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문학동네

   온전한 김연수를 읽은 것이 이번이 처음입니다. 단편 한 두 편을 읽었고, 동생이 도서관에서 빌려온 청춘의 문장들은 동생이 읽지 않을 때 틈틈이 훔쳐봤는데 다 읽기도 전에 반납되었구요. 그러니까 온전한 김연수 작가님의 장편을 읽은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김연수 작가님의 책은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는데, 쉽지는 않은 것이 확실한 것 같습니다. 그저 한 문장, 한 문장을 읽어내려가기만 하면 되는 글은 아니였어요. 한 문장을 읽고 조금 쉬고, 한 문단을 끝내고 머릿속의 생각들을 정리하게 되는 시간들이 많았어요. 우선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뭔가 저를 포근하게 보듬어주는 제목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첫 장의 메리 올리버의 기러기라는 시도 좋았어요. 직접 번역하셨다는데 왠지 시어 하나하나에 작가님의 체취가 묻어있는 듯 했죠. 절망을 말해보렴, 너의. 그럼 나의 절망을 말할테니. 그리고 소설의 처음을 읽어내려갈 때 너무나 좋았습니다. 이 감성, 이 구절, 정말 좋구나, 라고 생각하며 지하철 안에서 혼자 비밀스럽게 행복해하기도 했습니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은 별들의 외로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고 생각해요. 우리 한 사람의 인간은 이를테면 하나의 별이예요. 반짝반짝 빛내며 나의 절망을, 나의 외로움을 표시하는 거죠. 그럼 그걸 본 또 다른 별은 그 빛을 온전히 받고선 이제 자신의 절망과 외로움을 이야기하는 거예요. 때로는 외로움의 빛은 넓고 깊은 우주 속에서 다른 별에게 도착하지 못한 채 사그라들기도 하고 무언가에 반사되어서 다시 자신에게로 되돌아오기도 하는 거예요. 그래서 나의 외로움을 마주하게 될 때 별은 깊고 어두운 우주 속에서 서럽게 엉엉 울거나 다시 더 크게 자신의 외로움을 반짝거리는 수밖에 없어요. 언젠가 내 절망이 너에게 도착하기를. 나의 외로움이 누군가에게 전해지기를.

   소설 속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져 있습니다. 설레임, 사랑, 광주의 피, 투쟁과 무력함, 그 속의 치열함, 비틀비틀 1991년을 걷고 있는 불완전한 청춘들. 작가님 스스로 말한 라운지 소설처럼 끝도 없이 이야기가 시작되고 끝나고 또 시작되다보면 마지막에 끊임없이 빛을 반짝거리는 외로운, 절망의 별들이 모여있는 우주의 세계로 도달하게 되요. 그 넓고 깊은 우주를 한 눈에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 세상이 얼마나 외로운지, 또한 얼마나 반짝반짝 빛나는지 알 수 있어요. 결국 우리들은 외로움으로 연결되어 있구요. 그래서 별들은 빛나는 거구요. 이런 생각들을 라운지 생각처럼 끊임없이 하게 되었던 소설이였어요. 한번 더 읽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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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 김연수

    Tracked from Ripley Effect, 2008/03/01 22:22  delete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 김연수 지음/문학동네제목이 너무나 멋지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이라니, 정말 기가막히게 잘 지은 제목인것 같다. 더불어 표지에 끼워져 있는 사진도 너무나 멋져서 홀딱 반했다. 소설이라서 진도가 쉽게쉽게 나갈꺼라는 생각을 하며 접근했는데 쉽지 않았다. 쉽사리 상상조차 가지 않는 입체 누드사진부터 시작해서 나는 정민과 연애를 하더니 독일에도 갔다가 수용시절 이야기도 나오고 강시우면서 또 이길용인 사람의 이야기까...

  2. Subject: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Tracked from * bd's chungchoon.. 2008/03/01 23:29  delete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 김연수 지음/문학동네 삶을 여러 겹으로 되어있다. 그 겹이 쌓여가고, 바래고, 잃어버리고, 때론 다른 사람의 겹과 내 겹이 겹치고, 그렇게 그 겹친 면을 통해 새로운 겹이 나와 서로의 겹을 지탱하기도 한다. 서로를 지탱하던 겹도 시간이 지나 흔들릴 수 있고, 물에 젖은 휴지처럼 겹이었던 사실을 잃어버리게 할수도 있다. 물에 젖은 휴지가 다시 휴지가 되는 건 생활에서 불가능하지만, 우리 삶을 구성하는 겹은 충분히 그 형...

  1. 미미씨 2007/12/02 00:2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앗, 지금 읽고 있는 책입니다. 사랑에는 아무 목적이 없으니...라고 시작되는 부분 읽다가 잠시 딴짓중.

  2. 7번국도 2007/12/02 16:4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정말 좋아하는 작가예요~ 그의 첫장편 <7번 국도> 강추합니다. "짜장면."으로 끝나는 소설이죠 ^^ 그리고, <굿빠이 이상>.. 갠적으로 그의 작가적 역량에 질투심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소설이고,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는 단편집이지만 눈물 펑펑 쏟으며 읽었던 기억이... 또 <스무살>이나 <사랑이라니, 선영아>도.. <청춘의 문장>은 해설이 더 아름답..ㅋ 아마 김연수의 매력에 빠지셨다면 그의 전작을 찾아 보시게 될 거에요... 반갑습니다~~

    •  address  modify / delete 2007/12/03 02:26 GoldSoul

      정말 작가님을 좋아하시나봐요. 헤헤-
      그럼 저는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부터 시작할래요. 그 다음에 <7번 국도>를 읽구요. <스무살>, <사랑이라니, 선영아>를 읽고 <굿빠이 이상>, <청춘의 문장들>까지 갈께요. 댓글 감사합니다. :)

  3. 2007/12/04 11:0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 입니다

  4. 444 2007/12/07 18:3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가 첫 소실인데..그거 빼고는 다 읽어봤어요..^^
    소설들이 거의 초판인쇄본 밖에 없네요 ㅋㅋㅋ 정말 광팬입니다

    •  address  modify / delete 2007/12/08 02:39 GoldSoul

      와. 거의가 초판. 정말 팬이시군요. 저도 요새 좋아하는 작가님들의 소설 초판 구입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어요. 왠지 정말 따끈따근한 책을 읽는다는 느낌이 좋아요. 초판에 작가님 싸인까지 받아놓으면 볼때마다 뿌듯해요. :)

  5. echo 2007/12/15 15:5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이것도 무척 끌리는군요^^

  6. 비디 2008/02/22 00:0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우리 한 사람은 별이죠^-^ 반짝반짝~
    서로의 인력을 주고 받는 그리고 반짝반짝거리는~ 헤헤,
    리뷰 잘 읽었어요~

    •  address  modify / delete 2008/02/22 09:17 GoldSoul

      어제 이적의 라디오를 듣는데요. 온통 정원대보름 달 이야기였거든요. 신청곡에 보아의 넘버원이 들어온 거예요. 달, 이라면 바로 이 노래, 그러면서요. 이적씨도 이 노래에 달이 나오나요,라면서 의아해하고 저도 그랬었나,하면서 들었는데 노래 자체가 바로 달에게 부르는 노래였더라구요. 갑자기 그 노래가 너무 좋아져버렸어요. 굉장히 시적인 가사더라구요. 별, 하니 갑자기 그 생각이 났어요. :)

  7. comodo 2008/02/29 11:4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요새 읽고있는 책입니다.
    정말 만만한 소설은 아니더군요
    쉽게 진도가 나가진 않고 있지만 그래도 거의 다 읽어가는 중입니다~
    다 읽으면 트랙백 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