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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씨
    모퉁이다방 2017. 2. 13. 00:30




       아름씨에겐 내가 먼저 연락을 했다. 맥주학교 1학년 마지막 시간, 맛있는 음식과 맥주를 함께 나눠 먹다가 지숑님이 이야기해줬다. 아름씨가 우리 회사에서 제일 책을 많이 읽어요. 이 말에 아름씨는 그렇지요, 라는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그 뒤 내게 있는 책이 한 권 더 생겼는데, 갑자기 아름씨 생각이 났다. 맥주학교 밴드에서 아름씨 번호를 찾아 문자를 보냈다. 아름씨, 이 책 읽었어요? 가지고 있는 책인데 또 한 권 생겼다고, 혹시 읽지 않았으면 선물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아름씨는 읽지 않은 책이라고 했고, 수업이 시작되면 주겠다는 나의 말에 2학년 수업 때까지 시간이 너무 머니 만나자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만났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니 아름씨는 긍정왕이었다.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집으로 가서 책을 읽을 생각에 매일매일이 신난다고 했다. 고전도 많이 읽고 있었다. 나는 낯을 많이 가리는데, 아름씨와의 첫 시간이 어색하기도 했지만, 편안하기도 했다. 그건 아름씨가 좋은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할머니가 되어서도 맥주를 마시고, 책을 읽는 사람이 되자고 이야기했다. 나중에 지은씨도 왔고, 지숑님도 왔다. 처음으로 넷이서 맥주를 마셨는데, 좋았다. 긍정왕, 여행왕, 로맨티스트와의 만남이었다. 


       아름씨는 열심히 책을 읽고, 미련없이 헌책방에 팔고, 또 읽고 싶은 책을 산다고 했다. 어머니가 책을 좋아하셔서 읽은 책을 가져다 드린다고도 했다. 룰루랄라, 라는 표현을 자주 쓰면서 계속 웃었다. 겉지가 있는 양장책은 꼭 겉지를 벗겨서 읽는다고 했다. 덕분에 나는 내가 사랑하는 소설책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의 속색깔을 처음으로 보았다. 예쁜 민트색이었다. 우리는 비싼 맥주를 한 병 시켜 나눠 마셨다. 그리고 포스트잇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이건 무척 중요하다. 내 주위에는 책에 연필로 밑줄을 긋는 사람이 여럿 있다. 나는 그것이 무척 근사해 보여 따라해보았는데 마음이 편치 않았다. 결국 원래대로 포스트잇을 붙였다. 제일 좋은 포스트잇은 세로의 길이가 얇고, 접착제 부분이 투명한 것이다. 그래야 접착제 부분의 글씨도 말끔하게 보이기 때문에. 아름씨도 포스트잇을 붙인다고 했다. 우리는 포스트잇을 붙이는 습관에 대해 이야기했다. 2학년이 시작되고, 몇주 만에 다시 만난 아름씨에게 문구점에서 산 얇은 포스트잇을 선물했다. 이천원 남짓의 그 선물을 받고 아름씨는 좋아해주었다. 2017년에도 좋은 친구들이 생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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