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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르테르
    무대를보다 2015. 12. 21. 23:19

     


     

     

       공연을 보고 찾아본 조승우의 인터뷰에 그런 말이 있었다. 사실은 13년 전처럼 베르테르라는 역할에 푹 빠져들 수가 없다고. 조승우는 13년 전, 실제로 깊은 짝사랑에 빠져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많이 아팠다고 한다. 그는 정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었던 거다. 이번에는, '젊은'도 빠지고, '슬픔'도 빠졌다. 그냥 '베르테르'다. 항상 무대 위의 조승우를 보고 오면 범접할 수 없는 그의 성장에 설레이면서도 마음이 착찹해지기도 했다. 같은 80년 생이고, 오랫동안 지켜본 팬으로써, 그는 성큼성큼 나아가는데 나는 그대로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런데 이번엔 공연을 보고 찾아본 그 인터뷰 기사 덕분에, 그와 나의 '다름'이 아니라 '같음'에 대해 생각했다. 그래, 우리 같이 나이 먹어가고 있지.

     

       발하임은 아름다웠다. 그 전보다 저 아름다워져 있었다. 커다란 해바라기들이 우르르 무너져 버릴 때는 마음이 덜컹 했다. 달빛길도 예뻤고, 롯데의 온실도 아름다웠다. 그런데 10여 년 전, 처음 공연을 보고 마음이 먹먹해져서 베르테르가 너무 가엾어서 소리죽여 울었던 나는 이제 없더라. 롯데가 베르테르에게 떠나지도 말고, 머물지도 말고, 적당히 사랑해달라고 노래할 때는 저, 저, 나쁜 년, 롯데가 저렇게 나쁜 년이었다니, 배신감이 들었다. 베르테르가 결국 슬픔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신의 머리에 총을 겨누었을 때, 달려가 말해주고 싶었다. 괜찮아질 거라고, 세월이 지나면 이건 정말 아무 일도 아니라고, 이렇게 죽어버릴 일은 정말 아니라고. 지금 니가 얼마나 빛나는데, 니 젊음이 얼마나 아름다운데, 이렇게 저버리는 건 너무 아까운 일이라고, 진정으로 말리고 싶었다. 그래. 나도 이렇게 나이가 들어 버렸다. 알베르트가 제일 이해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렇지만, 여전히 설레였다. 그건 베르테르가 배우 조승우였기 때문에. 그의 세심한 작은 행동들이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슬쩍 롯데의 손을 잡으려다 용기를 더 내지 못하고 머뭇거리던 풋풋한 모습이라든지, 자신을 봐 달라고 노래할 때 무릎을 조금 낮춰 키를 낮추고 얼굴을 마주보려고 애쓰는 애절한 모습이라든지. 자신의 사랑이 결국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거라는 걸 완전히 깨달고 부르는 노래에는 목소리 톤 자체에 찢어질 듯한 아픔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이번에도 그는 성큼성큼 나아가고 있었다. 어디까지 갈까 궁금한 배우. 바라던, 베르테르가 된 조승우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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