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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 그 허리 끊어지는 말
    서재를쌓다 2009. 2. 17. 01:04
       천원짜리 김밥 세 줄을 사들고 들어왔다. 김밥을 기다리던 동생은 자고 있다. 전화통에 대고 엉엉 울었던 동생도 자고 있다. 오늘 오후, 그래, 아주 추운 오후였다. <시인세계> 봄호 (봄의 계간지들은 진작에 나왔다) 에서 '사랑, 그 허리 끊어지는 말'이란 시구를 봤다. 권여선이 추천한, 소개한, 혹은 비판했을지도 모를 (권여선의 글은 읽지 못했다) 시의 첫 구절이었다. 이 시를 추천한, 소개한, 혹은 비판했을지도 모를 권여선의 글의 제목이기도 했다. '사랑, 그 허리 끊어지는 말' 뚝. 그 평온한 오후에 마음에서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일을 멈추고 메모장을 열어 이 시를 옮겨 적었다.


    프롤로그
    김정환


        친구집에서 나는 좀 울었다. 친구집에서 걸어나와 마을버스를 타고 나는 또 울었다. 그리고 집으로 오는 지하철에서 조금 더 울었다. 나는 원래 눈물이 많은 인간이다. 어쩔 수 없다. 슬프면 눈물부터 나게 태어날 때부터 설계되어있는 그런 인간이다. 이런 이별도 있다. 이게 이별으로 이어질지, 다시 만남으로 이어질지 모르지만. 이런 이별도 있다는 걸 오늘 난 깨달았다. 나는 온갖 종류의 이별을 다 떠올려봤다. 지난 이별, 현재의 이별, 다가올 이별들, 마음의 이별, 몸의 이별. 아, 이별이 들어가는 온갖 행위는 모두 슬프다. 다시는 보지 못한다는 말이니까. 문자를 보내려는데, 그 문자가 상대방에게 가지 않고 내게로 되돌아왔다. 부메랑처럼. 그것도 슬프다. 사랑, 그 허리 끊어지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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