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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지막날, 오키나와
    여행을가다 2017. 5. 17. 21:08


       여행 끝에 선생님은 놀라운 말을 했다.

       "덕분에 즐거운 여행을 했어요. 혼자 왔으면 보지 못했을 것을 봤어요."

       "선생님, 저도 즐겁게 놀다 가요. 선생님은 세상에서 제일 관대해요. 저를 용안사에 데려갔잖아요. 기쁨은 희귀한 것이니 기쁨을 주는 사람만큼 관대한 사람은 없어요. 기쁨을 느꼈으니 잘 논 것 아닌가요?"

    - p.103 정혜윤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 <그곳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中











       오키나와에서의 마지막 날, 비가 왔다. 비가 많이 왔다. 우리는 펼쳐놓았던 짐을 챙기고, 시큰한 냄새가 고요하게 나던 숙소를 나왔다. 빗길을 걷고 횡단보도를 두어 개 쯤 건너 인적이 드문 커다란 길가의 정류장에 섰다. 시내의 백화점에 가기로 했다. 막내가 첫날 사고 싶어했는데 고민하다 사지 못했던 것들을 사고 공항으로 가기로 했다. 버스가 왔고, 각자의 캐리어를 들고 떨어져 앉았다. 버스가 출발하고 내 앞에 앉아있던 할아버지가 몸을 돌려 내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어디서 왔습니까? 오키나와 어땠습니까? 수영은 했습니까? 한국에서 오키나와까지 얼마입니까? 등등. 짧디 짧은 일본어라 대체로 답을 못하고 있었는데, 할아버지는 계속해서 질문을 했다. 그러던 사이 시내에 들어왔고, 내릴 때쯤 할아버지와 우리가 같은 정류장에서 내린다는 걸 알았다. 내릴 때 잔돈을 받을 수 없다는 걸 모르고 돈을 넣어버렸는데, 괜찮다고 했지만 거스름돈을 어떻게든 만들어 주려는 버스기사님 때문에 할아버지랑은 마지막 인사를 나누지 못했다. 동생은 남은 돈으로 원하던 것을 샀다. 마지막 날에도 우리는 다투고 화해했다. 오키나와에서 우리는 수십번 다퉜다 수십번 화해했는데, 이 여행 뒤로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가지게 됐다. 우리는 여행스타일이 다른 사람이었던 것이다. 막내가 가지고 싶어했던 물건 중에 미키마우스 그릇이 있었는데, 집에서 각자 먹을 수 있게 세 개를 샀다. 셋이 다같이 먹는 날은 거의 없었고, 내가 색깔별로 돌아가며 아주 잘 쓰고 있다.











     
        결론은, 잘 다녀왔다는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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