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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r. 후아유 - 완벽한 추도사를 위한 고군분투
    극장에가다 2007. 12. 27. 17:24

       콩가루 집안 이야기는 거의 대부분 유쾌하고 따뜻한 것 같아요. <좋지 아니한가>도 그랬고, <미스 리틀 선샤인>도 그랬었고, <녹차의 맛>도 그랬고, 얼마 전에 본 <다즐링 주식회사>도 그랬어요. 그리고 이 영화 <미스터 후아유>까지요. 장례식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전혀 슬프거나 무거운 영화가 아니예요. 장례식을 이유로 모여든 각기 다른 가족 구성원들이 웃지 못할 사건들로 인해 서로 얽히면서 사소하지만 진정한 마음을 생각하게 되는 영화예요. 그렇다고 너무 가벼운 영화도 아니구요. 한참을 웃고 즐기다보면 아, 그래 역시 가족이 있었지, 라는 소소한 따뜻함을 느끼지는 영화예요. 다른 콩가루 집안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이 그랬듯이요.

       꽤 많은 인물들이 등장을 해요. 형만큼 유명한 소설을 쓰고 싶어하는 소심한 다니엘 (어디서 봤나 했더니 <오만과 편견>의 다알시였군요), 비행기는 1등급으로 꼭 타야하는 지 몸 제대로 아껴주시고 여자 꼬실라고 눈 돌아가는 이 집의 철부지 장남 로버트, 약 한 알에 뽕 가버려서 나체로 지붕 위로 올라가는 사이먼 (변호사였다는), 그리고 그를 사랑하는 여자 마샤, 몹쓸 약통을 가지고 와서 장례식을 순식간에 코미디로 만들어 버리는 트로이 (<러브 액츄얼리>의 그 여자킬러예요. 크-), 죽도록 땀 흘리면서 힘든 일 다 하지만 생색은 늘 다른 사람 몫이 되어버리는 허무한 하워드, 지독하게 여린 엄마 산드라와 똥, 오줌 못 가리는 알피 삼촌, 얼굴 보는 순간 많은 사람들에게 거북스런 웃음을 전해주는 저스틴에 아버지의 비밀스런 피터까지. 이 모든 인물들은 장례식에서 딱 한 가지 씩에만 집중해요. 장례식이라면 마땅히 돌아가신 분을 위한 추도에 집중해야 하는 자리이거늘 이 많은 인물들은 전혀 그렇지가 않죠. 각각 백프로 몰입하며 신경써야 할 급박한 사건들 때문에 추도는 신경쓸 틈이 없어요. 그렇게 영화는 창피하고 민망한 사건들을 하나하나 드러내면서 웃음을 쫓아갑니다.


       결국에는 이 영화는 완벽한 추도사를 읊기 위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영화의 중심에 있는 소심하고 재능 많은 형을 질투하는 다니엘이요. 그러니까 이 집의 둘째 아들 다니엘이 쓴 추도사요. '아버지는 특별한 사람이였습니다'로 시작하는 따분하고 별 볼 일 없고, 감흥따위는 찾아볼 수도 없는 이 추도사를 완벽하게 만들기 위한 사건들이였던 거예요. 관이 들썩이고, 죽었던 사람이 되살아나고, 초록나라를 외치며 나체바람으로 돌아다니고, 끊임없이 진땀을 흘리며 돌아다녀야 했던 그 장례식의 중심에 있었던 이 사람, 아버지를 생각하자고 그 분은 정말 특별한 분이셨다고 감동적이고 멋진 추도사를 남기죠. 아마 멋진 소설가를 꿈꾸는 좀 더 많은 웃지 못할 경험을 쌓는다면 언젠가 그가 뛰어날 소설가가 될 거라고 확신해요.

        누구도 잊지 못할 장례식이였죠. 엄숙해야 할 장례식장에서 온 난리법석이냐고 반색할 수도 있겠지만, 장례식은 돌아가신 분을 생각하고 그리워하고 떠나보내는 자리잖아요. 조금 시끄럽긴 했지만 알지 못했던 아버지를 알게 됐고, 질투하고 멀리했던 아버지의 피가 흐르는 형제와 가족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으니 된거죠. 이제 1년에 한번씩은 다들 모여 아버지 이야기를 할테고, 그 기가 막혔던 장례식을 이야기하며 웃을테고, 아버지는 참 좋으신 분이셨다고 그리워할 테니 말이예요.

       엔딩 음악이 참 좋아요. 영화처럼 경쾌하고 따뜻하기도 하구요. 한번 들어보세요. 그러니까 우리 모두 오늘을 사랑하고 즐기자는 말인거죠. :)
       
        Love Our Time Today / 야밋 마모 < < 클릭하면 들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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