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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르셀로나, 출발
    여행을가다 2017. 6. 21. 13:10


       기억에 남는 여행은 언제나 실패하는 에피소드들이 있었다. 비행기를 놓치기도 했고, 소매치기를 당할 뻔 하기도 했고, 계획했던 곳을 못가기도 했다. 그렇지만 좋았다. 그래서 더 좋았다. 그러므로 나는 이번 여행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기로 한다. 다만 모든 것을 잃게 되는 에피소드만 일어나지 않기를. 이번 여행을 생각하면서 어떤 이미지들이 떠올랐는데, 처음은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주인공이 긴긴 여행을 떠나게 된 순간 그에 손에 들린 게 책 한 권과 기차표 하나였다는 것. 두번째는 프랑크푸르트에서 인천까지 오는 비행기에서 작은 등 하나 켜두고 두꺼운 책을 긴 비행 내내 읽던 서양인 청년. 세번째는 리스본 테주강에서 이어폰을 끼고서 미동도 하지 않고 강을 바라보던 동양의 여자아이. 가서 쓰라고 차장님이 주신 용돈, Y씨가 생일선물로 주려고 고민했던 축구표, 우울할 때 맛있는 거 사 먹으라고 봉투에 유로를 넣어준 동생의 남자친구, ​포르투갈에 이어 바르셀로나 여행에도 배웅을 나와준 보경이, 산과 바다, 도시가 있는 완벽한 여행지라고 나를 바르셀로나로 이끈 혜진언니까지, 감사한 마음을 가득 담고 출발한다. 어제 나는 오랫동안 연락이 끊긴 언니를 반갑게 만나는 꿈을 꿨으며, 오늘 아침에는 외로울까봐 잔뜩 챙겨넣은 책들 때문에 너무나 무거워 휘청거리기까지한 캐리어를 계단 밑으로 들어다준 고마운 청년을 만났다. 그래, 좋은 여행이 될 거다. 나는 이번 여행을 위해 새 칫솔과 새 치약을 샀고, 새 엠피쓰리플레이어도 샀고, 새 책과, 새수 첩, 새 수분크림과 새 옷을 샀지만, 그래, 괜찮을 것이다. 돌아와서 열심히 일하면 되는 것. 그럼, 지금까지의 걱정을 접어두고 다녀오겠습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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