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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르투갈, 포르투, 마지막 밤
    여행을가다 2015. 12. 3. 22:21

     

     

     

     

     

     

     

     

     

     

     

     

     

     

     

     

       

        검색에 검색을 했더랬다. 리스본에서 못 들은 파두를 포르투에서 혹시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소박한 곳이면 좋을 것 같앴다. 저녁을 먹으면서, 와인 한 잔을 하면서 잠시동안 그 깊은 울림으로 빠져들 수 있는 곳. 결국 그 곳을 찾았다! 가족 전체가 파두를 너무 좋아해서, 식당을 운영하면서 매주 목요일마다 파두 공연을 하는 곳. 마지막 밤이 목요일이었다. 이런 행운이 내게 찾아오다니! 포르투갈이여! 캐리어에 돈 뭉치가 있는 줄도 모르고, 남은 돈을 끌어 모았다. 안 되면 카드를 긁자. 카드도 챙겼다. 그리고 나섰다. 마지막 밤을 즐기러!

     

       익숙한 길과 초행인 길을 지나 식당에 도착했다. 조금 늦긴 했지만 아직 저녁식사 시간인데, 식당 안에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이건 좀 불길하다. 하지만 차선책이 없었다. 들어갔다. 보아 노이찌! 인상 좋아보이는 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아주셨다. 리스본에서 제대로 된 첫 저녁을 대구 요리로 먹었는데, 포르투에서의 마무리도 대구 요리로 했다. 리스본의 요리가 너무 짠 탓에 소금을 조금만 넣어달라고 말했는데, 아주머니께서 잘못 알아듣고 주방에 대고 외쳤다. 소금을 아예 넣지 말라고. 읔- 뭐. 그래, 짠 것보다 싱거운 게 낫지. 아주머니는 포트 와인 먹어봤냐고 물어봤다. 먹어봤는데, 너무 세다고 하니까, 우리집 와인을 한번 맛보라면서 조그만 잔에 채워줬다. 그리고 자기네가 만든 정말 맛있는 치즈 소스라며 크래커와 함께 내어 왔다. 나는 말했다. 카드 되나요? 아주머니가 말했다. 도로에서 떨어질수록 카드 수신전파가 약해진다. 너도 보다시피 우리 식당이 도로에서 좀 떨어져 있잖니. 그래서 카드기계가 안돼. 미안. 흠. 나는 말했다. 오늘이 여행 마지막 날이라고. 그래서 돈이 조금밖에 없다고. 그래서 나 이 크래커 못 먹는다고. 아주머니께서 딱하게 나를 쳐다보더니 돈 받지 않을테니 먹으라고 했다. 정말요? 그래, 불쌍한 아이야, 먹으렴. 나는 지갑을 꺼내 잔돈을 다시 세어봤다. 딱 와인 한 잔 마실 돈이 남았다. 그럼 포트 와인을 한 잔 주세요. 그렇게 나의 만찬이 시작됐다.

     

       대구요리는 무척이나 싱거웠다. 정말 소금이 한톨도 들어가지 않은 맛이었다. 리스본은 짜고, 포르투는 싱겁고. 하지만 내겐 포트 와인이 있었으니. 와인 한 모금에 대구요리 한 숟갈, 와인 한 모금에 대구요리 한 숟갈, 그렇게 포트루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싱겁고도 알딸딸하게 진행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손님이 더 들어오지도 않고, 파두 공연을 할 기미도 보이지 않아서, 아주머니를 불러서 물어봤다. 인터넷에서 봤는데, 목요일마다 파두 공연을 한다고 하던데요. 오늘은 하지 않나요? 아, 파두. 파두는 추울 때만 해. 아아아아아아. 그래그래. 파두는 추운 날씨와 어울리지. 파두는 이렇게 더운 날 느낌이 나지 않겠지. 파두는. 파두는. 결국 이번 여행에서는 듣지 못하는 거였다. 아, 멀어지는 사우다드여. 나만큼이나 안타까워하는 아주머니에게 말했다. 추울 때 다시 올게요. 그렇게 파두가 없는 한산한 식당에 앉아, 센 포트 와인을 마시며, 싱거운 대구요리를 빡빡 긁어 먹었다. 계산을 하니 아주머니가 사탕 한 알과 가게 명함을 한 장 챙겨주며, 말했다. 친구 있지? 친구들에게 홍보해 줄 수 있겠니? 나는 휑한 가게를 한 바퀴 둘러보고 대답했다. 오-케이.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동 루이스 다리를 한번 더 갔다. 야경이 무척 아름다웠다. 마지막이란 생각을 하니 무섭다는 느낌도 안 들더라. 낮에 갔던 교회당 건물도 빛이 들어오니 더 아름다웠다. 강 위로 유람선이 지나가고, 하늘에는 이름 모를 새들이 격렬하게 날아다니고. 좋다좋다. 고마웠어, 포르투. 기회가 되면 다시 만나자. 오브리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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