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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레이드 - 아슬아슬한 우리들의 젊은 날서재를쌓다 2007. 8. 19. 02:15
안 읽으신 분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습니다. :) 퍼레이드 요시다 슈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은행나무 대학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하숙을 했다. 내 첫번째 하숙방은 학교에서 최대한 가까운 반지하 하숙방이었는데, 미처 하숙방을 구하지 못한 내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었다. 얼굴은 알고 있었지만 그이상 서로에 대해 아무 것도 알지 못했던 내 친구의 친구에게 걸려온 전화였는데, 우리가 같은 학교에 같은 학부에 합격했다는 걸 친구에게 전해 들었다는 것이다. 너무 활발해서, 그리고 너무 얌전해서 서로를 나쁘다고만 생각했던 우리가 친구가 되던 순간이었다. 친구의 하숙집에 방이 마침 하나 남아 그 곳으로 내가 들어갔다. 내 룸메이트는 약대를 다니는 4학년의 언니였다. 나는 생전 처음 다른 사람과 방을 함께 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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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가기전에 - 방황은 이제 끝내자, 스물아홉극장에가다 2007. 8. 18. 18:13
잠 못 들던 여름밤, 케이블 채널을 돌리다가 가 하길래 보기 시작했다. 예전에 극장에서 개봉할 때 보고 싶었는데 놓친 영화. 꽤 시작한 후였지만 잠도 안 오고 해서 그냥 봤다. 그 밤, 나는 이 영화가 너무나 근사했다. 29살이라는 숫자가 가지는 오묘한 기운. 29살이 다가오면 아직은 29살, 이십대지만 마치 서른이 된 것처럼 행동하지 않나? 서른이 된다는 두려움도 크고. 뭐 서른이라고 특별히 달라질 건 없지만. 19살 때도 그랬나, 생각해봤다. 그때는 스무살이 된다는 설레임이 더 컸었던 것 같다. 확실히 29살은 오묘한 나이다. 아무튼 29살의 소연이 등장하고, 그는 서른이 훨씬 넘은 이혼남 민환을 사랑한다. 둘은 연애를 한번 했다가 헤어졌는데 그녀는 그를 잊기 위해 매우 힘든 시간들을 보냈고, 다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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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온천 - 차가운 몸을 녹이는 순간서재를쌓다 2007. 8. 16. 16:18
첫사랑 온천 요시다 슈이치 지음, 민경욱 옮김/Media2.0 일본 노천 온천에 대한 환상이 있다. 코 끝에 닿는 바람이 지독하게 차가운 겨울 날, 산이 있고 나무들이 보이는 노천 온천으로 들어가 차가운 몸을 따뜻한 물에 녹이는 순간. 아, 이 순간 정말 행복하다, 라고 느끼는 순간 하늘에서 새하얀 눈이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는 거다. 아니면 초저녁, 밤하늘의 별이 하나 둘씩 반짝이기 시작해도 좋을 거 같다. 생각만해도 행복해지는 그 기분. 이 보고 싶었던 이유는 순전히 이 일본 노천 온천에 대한 환상때문이었다. 물론 요시다 슈이치라는 이름 때문이기도 했고. 아직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은 밖에 읽지 못했는데, 그의 사소하고 스쳐가는 듯한, 고요하고 가끔은 서글픈, 덤덤한 공기의 이야기들이 좋다. 어제 거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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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앤더시티 - 캐리의 남자들티비를보다 2007. 8. 15. 21:12
요즘 온스타일에서 섹스앤시티 더 무비라고. 각 캐릭터별로 편집해서 방송해주더라. 미란다편만 빼고 다 봤는데, 그녀들을 거쳐간 남자들이 쫘악 정리가 되더라. 어제 캐리편을 봤다. 캐리를 거쳐간 남자들 가운데 캐리의 마음을 크게 흔들어놓고 아프게 한 네 남자들에 대한 구절구절. 빅, 에이든, 버거, 알렉산더. 사실 캐리의 남자는 빅에서 시작해서 빅에서 끝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캐리의 마음 속에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었다. 근사한 남자였지. 외모도 훌륭하고, 부자였고, 매너도 좋았지. 헤어진 후에 26살 나타샤와 결혼을 하면서 캐리의 마음을 찢어놓았었지만, 빅의 마음 속에도 캐리는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었다. 갑자기 짠,하고 나타나 다른 남자와 행복한 순간을 보내고 있던 캐리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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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디악 - 평범한 그 사람극장에가다 2007. 8. 14. 02:11
스포일러 있습니다. 이 영화 보고 싶어서 혼났었는데, 시사회에 당첨이 됐다. 미국판 살인의 추억이라고 광고하고 있는 . 기대만큼은 아니였지만 괜찮았다. 영화보고 기사들 찾아보니깐 데이빗 핀처 감독 스타일이 변했는데 괜찮더라는 내용들이 많더라. 확실히 내가 본 그의 전작 과 와는 다르다. 전작들이 뛰어가는 느낌이라면, 은 걸어가는 느낌이다. 가는 길이 멀고 끝은 보이지 않지만 누군가는 끊임없이 걸어가는 그런 길의 느낌이다. 대체적이고 차분하다. 물론 연쇄살인이라는 사건 자체가 차분할 수는 없는 종류이긴 하지만. 실제 미국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영화화했는데, 의 모티브가 된 사건이기도 하다고 한다. 자신을 조디악이라고 밝히며 살인을 저지른 후 신문사와 경찰에 자세한 범행에 대해서 편지를 보낸다. 자신은 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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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해봐요, 유리의 성극장에가다 2007. 8. 14. 00:38
오늘 을 보는데, 스무살 때 이 영화를 좋아라하면서 대사까지 외워대던 우리들이 생각나서. 그 시절 우리들은 이런 영화들을 좋아했지. 너무나 감성적이고 지나치게 말랑말랑한 사랑이야기들. 오늘 다시 이 영화를 보는데 이제는 영화의 대사들 보다 그 때 이 영화를 설레여하면서 보았던 우리들이 생각나서 좋았어. 여명이 부른 Try To Remember는 여전히 달콤하구나.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찾아오기 시작하는, 9월의 가을밤 들으면 눈물날 것만 같은 노래. 꼭 누군가를 생각해야만 될 것 같은, 오늘밤 비 소리와 정말 잘 어울리는 그런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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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데기 - 이런 세상이라서 미안해서재를쌓다 2007. 8. 12. 20:54
바리데기 황석영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우두커니 앉아 있는데 갑자기 목이 말라왔다. 냉장고로 가서 물통을 꺼내 커다란 물컵에 가득 따라서 벌컥벌컥 마셨다. 일요일 저녁의 집 안이 너무 조용한 것만 같아 라디오를 켰다. 그리고는 어젯밤에 널어놓은 빨래를 하나씩 개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열어놓은 창문 너머로 보니 밖이 주홍빛이다. 아니, 정확한 색을 대지 못하는 오묘한 빛이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하늘빛이 그렇다. 그러다 갑자기 1분동안 세차게 비가 내린다. 황석영 선생님을 한번 뵌 적이 있다. 학교에서 강연회가 있었는데 그때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세세하게 기억 나진 않지만, 나는 그가 참 크다는 느낌을 받았다. 키도 컸고, 체격도 컸다. 목소리도 컸고, 웃음도 컸고, 그가 하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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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밤, 끄적대다2모퉁이다방 2007. 8. 11. 03:35
이제 토요일 새벽이구나. 갑자기 왜 이렇게 글을 써 대는 것인지. ^ ^ ; 방금 백은하님의 홈페이지에 들어갔는데 백은하님의 집을 찍은 사진들이 있었는데 그 공간이 눈에 익었다. 어디서 본듯한 공간들이다. 삼청동의 한옥 기와들이 내려다 보이는 예쁜 창문. 기억났다. 맞는지 모르겠지만, 배우 김호정씨가 살던 곳. 연극 갈매기가 먼저였나, 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이 먼저였나? 어쨌든 두 작품 중 한 작품을 먼저 보고 김호정씨가 좋아졌다. 우아하고 지적이고 나긋나긋해 보이는 그녀의 분위기. 미니홈피를 알게됐는데, 지금은 닫혔지만 그 때는 사진들이 꽤 많았다. 촬영하거나 연극 연습하는 사진, 뒷풀이하면서 사람들이랑 찍은 사진. 특히 창문에서 내려다보는 눈이 소복하게 쌓인 삼청동 사진이나 창문에서 올려다보는 하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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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밤, 끄적대다모퉁이다방 2007. 8. 11. 02:47
01. 홍진경 부친상 라디오를 꾸준히 듣고 있다. 거의 케이비에스 쿨 에프엠을 듣는다. 황정민 아나운서 출산휴가때문에 요즘 진행하고 있는 박지윤 아나운서에 9시에 이현우, 11시엔 박수홍, 그리고 12시가 되면 홍진경. 오늘 못 들었는데, 포탈 검색어에 '홍진경 부친상'이라고 뜨더라. 기사보니깐 오늘 홍진경씨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고. CMKM는 못 읽었는데, 그 책이 출판되고 난 즈음이었을 거다. 홍진경씨 미니홈피를 알게 됐는데, 거기 있는 글들에 반해버렸다. 조그만 사진들 밑에 자신의 일상이나 생각에 대한 글들을 써놓았는데 사실 홍진경씨가 글을 이렇게 맛깔나게 쓴다는 것에 놀랐다. 그녀의 글에는, 그래, 그녀 자신의 말처럼 음율이 있다. 그리고 문장들을 하나하나 따라 읽다보면 이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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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피델리티 - 귀가 즐거운 소설서재를쌓다 2007. 8. 10. 14:22
하이 피델리티 닉 혼비 지음, 오득주 옮김/Media2.0 나는 그 아이랑 헤어진 후 어떻게 할 지를 몰랐다. 그래서 술을 마셨고, 매일 울어댔고, 내 생활은 엉망이 되어버렸다. 그때 내가 한 일이라고는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같은 하숙집에 있었던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며 내 넋두리를 하는 거였다. 그럴리야 없어. 니가 더 잘 알잖아. 얼마나 나한테 잘해줬던 아이였는데. 한순간 이렇게 모질게 변해버릴 순 없는거다. 친구는 그때마다 고개를 끄덕여줬고 술잔을 내밀어줬다. 그렇게 한 잔, 두 잔 마시다 보면 항상 비가 왔다. 그 여름, 내가 흘린 눈물만큼 많은 비가 왔다. 가끔 그 아이한테 전화를 했다. 그 아이는 받지 않거나, 받게 되면 화를 냈고, 나는 그런 그 아이가 너무 믿어지지 않아서 전화기에 대고 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