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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출한 여자
    극장에가다 2014. 1. 28. 22:04

     

     

     

       일요일이었고, 복층에 있었다. 내가 복층에 있는 이유는 자거나, 읽거나, 보는 것. <고잉 마이 홈>  이후로 복층에서 마음 붙이고 이어보는 드라마가 없었다. 이것저것 뒤적거리다 얼마 못 보곤 했는데. 그냥 누워 있다 네이버 검색하다 우연히 봤는데, 대박! 완전 재밌다. 박희본. 얘는 누구지? 에서 시작해서 낯익은 얼굴들도 보이고, 각 회마다 다른 감독이네 그러는 사이 6화가 끝났다. 1화가 10분 남짓이라 금방 볼 수 있다. 

     

        출출한 여자의 이름은 제갈재영. 32살에 여행사에서 근무한다. 얼마 전에 거의 무명에 가까운 개그맨 남자친구랑 헤어졌다. 그에겐 단 하나의 유행어가 있었다. 그녀의 요즘 즐거움은 오직 퇴근 후 먹는 음식. 비밀번호까지 다 외워 주인이 있든 없든 번호 누르고 막 들어오는 친구 우정과의 맥주를 곁들인 저녁. 이것저것 매 회마다 하나씩 음식을 만들어 먹는데, 재료에 꼭 굴소스가 들어간다. 굴소스 워낙 맛있으니까, 라고 생각했는데 감독과 배우의 씨네21 기사를 읽어보니 굴소스 협찬이 있어 꼭 들어가야 했다고. 역시 자본주의 사회다!

     

       번외 편 제외하고 총 6화까지 있는데, 5화를 보다가 휴일 아침, 그것도 햇볕이 짱짱한 오전에 술 한 방울도 안 마시고 울어버렸다. 나야 뭐 워낙 자주 우니까 별 일 아니긴 하지만. 5화에서 재갈재영은 친구 우정이와 야외에서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고 있는데, 우정이에게 남자친구의 전화가 걸려온다. 남자친구가 브라질로 발령이 날 수도 있으니, 그렇게 되면 같이 가자고 말한다. 우정이는 이거 결혼하자는 얘긴가 하고 재영이는 삼바 추러 놀러 갈거라고 신나하지만 왠지 쓸쓸해진다. 회사에서도 상사의 말장난에 기분이 좋지 않고. 퇴근하고 집에 들어와 어두운 방 안에서 쓸쓸해하고 있다 전자레인지 버튼을 누른다. 땡하고 맛있는 음식이 나왔으면 좋겠다. 땡. 재영은 그새 잠들었는데, 우정이 소리없이 들어와 남은 치킨으로 맛있는 안주를 만들어 재영을 깨운다. 치킨 사올려고 했는데 문을 다 닫았더라고. 재영은 우정이를 보며 어, 진짜 우정이네? 그러면서 맥주 캔을 딴다. 둘이서 남은 치킨으로 만든 안주를 나눠 먹으며 맥주를 마시며 얘기한다. 방금 꿈 꿨는데 너 나왔다. 니가 결혼하는데 내가 맨앞에서 완전 울어. 헐. 사람들 다 쳐다봤겠다. 완전. 야 근데 너 나 꿈에서도 날 만나냐? 내가 그렇게 좋아? 완전 좋아. 니랑 내랑 먹은 치킨만 해도 백마리가 넘을 거야. 이런 대화들. 6화도 좋은데, 역시 우정이와의 얘기다.

     

        나 완전 반했어. 한번 보고 또 봤다. 그러고 오늘 또 다시 보고 있다. 냉장고 안에 굴소스 얼마 안 남았는데, 사야겠다. 치킨파우더도 사야겠다. 박희본한테 완전 반함. 살 쪄도 이쁘다!

     

     

        덧, 그나저나 기대했던 <식샤를 합시다>는 완전 실망. 감탄사 때문에 음식이 죽는다는. 그렇게 많이 먹는데 그렇게 말랐다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생각해보니 그녀는 심지어 다이어트 시리얼의 모델이었다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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