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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팔월의 홋카이도, 오타루의 낮과 밤
    여행을가다 2016. 12. 22. 22:48



    오타루 가는 날 아침. 

    역시 따가운 햇볕이 비치고 (이때 고층예약 후회했다. 더 비쌌는데- 흑), 나갈 채비를 했다.




    삿포로 역의 북적대는 카페에서 토스트 + 커피 모닝세트로 아침을 해결했다.

    친구는 배가 아파 혼자서. 데친(그렇겠지?) 베이컨도 좋더라.




    오타루행 기차를 탔다.

    갈때는 느긋하게 정석으로, 올때는 저렴하게 자유석으로 오기로 했다.




    출발-




    창밖을 구경하다보니,






    얼마 안 가 바다가 나왔다. 와, 바다다.




    오늘도 맑음-




    간이 테이블을 내리고 구청사에서 산 엽서를 쓰다보니 어느새 오타루역 도착.




    엽서를 마무리하고, 간이 테이블을 올리고 기차에서 내렸다.




    관광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역사에서 친구랑 번갈아가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오타루에서는 떨어져서 다니기로 했다. 어제 많이 걸은 탓에 친구 다리가 많이 아팠는데, 나는 자전거를 능숙히 탈 수가 없다. 그래서 친구는 자전거로, 나는 도보로 오타루를 둘러보기로 했다.




    헤어지기 전, 사람들이 많은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자전거를 빌렸다. 다시 만날 시간을 정했고, 자전거 빌린 곳에서 보기로 했다. 친구에게 점심 먹을 돈도 주고, 포켓 와이파이도 넘겼다.




    친구랑 헤어지자마자 발견한 오타루 생맥주. 아, 여기 오늘 무제한 맥주 이벤트 하는데, 혼자서 들어갈 수가 없다. 그래서 한 잔만 사서 그늘에 있는 야외 테이블에 앉았다.




    이곳에선 티비타워에서 산 엽서를 썼다.




    그리고 걷다보니 운하.

    예전에 패키지로 왔을 때는 오타루에서 아주 짧은 시간을 보냈는데. 

    (그리하여 북해도 주요스팟을 다 찍었다!)




    다리에 가만히 서서 뱃머리를 돌리는 것까지 보았다.

    저 배는 요리사 정창욱의 북해도 여행프로그램 보고 타고 싶었는데, 너무 비싸서 관뒀다.




    운하를 거닐다가, 예전에 토토로 마그네틱을 샀던 곳이 아직도 있는 걸 발견. 무지하게 반가웠다! 친구가 저 캐릭터를 정말, 미친듯이 좋아하는데 나는 이름을 못 외운다. 그래서 핸드폰의 사진을 찾아 아저씨에게 보여드렸다. 이것 있습니까? 그러자 아저씨가 함박 웃음을 지으며 이 캐릭터 이름을 말했지만, 까먹은 나. 아무튼 있었고, 그리하여 샀다. 글자를 새겨준다고 해서 친구의 이니셜을 적으며 5년(쯤) 전에 여기서 토토로를 샀다고 말했다. 아저씨가 또 함박 웃음을 지으며 고맙다고 했다.




    우체국은 사실 찾으려는 식당을 제대로 못 찾고 헤매다 발견하여, 잘되었다 우표를 사자, 하고 들어갔다. 우표 있습니까? 한국으로 보냅니다, 라고 말하고 우표를 샀고, 가이드북에 있는 지도를 보여주며 여기 어디에 있습니까?, 라고 물었다. 우표를 건네 준 남자분은 모르셨는데, 남자분이 부른 여자분이 아셨다. 우체국이랑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는데, 한번에 못 찾고 빙- 돌아왔다. 뭐, 내가 그렇지.




    그렇지만 덕분에 식당은 북적대는 점심시간이 지나 있었다. 가이드북에 향토음식을 파는 곳으로 설명되어 있었는데, 관광객보다 현지인이 많은 곳이라 했다. 초밥과 튀김을 둘다 먹고 싶었는데, 세트 메뉴가 되지 않는 날이어서 메뉴를 쉽사리 정하지 못하고 있자 식당 할머니께서 1/2 메뉴가 있다면서 추천해주셨다. 맥주를 두 잔이나 마셨고, 초밥을 만드는 할아버지는 어디서 왔냐고 물어봐주셨고, 할머니는 일본어를 잘하네요, 라며 눈에 빤히 보이는 거짓말을 해 주셨다. (더이상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는.) 알딸딸하고 배부르고 좋았다.




    먹었으니, 걸었다. 걷다보니 친구랑 약속한 시간이 되었다.




    우리가 만나기로 한 장소는, 운하가 바다로 이어지는 곳.




    친구가 돗자리를 깔자고 했다. 나는 여기서? 라고 반문했는데 그 정도로 돗자리와 어울리지 않는 쌩뚱맞은 곳이었다. 뭐 어때, 하며 친구는 콘트리트 길 위에 돗자리를 깔았다. 그리고 우리는 나란히 앉아 바다를 보았다. 중국 여자아이 세 명이 와서 사진을 찍어줄 수 있냐고 물었다. 그러겠다고 하니 나를 사진찍을 위치에 세우고, 앞으로 우루루 뛰어갔다. 낮은 턱 위에 나란히 서더니 뒤를 돌아 바다를 바라봤다. 손은 하늘 위로 쭉 편 채 브이를 하고선. 몇 장을 찍어줬는데, 왠지 마음에 안 들 것 같았다. 친구는 오타루 배경의 어떤 중국 드라마에 저런 포즈가 나올 게 아닐까, 라고 했다. 무튼 쌩뚱맞은 곳이었지만 바닷바람이 좋더라. 시원했다.




    친구가 향초를 파는 이쁜 곳이 있다며 같이 가보자고 했다. 나는 거기서 무지개가 새겨진 하늘색 향초를 샀다. 단번에 생각난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이곳저곳 상점들을 돌아다니다 북해도 와인도 마시고, 곰과 기차가 그려진 판넬 구멍에 얼굴을 내밀고 사진도 찍었다. 기차 판넬에서는 초등학생 정도의 해맑은 남자아이가 옆에 서서 떠나질 앉아서 같이 찍었다. 덕분에 좋은 추억이 되었다.




    우표를 붙여 엽서도 보냈다. 오타루 직인이 찍히면 참으로 좋을거라 생각하면서.




    원래는 오타루역 옆의 언덕길에 올라 노을을 보는 게 목표였는데 (러브레터 촬영지!), 친구가 왠지 오르골을 좋아할 것 같아 오르골당에 왔는데 나도 친구도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언덕길을 올라가기엔 너무 늦었고, 다리도 아프니.

    오르골당 앞의 시계탑 구경을 하기로 했다.




    정각에 음악소리와 함께 증기가 나온다.




    해질 무렵, 먼 발치에 앉아 시계탑과 증기와 사람들을 지켜보는데, 괜찮네, 생각이 들었다. 조금 있으니 좋으네, 생각이 들었다. 몽글몽글하게 피어오르는 뭔지 모를 따스한 기운이 가슴 속에 차곡차곡 들어차는 기분이랄까. 언덕길 안 가길 잘 했네, 생각했다.




    역으로 가는 길. 조개 굽는 냄새가 너무 좋아서 들어가 간단하게 먹었다.

    이 '조개 + 소라구이 + 생맥주'가 이 날의 탑 오브 탑이었다.




    몽글-




    몽글-




    몽글-




    몽글-




    몽글-




    몽글-




    몽글-




    몽글-




    저녁의 오타루가 우리에게 준 선물.




    쉬엄쉬엄 다니기가 이번 여행의 목표였으나 이틀 강행군에 몸도 마음도 녹초가 되어버려 이 날 저녁식사는 조금 냉랭했다. 그래서 사진도 없네. 아, 그래도 맛있는 고기였는데, 사진은 찍어둘걸. 흐흐- 마감시간 때문에 허겁지겁 끝내야 하는 식사였는데, 고기를 굽기 시작할 때는 조용했지만, 그래도 이내 우리 페이스를 회복했다. 으이구, 이 성질머리를 고쳐야 한다. 아무튼 고깃집이 숙소 앞에 있어서 금새 숙소 복귀. 친구는 변함없이 대욕장에 갔고, 나는 이 날도 욕조.




    친구 기다리는 동안.

    이 책은 나의 '올해의 책'이 되었다.




    밤이 깊었고, 마무리는 역시 편의점 맥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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