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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서재를쌓다 2017. 3. 1. 18:31
"아빠, 내가 다시로 군 데리고 들어갈게."2권까지 다 읽고 요시다 슈이치 인터뷰를 찾아봤다. 거기에 이런 말이 있었다. - 당신은 왜 소설을 쓰는가?- 언어를 믿고 있기 때문이다.이 말을 이 소설을 통하면,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다.- 사람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드디어 3월에 개봉하는 모양이다. 사실 소설보다 영화가 더 좋을 것 같다. 영화 캐스팅을 알고 소설을 읽었더니 영화의 장면들이 눈에 그려졌다. 내 상상 속에서는 동성애 연기를 하는 츠마부키 사토시가 꽤 잘 어울렸다. 두꺼운 두께로 두 권이나 되지만, 가독성이 상당하다. 잔인한 살인사건이 벌어졌고,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최근 곁에 나타나 아주 친해진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뉴스에서 보도하는 용의자와 생김새가 상당히 비슷하다. 나는 그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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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일들모퉁이다방 2017. 3. 1. 00:20
2017년 3월을 시작하며 기록하는 2016년 12월의 일들.아, 벌써 1분기 마지막 달이다. 상수에서 아름씨를 만났다. 우리는 세일을 하는, 가격이 꽤 나가는 맥주를 한 병 시켜 나눠 마시기로 했는데, 센스있게 세일가를 저렇게 현금으로 장식해주셨다. 아름씨가 산미가 꽤 있을 거라고 했는데 적당하게 맛있었다. 단둘이서 첫만남이라 나름 긴장했던 저녁. 지은씨와 지숑님이 합류하여 2차까지 갔다. 지숑님은 이날의 술자리를 굉장히 특이했던 술자리로 회자하고 계시는데. 이제 네덜란드 이야기가 나오면 슬며시 웃는 지숑님. 사촌동생에게 좋은 일이 생겼고, 다같이 축하해줬다. 그러니까 퇴근 후의 삶이 필요하구나, 생각했던 저녁. 토마스 쿡의 입담은 여전했다. 원주행 버스를 타기 위해 서둘렀던 주말 아침. 원주. 스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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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우리 영혼은서재를쌓다 2017. 2. 27. 23:12
제주도에 가져가서 다 읽고 오려고 했지만, 역시나 여행에서는 얼마 읽지 못했고 다녀와서 다 읽었다. 표지도 좋고, 크기가 작고 두께가 얇은 것도 좋은데, 글씨가 좀 크다. 글씨를 적당히 줄이고 더 얇게 만들어도 좋았을 텐데. 작가 소개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평생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던 콜로라도 주를 배경으로 '홀트'라는 가상의 마을을 만들고 쓴 소설 등, 총 다섯 편의 소설과 유작인 을 남기고 2014년, 71세에 폐질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가상의 마을을 만들고 그곳의 이야기를 연이어 쓰다니,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그 멋진 가상의 마을 '홀트'에서 각자의 가정을 꾸리며 오랜 시간을 보낸 여자와 남자가 있다. 여자의 남편도, 남자의 부인도 세상을 떠났다. 여름이 시작되기 전, 어느 날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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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학교모퉁이다방 2017. 2. 26. 17:27
토요일. 응암역에서 강남역까지 가는 중이었다. 주말 오후, 지하철은 한산했다. 이번 주에는 좋아하는 작가들이 술에 빠져 살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읽기 시작했다. 부러 문가에 서서 갔는데, 책을 읽다 창밖으로 지상 풍경이 펼쳐지면 책을 잠시 덮었다.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에서 두 사람이 탔다. 여자는 일반석으로 가려는 다른 여자에게 엄마 여기, 라고 외쳤다. 두 사람은 노약자석에 앉았다. 여자는 다른 여자에게 엄마, 그래서, 엄마, 그 사람이, 라고 쉴새 없이 이야기했다. 다른 여자는 가만히 듣고 있었다. 두 사람은 다음 정거장인 신대방역에서 내렸다. 백발의 등이 굽은 엄마와 긴 생머리의 중년의 딸이 나란히 걸어가는 뒷모습을 한참을 내다봤다. 그리고 어느 역에서는 노약자석이 꽉 차 있었고, 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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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에 만나요서재를쌓다 2017. 2. 25. 10:43
요즘은 집에 늦게 들어올 때도 꼭 뭘 먹는다. 배고픔을 참질 못하겠다. 이러니 살도 찐다. 집에 만들어놓은 음식이 없으니 뭔가를 사온다. 이 날은 떡볶이 생각이 간절해서 단골 튀김집에 갔다가 떡볶이와 튀김을 사왔다. 다 먹진 못하고, 다음날 못 먹을 지경이 될까봐 튀김만 해치웠다. 예전엔 그렇게 먹고 자도 별 문제가 없었는데, 이제 속이 부대끼는지 새벽에 종종 잠이 깬다. 조용한 새벽에 가만히 앉아서 왜 배가 아픈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생각의 끝에 전날 잠들기 직전에 먹은 자극적인 음식들이 있다. 아, 나도 늙어가고 있구나, 생각한다. 새벽 5시 즈음에 눈이 떠졌다.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더 잘 생각이 안 들었다. 스탠드를 켜고 10여 페이지가 남은 를 펼쳤다. 마음이 따뜻해졌다. 새벽독서란 이렇게 좋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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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리 가는 길여행을가다 2017. 2. 16. 22:30
지난 시월 금요일, 밤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왔다. 친구의 회사동료 결혼식이 제주에 있었다. 친구는 남편과 일찌감치 제주에 내려와 출산 전 마지막 여행을 즐겼다. 나는 S와 퇴근을 하고 김포에서 만났다. 밤비행기는 처음이었다. 친구와 오빠가 공항으로 마중을 나와줬다. "혼저옵서예 WELCOME 이금탱 김성구"를 종이에 커다랗게 적어두고. 친구가 회사숙소를 싸게 빌렸다고 했다. 방이 세개나 되니 하나씩 쓰자고 했다. 친구에게 숙소 위치를 물어봤는데, 하도리였다. 강아솔 노래의 그 하도리. 검색해보니 근처에 철새도래지가 있었다. 그래서 가사에 철새가 나온 거였구나. 우리는 제주에 각자의 캠핑의자를 가지고 가기로 했다. 제주의 밤은 조용했다. 공항에서 하도리까지 가는 동안,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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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아름다움서재를쌓다 2017. 2. 15. 23:40
기석이가 고른 책은 다 기석이 같다. 그동안의 책 중 가장 얇고, 글자가 적은 덕분에 다 읽었지만, 녹록치 않았다. 읽다가 나도 모르게 두 장을 한꺼번에 넘긴 적이 있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계속 읽었다. 무심코 앞장을 넘기다 너무나 생경한 페이지가 있어 앞뒤를 넘겨보니 내가 건너뛴 페이지였다. 어제는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드는 거다. 내가 읽고 있는 기석이라는 사람에게도 그런 페이지가 있는 건 아닐까. 건너뛴 페이지가 자연스러웠다면, 돌아가 부러 발견하고 다시 읽는 게 좋은 걸까, 그 페이지 쯤은 발견하지 않은 채 흘러 가게 두는 게 좋은 걸까. 누구에게나 그런 페이지가 한 두장씩은 있겠지. 제목과 표지가 무척 아름다운 2017년 첫 시옷의 책 . 세 개의 포스트잇을 붙여뒀다. 14페이지, 그는 행복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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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터널 애니멀스극장에가다 2017. 2. 14. 22:44
소설쓰기와 이별에 관한 이야기, 라는 결론. 이토록 괴로운 이별, 이토록 처절한 글쓰기. 에이미 아담스가 계속 좋아진다. 올 겨울에는 를 습관처럼 틀어놓고 잠드는 날들이 있었다. 에이미 아담스가 화장기 거의 없는 말간 얼굴로 일터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잘난 친구들 앞에서 주눅을 들고, 이런저런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롭게 자리잡은 보금자리에서 칼질을 하고 불을 피워 요리를 하는 장면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몽글몽글한 느낌이 들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에서도 진하게 화장을 한 현재의 모습보다 화장기 없는 예전 모습이 백배 더 예뻤다. 에서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긴 했지만, 화장기 없는 모습은 여전히 좋았다. 이 언니를 계속 응원할 테다. 는 잔인하고, 강렬하고, 서글퍼서 여운이 꽤 오래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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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씨모퉁이다방 2017. 2. 13. 00:30
아름씨에겐 내가 먼저 연락을 했다. 맥주학교 1학년 마지막 시간, 맛있는 음식과 맥주를 함께 나눠 먹다가 지숑님이 이야기해줬다. 아름씨가 우리 회사에서 제일 책을 많이 읽어요. 이 말에 아름씨는 그렇지요, 라는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그 뒤 내게 있는 책이 한 권 더 생겼는데, 갑자기 아름씨 생각이 났다. 맥주학교 밴드에서 아름씨 번호를 찾아 문자를 보냈다. 아름씨, 이 책 읽었어요? 가지고 있는 책인데 또 한 권 생겼다고, 혹시 읽지 않았으면 선물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아름씨는 읽지 않은 책이라고 했고, 수업이 시작되면 주겠다는 나의 말에 2학년 수업 때까지 시간이 너무 머니 만나자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만났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니 아름씨는 긍정왕이었다.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집으로 가서 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