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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일들모퉁이다방 2017. 4. 19. 22:34
2017년에도 계속되는 기록들. 택배가 도착했고, 그 안에 혜진씨의 유럽여행과 마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 너무나 고마운 마음. 엄마랑 먹은 어탕국수 한그릇이 잊히지 않는데, 맛있을까? 정말 환불해줄까? 퇴근길, 파주 안개. 그렇다, 영어를 해야 한다고! (불끈) 매일 집을 나서는 시간을 맞추기 위해 SBS 뉴스를 보는데, 그래, 여행! 공부하지 않지만, 이지 잉글리쉬를 매달 삽니다. 회식 후 늦게 달려간 1월의 시옷의 모임. 사랑스런 봄이 선물해준 파리. 내게 언제나 힘을 주는 소노스케의 엽서. 연이은 야근에 정말이지 힘이 되었다. 2학년 맥주 학교 첫날. 어떤 맥주가 수입맥주일까요? 아, 거의 다 틀렸다. 나는야, 막입. 추운 겨울, 따뜻한 복층에서. 예매해뒀던 영화들을 취소하고, 오래 전에 보았던 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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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백호, 불혹무대를보다 2017. 4. 15. 10:26
가고 싶긴 한데, 어떤 이유로 망설여질 때 요즘은 이렇게 생각을 한다. 그러다 영영 못 간다. 3월에는 최백호를 보고 왔다. '부산에 가면'을 정말 많이, 그리고 오래 들었더랬다. 젊은 가수들과도 많이 작업을 하는 걸 보고, 깨어있는 분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공연에서 '부산에 가면'을 부르기 전에 영상이 나왔는데, 그 영상에서 최백호가 말했다. 이 노래가 나의 제3의 전성기를 열어줄 거라 확신한다고. 40년간 노래해온 사람은 겸손했다. 나는 젠체하지 않는, 겸손한 사람이 좋다. 실력이 있는 사람은 떠벌리지 않아도,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저절로 빛이 난다. 그는 화려하게 입지 않았다. 단정한 셔츠와 자켓을 차려입고 나왔다. 자연스럽게 부르는 노래를 좋아한다고 했다. 박수가 나올 때마다 허리를 많이 굽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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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바이 더 씨극장에가다 2017. 4. 10. 21:31
감상평을 잘 쓰고 싶었는데, 벌써 2월의 일이네. 결국 아끼다 똥 되는 건 순식간의 일. 아마도 짧은 평을 보고 갔던 것 같다. 좋아하는 미셸 윌리엄스가 나오니 좋겠다 싶었다. 내용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었다. 영화의 초반부는 건장한 한 남자가 건물의 잡역부로 일하면서 건조하디 건조한 생활을 해나가는 걸 보여준다. 여자들이 유혹을 해도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일이 끝나면 동네 펍에서 맥주를 마시다 괜히 자기를 힐끔거리는 남자들에게 가 주먹질을 한다. 밤새 폭설이 쏟아지고 아침에 눈을 치우고 있던 남자에게 전화 한통이 걸려온다. 형이 위독하다는 것. 남자는 곧바로 출발한다. 형이 있는 도시로. 그 곳은 한때 남자가 행복한 일상을 보냈던 곳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제 머무를 수 없는 곳, 맨체스터 바이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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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모퉁이다방 2017. 3. 28. 23:04
봄을 기다리는 동안, 좋은 영화를 많이 보고, 좋은 책도 읽었다. 이 이야기를 찬찬히 털어놓고 싶은데, 속절없이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좋은 이야기도 듣고, 나쁜 이야기도 들었다. 나는 나쁜 이야기를 전혀 듣지 못하는 사람이었는데, 이번엔 참아보자, 참아보자 생각하며 들었다. 그렇지만 티가 많이 났다. 누구나 나를 다 좋게 볼 수 없는데, 나는 매번 그걸 바라는 것 같다. 그래서 좋지 않은 생각을 한 시간들도 있었다. 책을 더 많이 읽고 싶은데, 시간이 없고, 핸드폰 때문에 집중도 되지 않는다. 엽서를 많이 쓰고 싶은데, 매번 엽서를 꺼내놓고 한 줄도 못 쓰고 만다. 읽고 쓰는 시간이 마음을 다스리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인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흠. 온라인 상의 나는, 어떤 순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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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이 되면,모퉁이다방 2017. 3. 22. 23:16
6월이 되면, 2주동안 여행을 갈겁니다. 그럴 계획이고, 그래야만 합니다. (불끈) 처음엔 동유럽에 가보자고 생각을 했는데, 다음엔 베를린에 가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책까지 읽고) 그러다 우크라이나의 어느 도시를 마구 검색해보았습니다. 지금은 동남아 어떤 곳을 상상해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심하게 끌리는 곳이 없어 막막합니다. 정신차려보니 이제 얼마 남지 않았잖아요. 6월이. 저는, 어디를 가야 할까요? 혹시 아래와 같은 말 전해주실 분 계시지 않을까 해서 글을 남겨봅니다. - 내가 여기 가 봤는데, 여긴 죽기전에 꼭 가봐야 할 곳이더라. 꼭 가봐라.- 내가 여기가 좀 궁금했는데, 혹시 가볼래? 먼저 가보고 말해주라.- 내가 그동안 말 없이 너를 쭉 지켜봤는데, 너는 여길 좋아할 것 같다. 가 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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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택트극장에가다 2017. 3. 18. 08:54
내가 여행지에서 숙소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걸 최근에 알았다. 좋았던 여행들을 떠올려 봤는데, 그 기억들에 항상 좋은 숙소가 있었다. 늦은 밤까지 와인을 마셨던 경주의 호텔은 폭신폭신했고, 위치를 극단적으로 잡아 하루 반나절을 숙소로 이동하는 데 써야했던 제주에서도 마침내 찾아간 숙소가 무척 좋았다. 테라스가 있었고, 나무가 많아서 어마어마했던 택시비가 아깝지 않았다. 에어텔로 예약했던 포르투갈의 숙소는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 리스본의 숙소는 근사한 거리가 내다보였고, 훌륭한 야경이 함께 했다. 역시 조그마한 테라스가 있었다. 포르토의 숙소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은데, 아주 커다란 나무가 바로 앞에 있었다. 커다란 창문이 벽 한 면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창문을 활짝 열고 손을 아-주 길게 뻗으면 나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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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라이더극장에가다 2017. 3. 15. 23:10
안산에서 내려와 북촌으로 맥주를 마시러 갔다. 우리는 ㄷ자 한옥을 리모델링한 술집에 앉아 쏟아지는 햇볕을 고스란히 맞으면서 낮술을 마셨다. E는 같은 술을 계속 마셨고, 나는 매번 다른 술을 시켰다. 우리는 극장에서 처음 만났다. E가 최근에 본 영화 이야기를 했다. 를 봤는데, 참 좋아서 한번 더 보고 싶다고 했다. 나는 처음엔 궁금했는데, 이제 내키지 않는다고 했다. E는 한번 봐 보라고 했다. E는 전도연과 북유럽의 풍광이 나왔던 를 극장에서 보지 않은 나를 탓한 적이 있는데, 나중에 집에서 조그만 티비화면으로 를 보다 정말 후회했다. 배우나 이야기가 문제가 아니었다. 저 북유럽의 새하얀 숲은 커다란 스크린 화면으로 봐야했다. E는 를 사람이 거의 없는 극장에서 보았고, 그 덕분에 더 좋은 영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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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일기서재를쌓다 2017. 3. 9. 23:13
이 글은 밀크팬이 없어 양은냄비로 끓인 핸드메이드 밀크티를 마시며 쓰고 있다. 베를린에 가볼까 했다. 그렇다면 관련된 책을 읽어야지, 하면서 검색을 했는데 이 책이 나왔다. 최민석 작가가 '고독한 도시' 베를린에 90일간 머물면서 쓴 일기다. 평에 엄청 웃기다는 얘기가 있어서 읽기 시작했는데, 정말 웃겼다. 어떤 페이지는 정말이지 너무 웃겨서 책을 덮고 소리내서 엄청 웃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너무 웃겨서. 그리고 역시 사람은 일기를 써야 돼, 라는 결론을 내렸다. 최민석 작가도 와이파이가 잘 터지지 않는 고독한 도시 베를린에서 가을과 겨울을 보내면서 '한 번 써볼까' 하고 독자에게 선물받은 다이어리가 마침 있어 쓰기 시작한 일기다. 일기를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고, 그로 인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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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모퉁이다방 2017. 3. 7. 22:28
토요일에는 안산에 다녀왔다. 경기도가 아니라 서울 서대문에 있는 안산. 역사 이야기를 잔뜩 들으며 걸을 계획이었다. 기대했던 만큼 역사 이야기는 잔뜩 듣지 못했지만, 다시 가고 싶은 좋은 산책로를 발견했다. 이 날 들었던 이야기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신목사상'에 관한 이야기. 옛날 사람들은 아이가 태어나면 나무를 한 그루 심었단다. 여자아이는 시집갈 때 만들 장롱을 위해서, 남자아이는 죽을 때 쓸 관을 위해서. 옛 사람들에게 나무는 아주 큰 의미이자 소중한 존재였는데, 힘들 때면 자기 나무를 힘껏 안고 위안을 받기도 했단다. '내' 나무라니. 좋았겠다. 미세먼지 때문에 먼 곳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꼭대기에 올라가 내려다보니 집들이 참으로 많더라. 아파트도 많고. 이 날 이만육천보 넘게 걸었다. 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