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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마지막 마이앤트메리 공연
    음악을듣다 2007. 12. 30. 02:16


    2007.12.29(sat) REAL LIVE song list

    intro + 공항가는길
    내게 머물러
    그걸로도 충분해
    monologue
    반지를 빼면서
    ordinary world
    148km
    인생의 챕터
    파도타기
    (GUEST)
    라오스에서 온 편지 (with 루시드폴)
    그대손으로(with 루시드폴)
    무지개 (루시드폴)
    오, 사랑 (루시드폴)

    너는 내맘속에
    4:20
    기억의 기억
    sweet
    랑겔한스
    with
    럭키데이
    골든글러브 + 데드볼
    (encore)
    특별한사람
    rock n' roll star



       공연이 끝나고 간단히 맥주 한 잔을 하고 나오니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야말로 윤건의 '홍대 앞에 눈이 내리면'이예요. 홍대 앞에 눈이 내리면, 어떠냐구요? 좋아 죽는 거예요. 특히 오늘같이 끝내주는 공연을 보고 나온 날이면 더더욱. 바람때문에 눈이 거세게 휘날리는데 마치 오늘 하루 정말 특별했지, 오늘을 더 특별하게 기억하렴, 2007년 그리 나쁘지 않았어, 라고 속삭여주는 듯 아름다웠어요. 오늘도 어김없이 엄지 손가락 두 개 번쩍 치켜듭니다. 당신들, 최고예요. 정말.

       홍대 앞에서 집에 가는 버스를 타서는 제일 뒷 자리에 앉았어요. 버스 안에 사람들이 가득했는데 운 좋게 자리가 있었어요. 당장 플레이어를 꺼내서 메리 이모들 음악을 재생시켰어요. 창 밖으로 눈이 사뿐사뿐 내리고, 버스 안은 사람들로 꽉 차고, 나는 제일 뒷자리에서 이 모든 걸 지켜보면서 음악을 듣는데, 나만 행복한 것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나만 당신들을 알고, 나만 당신들의 음악을 듣고, 나만 오늘의 공연을 갔다 온 것처럼. 이 버스 안에서 내가 제일 행복한 듯한 느낌.

       생각해보니 올해 초에 처음 공연을 보러 가서 홀짝 반해서 씨디를 사고, MP3 플레이어에 음악들을 옮겨뒀으니 거의 1년 내내 메리 음악들은 제 플레이어에 있었던 거예요. 하루에 한 번 이상은 꼭 재생이 되었구요. 거의 1년 내내 당신들의 음악을 들어온 거예요. 공연도 오늘까지 4번을 다녀왔고. 공연 갔다오면 한 달 정도는 매일 메리 음악만 지겨운 줄도 모르고 들었으니. 올해 제가 제일 많이 들은 음악은 당신들 음악인 거예요. 가사도 모조리 다 외워버렸죠. 그래서 토마스의 가사들은 모두 시라는 것도 알아버렸고. 그 가사들이 내게 위안이 된다는 것도. 특히 요즘은 그 가사요. '날 기억한다면 나를 믿어줘. 실망했다면 날 잊어도 좋아'  

       변함없는 노래들이 시작되고, 끝나고, 또 시작되고 끝나고. 입담 좋은 토마스는 또 우리들을 웃겨주시고, 메리진은 듀란듀란의 노래를 부르고, 메리준은 심장박동 소리같은 드럼을 쿵쿵쿵 울려주시고. 들을 때마다 설레이는 노래들이 시작되고, 끝나고, 또 시작되고 끝나고. 토마스는 2007년을 보내기가 싫다고, 꼭 술자리에서 나만 끝내기 싫어서 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모두 술을 돌리고 있는 것 같다고 하고, 메리진 매번 공연이 끝나갈 때면 우리는 속으로 울고 있다고 하고, 메리준은 새앨범 작업에 들어갔는데 정말 끝내줄거라고 하고. 올해 내가 들었던 어떤 노래보다 최고인 마지막 노래들이 시작되고, 우리는 두 손 높이 들고 콩콩 뛰면서 고함을 지르면서 노래를 따라부르면서 열광하고, 무대 위의 당신들은 그런 우리를 보고 벅차하고. 마지막 앵콜까지 끝나면 우리는 아쉬워하고, 토마스는 여전히 번호는 가르쳐주지도 않은 채 전화하라고 손짓만 하고.  

       아, 그리고 게스트로 나온 루시드 폴. 토마스가 북유럽에서 오신, 이라고 그를 소개했을 때 우리는 콩콩 뛰었고, 그를 환호했고, 그들은 함께 '라오스에서 온 편지'를 불렀고, 함께 '그대 손으로'를 부르며 손을 번쩍 올렸고, 혼자서 '무지개'를 불렀고, 혼자서 '오, 사랑'을 불렀어요. 원래는 한 곡만 하려고 했었다면서, 결국 4곡을 불렀어요. 그의 어색한 동작들과 수줍은 미소와 소년같은 목소리는 실제로 마주하니 어찌나 좋았던지요. 요즘 폴 음악을 매일 듣고 있다고 소리쳐주고 싶었어요.
     
       처음 가본 스탠딩 공연이였는데요. 다리 아픈 지도 모르고 2시간 반 동안 서 있었으면서 가끔 콩콩 뛰어주기까지 했는데, 나중에 공연장을 나오는데 진짜 다리가 후들거렸어요. 무릎도 시리고. 그래도 정말 좋았어요. 앞 사람에 가려서 가끔 무대가 보이지 않았지만, 음악에 몸을 맡기고 보면 오른쪽 왼쪽 출렁이면서 당신들이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것도 좋았구요. 사람들이 콩콩 뛰면 바닥에 진동이 느껴질 정도로 출렁거리는 것도 좋았어요. 우리가 모두 함께 당신들을 즐기고 있다는 증거였거든요. 지금까지 공연 중에서 최고였어요. '특별한 사람'을 부를 때 '행복해' 라고 노래하는 토마스에게 나두요, 나두요, 나도 지금 '행복해'요 라고 따라서 노래했구요. 확실히 당신의 표정은 내 말을 들은 것 같았어요. 무대 위의 당신은 정말 행복해보였거든요.

        빨리 새 앨범 가져다주세요. 빨리 새 공연 데려다주세요. 왜 여기에 와야하는지, 왜 당신들을 좋아할 수 밖에 없는지 확실하게 느꼈던 공연이였어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정말 최고, 최고예요. 보이죠? 엄지 손가락 두 개 쫙 핀 거.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오늘. 눈 봤죠? 오늘의 피날레를 장식한. 오늘은 똑같은 멤버에 똑같은 소주와 삼겹살이더라도 외롭지 않겠죠? 온 힘을 다해 열광한 우리가 있었으니깐. 지금 행복하죠? 나도 지금 행복하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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