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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상의 그대 You Will Meet A Tall Dark Stranger
    극장에가다 2011. 2. 1. 19:06
     


        월요일 휴가였다. 실컷 늦잠을 자려고 했는데, 일어나던 버릇이 있어서 아침에 잠이 깼다. 눈을 감았다, 떴다, 티비를 봤다, 다시 잠이 들었다를 반복하다가 케이블에서 해 주는 조라이트 감독의 <오만과 편견>을 봤다. 나는 이 영화가 참 좋다. 이 영화에서 키이라 나이틀리는 얼마나 예쁘며, 매튜 맥퍼딘은 백퍼센트 다알시다. 두 사람이 각자 자신의 마음을 깨닫게 되면서 보이는 표정들은 내 마음을 얼마나 설레이게 하는지. 서로를 훔쳐보는 눈빛, 특히 다알시의 간절한 눈빛, 어깨까지 들썩거리는 미세한 두근거림, 그리고 아침 해가 막 떠오르는 벌판 위에서의 고백. 그 장면도 좋다. 다알시 집에 방문하게 된 엘리자베스. 다알시가 데려다 준다고 하자, 걷는 게 더 좋다며 거절하는 장면. 그러자 다알시가 안다고, 당신이 걷는 걸 더 좋아하는 거 안다고 대답하며 보내는 눈빛. 엘리자베스가 긴장된 표정으로 걸어가는 길의 풍경. 

        따듯해진다고 했는데, 월요일은 여전히 추웠다. 광화문은 특히 더. 비를 닮은 눈까지 조금 내렸다. 오후에는 친구와 만나 영화를 봤다. 우디 알렌의 새 영화 <환상의 그대>. 한글 제목이 좀 그렇긴 한데. 우디 알렌의 새 영화는 언제부턴가 꼭 챙겨보게 된다. 수다쟁이 우디 할아버지의 팬이 되어버린 거다. 이번 영화도 역시 좋았다. 첫 나레이션부터 마음에 들었다. 우디 앨런은 셰익스피어를 인용한다. "인생은 헛소리와 분노로 가득 차 있고 결국 아무 의미도 없다." 이 영화의 중심은 단연 헬레나. 나오미 왓츠의 엄마로 등장하는 캐릭터. 그녀는 이혼을 하고 우울증에 빠져있는 차에 한 점쟁이를 만나게 된다. 나오미 왓츠의 말대로, 그 점쟁이는 엄마에게 듣기 좋은 말만 해주며, 마음의 평화를 선물한다. 이 점쟁이는 엄마에게 여러 예언을 들려주는데,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이 예언들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다. 그리고 영화 속의 여러 인생들은 셰익스피어의 말대로, 헛소리와 분노로 가득 차 있고 결국 아무 의미도 없다. 셰익스피어가 옳다. 그리고 우디 알렌도 옳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나니 이 영화, 굉장히 우울할 거 같지만, 밝고 경쾌하고 재밌다. 우리네 인생이 그렇다는 것 뿐. 내겐, 오늘 날씨만큼 따듯한 영화였다. 
     
       봄이 오기 전에, 얼른 귤 사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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