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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험가가 되고 싶다고? - 꿈은 이뤄질 수 있어요. 바로 지금 시작한다면!
    서재를쌓다 2009. 7. 10. 01:31


    탐험가가 되고 싶다고?
    주디스 세인트 조지 지음, 김연수 옮김, 데이비드 스몰 그림/문학동네어린이


        지난 가을, 내가 속삭이듯 이야기했던 걸 기억해준 사람이 있었다. 가을이 지나, 겨울이 지나고, 봄, 여름이 왔을 때에도 그 사람은 나의 그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그 분에게 이 책을 선물받았다. 이건 자랑이라지. 감사해요- 동화책은 아주 오랜만이라, 세로 300mm에 가로 233mm의 이 책을 받자마자 1분동안 꼬옥 끌어 안았다. 얇지만, 커다랗고 단단한 책의 충만한 기운이 마구마구 느껴졌다. 탐험가가 되고 싶다고? 이 책을 내가 지금까지 두 번 읽어봤는데, 이건 꿈에 관한 이야기다.

        이 책은 말한다. 탐험가가 되고 싶다고? 탐험가가 된다는 건 말이야. '아무도 가 보지 못한 바다를 건너서 미지의 대륙을 발견하는 일'이야. 탐험가란 말이야. '눈보라를 뚫고 높은 산을 오르는 일'이야. 그러니까, 내 말 듣고 있지? 탐험가란 말이야. '한치 앞이 안 보이는 캄캄한 동굴 속에서 빠져나오는 일'이야. 어젯밤에, 그러니까 오늘 새벽에 잠이 오지 않아서 이 책을 다시 뒤적거렸다. 그리고 책장을 덮고, 불을 끄고, 모시 이불을 끌어안으며, 이건 꿈에 관한 이야기구나, 생각했다.

        꿈에 관한 이야기다. 이 책에 의하면, 탐험가란 말이다. 꿈을 꾸는 사람이다. 꿈을 만들어, 그 꿈을 쫓는 사람이고, 꿈을 실현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 꿈에 도달하지 못한, 실패한 사람도 탐험가다. 이 책은 확실히 그 사실을 알려준다. 이 얇지만 커다랗고 단단한 그림책에 의하면, '어니스트 섀클턴 경'은 세 번이나 남극점에 도달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그는 대신 함께한 탐험대 스물일곱 전원을 구했고, 남극점에 도달하리라는 꿈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영웅이 되었다. '아멜리아 에어하트'도 있다. 그녀는 여성 비행사로서 처음으로 세계 일주 비행에 나섰다가 태평양에서 실종되었다. 그녀는 세계 일주라는 꿈에는 실패했지만, 또 다른 영웅이 되었다. 어니스트 섀클턴 경, 아멜리아 에어하트, 그들은 꿈을 꾸었고, 꿈을 만들었고, 꿈을 쫓았지만, 그 꿈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들의 이름 또한 탐험가다.

        사실 어제 잠이 안 와서 이 그림책을 다시 뒤적거린 건, 25페이지의 이야기를 다시 읽고 싶어서였다. 어젯밤은 무슨일인지 자꾸 이 이야기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25페이지에는 탐험하다가 생겨난 스포츠들의 이야기가 있다. 1760년, 무서운 용이 살고 있다고 믿었던, 유럽에서 제일 높고 험한 몽블랑 산에 오를 사람을 모집한 오라스 드 소쉬르 때문에, '암벽 등반'이 시작되었다는 사실. 1869년, 된여울, 바위옹두라지, 물너울이 이어지는 수천 킬로미터의 그랜드 캐니언을 탐험한 존 웨슬리 파월 소령 덕분에, 래프팅이라는 스포츠가 생겨났다는 사실이 25페이지에 새겨져 있다. 

       나는 불을 끄고 누워서 생각했다. 양을 세는 대신 생각했다. 1700년대에, 1800년대에 목숨을 걸고 시작한 위험천만한 일이, 2000년대에는 위험하긴 하지만 그만큼 흥미로운, 재미있는, 짜릿한 놀이거리가 되어 있었다. 목숨 걸고 할 만큼 재밌는 일, 목숨을 잃는다해도 아깝지 않은 그런 일, 꿈을 찾는 일, 꿈을 쫓는 일, 그 꿈에 도달하는 일, 혹은 그 꿈에 도달하지 못하는 일, 잠이 오지 않는 나는 그런 생각들을 이어나갔다. 내게 그런 일이 있는가. 그런 일을 목숨 걸 정도로 열심히 하고 있는가. 할 수 있겠는가. 내게 목숨 걸고 몽블랑 산을 오를 용기가 있는가. 내게 목숨 걸고 그랜드 캐니언을 탐험할 배짱이 있는가. 얇지만 커다랗고 단단하고, 탐험가들의 이름과 업적과 그림으로 꽉 차 있는 이 그림책은 이렇게 끝난다. '꿈은 이뤄질 수 있어요. 바로 지금 시작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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