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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덜너덜해진 사람에게 - 모두들 잘 살고 있습니까?서재를쌓다 2007. 7. 30. 00:13
너덜너덜해진 사람에게 릴리 프랭키 지음, 양윤옥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 릴리 프랭키의 를 읽으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나이가 든 후에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건 어느 정도의 눈물샘을 자극하겠다는 작정인거다. 더군다나 작가 자신의 자전적인 소설이였고. 그래서 이번 릴리 프랭키의 새 책이 출간되었다고 했을 때 망설였다. 실제로는 이전에 집필했던 단편들이고 에서 너무 눈물을 빼버려서 이번 책에서 왠지 실망할 것만 같았다. 책을 읽고 난 후, 반반이였던 것 같다. 괜찮았다에 반, 역시 에서 너무 많이 기대했었구나 반. 는 6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번째 '대마농가의 신부'에서는 도쿄의 여자 다에코가 대마를 생산하는 어느 농촌의 대부호 기이치로와 선을 보는 이야기다.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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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속 5센티미터 - 감수성의 과잉극장에가다 2007. 7. 28. 03:49
너무나 감성적인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메이션들. 를 처음 봤을 때를 잊지 못한다. 영화는 고작 몇 분이였는데 여운이 오래갔다. 신카이 마코토이기때문에 볼 수밖에 없는 . 역시 감수성의 과잉이다. 이 사람은 지금껏 어떤 사랑을 해 왔을까? 너를 사랑하는 속도, 초속 5센티미터. 1화와 3화에 등장하는 다카키와 아카리. 사실 처음엔 중학교 1학년이 이런 감정들을 가지는 게 가능한거야, 라며 이입이 잘 되지 않았지만 내 초등학교 시절과 중학교 시절을 돌이켜보건데 그럴수도 있겠다 싶었다. 실사같은 배경들 속에서 만화같이 초롱초롱 빛나는 눈동자를 가진 다카키와 아카리. 초등학교 단짝이였던 두 사람이 전학때문에 헤어지게 되고, 중학교 1학년 때 긴 눈발을 어렵게 뚫은 전철을 타고 단 한번 재회를 한 뒤 성인이 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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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찬의 서툰 고백티비를보다 2007. 7. 26. 22:45
요새 내 주위엔 온통 커피프린스 보는 사람들. 다들 고 말랑말랑한 순정드라마에 빠져버렸다. 메리메리가 가고난 빈자리를 깔끔하게 채워주었음. 그리고 자주 놀러가는 백은하 기자님의 홈피에서 너무나 감성적인 글을 발견했다. 은찬이 한성에게 고백하는 씬에서 떠오른 예전 대학 신입생 시절의 서툰 고백에 관한 것인데, 나는 이 글이 좋아서 하루에도 몇번씩 가서 읽고 있다. 이 글 속에 그려진 그 가을의 풍경과 두근거림과 눈물이 머릿속에 또렷하게 펼쳐진다. 신입생때는 다들 서툰 고백에 설레여하고 마음 아파하는 법. 내 친구의 비오는 날 삐삐 음성 고백 뒤에 기숙사 방 구석에서 원샷으로 들이켰던 소주 한 병의 추억따위가 너무나 귀엽고 풋풋해서 절대 잊혀지지 않는, 다들 하나씩은 간직하고 있는 결국에는 실패로 끝나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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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목요일 저녁.모퉁이다방 2007. 7. 26. 21:38
01. 드디어 도서관에 위화의 '형제'가 들어왔다. 새 책 신청한 덕분에 도서관에서 제일 처음 이 책을 읽게 됐다.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이 새 책일 때, 아직 한번도 자국이 남지 않은 책에 첫 표지를 꾹꾹 눌러 접을 때의 느낌 최고다. 내가 좋아하는 위화님이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로 웃기고 울려주실지 궁금하다. 얼른 읽어야지. :) 02.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극장에서 다시 봤다. 역시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한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집에서 몇 번을 봤을 때도 눈물이 나오지 않았는데, 극장에 앉아 똑같은 장면들을 다시 보고 있는데 어느 순간 마음이 아파왔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였다. 내게도 떠나야 할 때 너무나 즐거워서 떠날 수가 없는 학창시절이 있었으면, 미래에서 달려온 치야키를 평생 기다릴 사랑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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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2 - 휴일 아침 아빠의 토스트서재를쌓다 2007. 7. 25. 00:40
식객 2 허영만 지음/김영사 어릴 때 아빠는 우리 세자매를 위해서 가끔 토스트를 구워 주셨다. 일요일 아침, 겨우 눈을 비비고 잠에서 깨어나면 집 안에 울리는 마가린냄새. 아빠의 토스트는 별 게 없다. 마가린 가득 빵에 발라서 구워내고, 계란 하나를 깨뜨려 지글지글 후라이를 만들고, 빵 사이에 계란을 넣고 정확하게 4등분으로 나눈다. 접시 한 쪽에 마가린을 조금 퍼 담으면 끝. 요 간단하고 기름기 넘치는 토스트를 우리는 정말 좋아라했다. 그때도 그러했고 지금도 그런 것이 똑같은 요리법으로 우리가 만들어내면 그 때 그 맛이 안 난다. 아무리 마가린을 퍼 부어도 그 맛이 나오지 않는다. 잠옷바람으로 마가린 냄새에 취해 아빠의 정성에 취해 먹어댔던 느끼한 토스트 한 조각. 누구에게나 잊을 수 없는 음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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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은,모퉁이다방 2007. 7. 24. 02:40
어떤 날은 중랑천가에서 맥주를 마십니다. 홀짝홀짝 술을 넘기고 있으면 주위는 어두워지고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집니다. 밤하늘의 별과 같아요. 그러면 나는 이곳에 지금 이순간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행복해집니다. 어떤 날은 환한 편의점 파라솔에서 맥주를 마십니다. 요즘 새로 나온 맥주가 꽤 깔끔하고 부드러워요. 지나가는 사람들 속에 비스듬히 앉아서 맥주를 목에 넘기면 이 세상에서 나만 굉장히 행복한 사람인듯한 착각이 듭니다. 그러면 또 마구마구 행복해집니다. 어떤 날은 헤어질것만 같은 연인들 가운데 있습니다. 정말로 헤어져버리는거 아닐까 걱정스러워요. 그러다 가만히 가운데 앉아 예전의 나를 생각합니다. 매일매일 싸워댔던 나를, 그런 나를 지겨워했던 너를. 나를 이내 서글퍼집니다. 우린 서로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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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의 명화_사랑도 통역이 되나요극장에가다 2007. 7. 22. 03:57
주말의 명화에 대한 단상.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토요일이었다. 코아아트홀이었고, 좌석은 첫줄 아니면 거의 앞쪽이었다. 아마 포스터가 마음에 들어서 본 영화였을 거다. 친구와 나란히 앉아 크레딧이 올라가는 걸 다 보곤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는 너무 좋다고 동시에 말했었다. 종로에서 간단히 밥을 먹고, 영화 속처럼 여러명이 어울렸던 술자리로 옮겼었다. 너무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이라 조금 어색했고 조금 낯설었고 조금 불편했던 기억. 비가 내렸던 날이였던 것 같기도 하고, 영화를 보고 나니 비가 그쳐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2004년 어느 겨울날의 기억. 나는 이 영화의 스칼렛 요한슨이 좋다. 무료함이 드러나는 얼굴, 커다란 창가에 앉아 도쿄를 내려다보는 외로운 포즈, 군중 속에 드러나던 쓸쓸한 뒷모습.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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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홈즈 전집1, 주홍색 연구 - 셜록홈즈를 읽다서재를쌓다 2007. 7. 20. 15:19
셜록 홈즈 전집 1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시드니 파젯 그림/황금가지 셜록 홈즈를 좋아하는 아이가 있었다. 황금가지에서 셜록 홈즈 전집이 나왔을 때, 좋아라하며 전집을 금새 읽어내던 아이. 그렇게 재밌냐고 물어보면 고개를 끄덕였었던 아이. 아무튼 셜록 홈즈를 읽는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려는데 약속때문에 시간이 얼마 없었다. 가장 가까운 책장에 눈에 띄었던 책이 셜록 홈즈라 그냥 대출해서 나왔는데, 책을 읽다보니 내게도 셜록 홈즈에 관한 추억이 하나 있더라. 셜록 홈즈는 워낙 유명해서 책을 읽지 않아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한 둘씩은 꼭 있어서 읽지 않아도 마치 읽은 것같은 느낌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1권을 후다닥 끝내고 서평들을 찾아보니 이제 이어질 이야기들이 훨씬 더 흥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