뜨거운 스파게티 면 한 가닥을 펄펄 끓는 물에서 건져내서는 얼마나 익었는지 먹어보신다. 그리고 재료만 준비된다면 당신도 나도 금방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친절한 설명이다. 왠지 시니컬하고도 다정다감한 사람 맞는듯.

        DVD는 책에서처럼, 그가 배워온 시칠리아의 요리사 쥬제빼 바로네의 가르침대로, 신선한 재료를 준비하러 시장을 기웃거리는 것부터 시작한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나는 너의 재료로, 가장 전통적인 조리법으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먹는 요리를 만들어라'라고 했던 스승의 가르침. 언젠가 그가 요리하는 '누이누이'라는 레스토랑에 가 볼 수 있을까. 나 뭐 먹을지 벌써 정했잖아. 봉골레 스파게티, 아니면 알리오 올리오 뻬뻬론치노 스파게티. 지금 DVD를 계속해서 보고 있는데, 이 스파게티 만들때 침이 꼴깍 넘어갔다. 별다른 소스가 들어가지 않는 요리들이다. 봉골레 스파게티의 재료는 조개, 올리브유, 화이트 와인, 마늘, 소금, 스파게티, 파슬리. 알리오 올리오 뻬뻬론치노 스파게티의 재료는 더 간단하다. 마늘, 올리브유, 스파게티, 파슬리, 이탈리아 고추. 아, 맛나겠다. 꿀꺽. 글 잘 쓰고 요리하는 남자라니. 어쩐지 마음에 든다. 와인책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동안 나름 영화도 읽고, 책들도 읽었는데, 자주 기록하지 않는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겨울이 되어서 그런가. 그냥 빨리 자고 싶어진다. 아, 요즘 겨울맞이 뜨개질을 시작했다. 2009년 11월 전의 나는 목도리와 벙어리 장갑을 뜰 줄 아는 아이였다면, 2009년 11월 후의 나는 목도리에 벙어리 장갑, 그리고 방울 모자까지 뜰 줄 아는 아이가 되었다. 점점 뭔가 하나라도 더 할 줄 아는 아이가 된다는 건 기쁜 일이야. 카페에서 본 컵받침도 코바늘로 떠 볼 작정이다. 컵받침을 떠서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하나씩 선물하려고 했는데, 안 되겠다. 나중에 혹시나 카페 같은 걸 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 (과연) 그 날을 위해 아주 많이 떠 놓아야지. 물론 선물도 할 것이예요. 헤헤- 비어있는 다이어리도 채워야지. 친구에게 선물받은 공책도 채워나야가지. 기록하는 내가 되어야지.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내가 되어야지. 요즘 미투데이에 빠졌다. 매일매일 짧게 내 얘기도 할 수 있고, 남의 얘기도 많이 들을 수 있다. 또, 그에게 내 얘기도 자주 전할 수 있다. 좋다좋아. 겨울이고, 내가 좋아하는 계절이고, 걸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계절이고, 이어폰 사이로 음악이 아주 깊게 들리는 계절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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