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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히어로 - 청국장을 좋아하는 기무라 타쿠야
    극장에가다 2007. 11. 3. 13:04


        이런 남자가 있어요. 홈쇼핑을 빠져서 홈쇼핑 상품들은 이것저것 재지 않고 무조건 사고 보는 남자. 축구 가이드북이 스페인어로 되어 있다고 대신 스페인어 따라잡기 CD를 넣어준 홈쇼핑에 항의 한번 하지 않고 묵묵하게 스페인어 강의를 시종일관 듣고 다니는 남자. 직업은 검사. 하지만 틀에 박힌 건 싫어해요. 낡은 청바지에 편안한 후드티, 갈색 잠바를 입고 출근하는 남자. 무엇보다 발로 뛰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남자. 책상 앞에서 머리 굴려 가며 퍼즐을 끼워맞추기보다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발로 뛰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남자. 안 그런 척하지만 매일 사건으로 상처입은 사람에게 들러 마음을 쓰다듬어 주는 남자. 네잎 클로버의 행운을 믿는 남자. 수박으로 돌돔을 잡을 수 있다고 믿는 남자 (그런데 정말 잡을 수 있나요?) 청국장을 꼭 한번 먹어보고 싶은 남자. 정의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는 남자. 그리고 무엇보다 기무라 타쿠야의 외모를 지닌 남자. 바로 이 사람. 쿠리우 검사예요.
     
       드라마는 안 보고 영화를 봤는데요. 꼭 잘 빠진 일본 드라마 한 편을 큰 스크린 위에서 보는 듯한 기분이었어요. 대놓고 상영이 꽤 지난 뒤에 보여지는 타이틀씬이 예의 일본 드라마의 타이틀씬과 똑같구요. 그리고 영화를 보면 드라마의 연장선상에 있는 인물도 등장하는 것 같아요. 교도소 병원에 계신 분은 자세한 사연이 나오지 않는데 아마도 드라마에서 이야기가 전개되었던 것 같더라구요. 영화 자체가 드라마로부터 6년 후라는 설정이 나오고. 드라마를 안 보고 봐도 그렇게 큰 지장은 없는데, 보고나니까 드라마로 복습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어요. 드라마로 이끄는 영화랄까. 드라마로 예습하고 보면 왠지 더 재밌을 것 같아요. 


       영화는 뭐랄까. 좀 촌스러워요. 음악도 그렇고 이야기 전개도 그렇고. 사실 지금 영화에서 정의를 외치는 발로 뛰는 검사라니 진부한 감이 있잖아요. 단순한 상해치사사건인 줄 알았는데 거대한 국회의원과 연관이 되어 있는 사건이고 이를 위해서 거물급 변호사가 나선다, 라는 줄거리를 언뜻 들어도 결국에는 검사가 진실을 밝혀내고 정의는 승리한다, 라는 스토리로 끝날 거라는 건 누구라도 알  수 있구요. 그런데 이 영화가 재밌고 유쾌했고 흡입력이 있었던 건 아무래도 캐릭터때문인 것 같아요. 일본 드라마 속에서 볼 수 있는 예의 상큼발랄하고 톡톡 스피드있게 치고 받는 대사빨들, 조연 한 사람 한 사람에게도 살아 숨쉬는듯한 각각의 캐릭터들이 <히어로>에서도 고스란히 들어나요. 홈쇼핑에 미친 자유분방한 쿠리우, 그를 사랑하는 한국말로 '김치를 너무너무 사랑해요'를 너무나 사랑스럽게 발음하는 아마미야, 딸에게 사랑받고 싶은 시바야마, 불륜의 도도한 공주병 나카무라, 그런 그녀를 짝사랑하는 댄스 파트너 스에츠구, 시바야마의 이혼 재판에 유일하게 즐긴 야시마 등. 이 코믹하고도 사랑스러운 캐릭터 때문에 영화는 충분히 좋았어요.

       확실히 <히어로>는 한국에서도 팬이 많은 기무라 타쿠야의 한국을 향한 구애로 보아도 좋을 것 같아요. 영화의 배경으로 부산이 등장하고 (부산에 지중해 빰치는 동네가 있는지 영화를 보면서 처음 알았어요.) 마츠 타카코랑 끊임없이 귀여운 발음으로 한국말을 해요. 우리는 기무치를 너므너므 조아해요. 이 차 본 저 이서요? 그 여자 노치지 마요.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어요. 막강 인기 기무라 타쿠야와 <4월 이야기> 마츠 타카코 귀여운 한국어 연기만으로도 이 영화 볼 만하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저는 쿠리우 검사의 팬이 되어버렸어요. 이제 드라마 <히어로> 복습 들어갑니다.

       그런데 정말 기무라 다쿠야는 청국장을 먹어본 적 있을까요? 좋아할까요? 청국장은 몸에도 좋고 정말 맛있지만 냄새가 좀 심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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