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저녁은 맥주 없는 전기구이 통닭
    모퉁이다방 2017. 5. 27. 08:07


       티비가 이번주에 사망했다. 동생이 아침에 티비를 켰는데 화면이 나오질 않았다. 그 뒤 여러가지 시도를 해보았는데, 화면은 나오지 않고 소리만 나온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백라이트가 나간 거란다. 우리는 엄마가 알뜰폰을 살 때 경품으로 함께 주던 중소기업 티비를 쓰고 있는데, 고장이 나고 검색해보니 17만원에 팔고 있는 티비였다. AS를 신청하면 8만원이 든단다. 방문하면 3만원. 11만원을 내고 고칠 가치가 있는가,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티비는 내 베프여서 보지 않으니 영 아쉽다. 8시 뉴스도 봐야하고, 심심함을 달래줄 예능도 봐야 하는데. 8시에는 영 아쉬워 티비를 켜고 목소리만 들어보았다. 거대한 라디오가 따로 없네. 이건 또 운명 같아서, 티비 좀 그만보고, 핸드폰 좀 그만하고 책 좀 읽고 공부 좀 하라는 말 같다. 책 욕심이 많아 그간 사다 놓은 책이 한가득인데, 책장에 꽂아두지 못할 지경인데, 한달에 한 권도 겨우 읽고 있으니. 속도를 내어 보겠다.

       어제는 친구에게서 날씨가 예술이라는 메시지를 받았지만, 창이 없는 사무실에서 환상적인 하늘을 보지 못했더랬다. 퇴근을 하고 나오는데, 하늘이 예술이더라. 사진을 찍어 메시지를 보냈는데, 낮에는 이것보다 훨씬 좋았다는 말을 들었다. 그 하늘을 봤으면 일하기 싫었겠지. 퇴근을 하고 집에 와서는 맥주 없이 동네트럭 전기구이 통닭을 먹고, 보고 싶었던 영화 <아버지와 이토씨>를 결제하고 다운받았다. 통닭을 먹고 나니 급 피곤해져 단백질만 먹었으니 괜찮아, 라고 애써 위로하며 이불을 깔고 누웠다. <아버지와 이토씨>를 2/3 정도 보고 잔 것 같은데, 영화소개 프로그램에서 본 내용까지였다. 아, 그러고보니 당분간 영화소개 프로그램도 못 보네. 일상적인 식사를 만들어 함께 저녁을 먹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아버지 생각도 나고, 친구 생각도 나고, 내 생각도 났다. 영화에서 집에서 우린 물을 투명한 컵에 따라서 마시는 장면이 자주 나왔는데, 집에 결명차가 있는 게 떠올라 물을 끓여 결명차를 우렸다. SNS에서 아보카도와 명란을 넣고 솥밥을 지은 사진을 봤는데, 무슨 맛일지 무척 궁금했다. 언젠가 시도해보리라. 싸웠던 친구에게 한달 만에 먼저 연락을 했고, 동생에게 부탁한 맥주 한캔은 냉장고에 넣어뒀다.


    D-26.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