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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젯밤 카레, 내일의 빵
    서재를쌓다 2014. 6. 5. 23:53

     

        이 책에 대한 어떤 바램이 있어서 출간되었다는 걸 안 순간 깜짝 놀랐다. 이렇게 일찍 번역본을 읽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은행나무에 기자라 이즈미의 팬이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소설은 그동안 봐 왔던 기자라 이즈미의 드라마와 비슷했다. 조금은 밋밋하고, 뭔가 여운이 돌고, 어느 순간 마음이 찡해지기도 하다가, 어느 정도의 행복감으로 충만해지는 것. 이 연작소설집에는 죽음이 늘 존재한다. 여자가 있다. 여자는 꽤 괜찮은 남자를 만난다. 남자에게는 은행나무가 있는 집이 있다. 여자는 남자와 결혼을 하고, 남자아이를 낳는다. 그리고 여자는 죽는다. 남자와 남자아이는 은행나무가 있는 집에서 살아간다. 남자아이는 남자어른이 되고, 한 여자를 만난다. 둘은 결혼을 한다. 그러다 한 명의 남자아이도, 한 명의 여자아이도 낳지 못한 채 남자는 병에 걸려 죽는다. 그 은행나무가 있는 집에 여자와 남자의 아버지가 남았다. 또 다시 한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함께 살아간다. 그런데 그 삶이 생각보다 평화롭다. 그러던 중 여자에게 사랑하는 남자가 생긴다. 여자는 은행나무가 있는 이 집의 소소하고 오래된 평화로운 삶이 좋다. 그 남자를 좋아하지만, 이 집을 떠나고 싶지 않다. 이 소설집은 이를테면, 이런 이야기이다. 은행나무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이야기. 은행나무가 꽃을 피우고, 잎을 돋우며, 열매를 맺고, 가지를 드러내며 다음 봄을 준비하는, 그런 이야기. 좋았던 장면은 여자를 사랑하게 된 남자가 이제는 없는 여자의 남편의 아버지와 함께 사는 집에서 밥을 먹으면서 쓸쓸함을 느끼는 장면. 아침을 함께 먹는데, 여자와 시아버지의 밥그릇은 같은 것이고, 남자의 밥그릇은 모양이 다르다. 남자는 그 밥그릇에서 쓸쓸함을 느낀다. 딱 기자라 이즈미스러운 쓸쓸함. 4분기에 드라마가 방영된다는데, 기대하고 있다. 캐스팅이 제일 궁금한데, 상관없을 것 같다. 기자라 이즈미의 드라마는 뭐든 좋았으니까. 아, 그리고 보니 노부타를 프로듀스를 아직 다 못 봤네;;

     

     

        아침 메뉴가 좌탁에 차려졌을 때 이와이의 그릇만 손님용인지 달랐고, 이와이는 그게 당연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조금 쓸쓸했다. 데쓰코가 아무 말 없이 병에 든 김조림과 버터나이프를 건네자, 시부도 아무 말 없이 받아들고 버터를 미리 발라둔 토스트 위에 김조림을 치덕치덕 바르기 시작했다. 데쓰코는 데쓰코대로 TV를 보면서 빵 위에 성게알젓을 바르고 있다. 꼭 중년부부의 아침식사 풍경 같네,라고 이와이는 빵을 베어 먹으며 생각했다.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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