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다방
-
발견 4모퉁이다방 2007. 10. 17. 21:29
- 오늘 하루종일 몸소 느꼈다. 겨울이 오고 있다는 걸. 추워졌다. 1년내내 목과 코에 이상이 있는 동생은 감기에 걸리셨고. 가습기가 없으므로 끙끙대는 동생을 위해 빨래를 돌린다. 오늘 밤은 방을 가로질러 촉촉한 수건들을 널어놓고 동생의 코 안도, 나의 꿈도 촉촉해지길. - 기대와 실망, 희망과 좌절이 날실과 씨실처럼 자연스럽게 엮여진 채 노력없이 허무한 오늘이 또 이렇게 흘러간다. - 아, 김연수 블로그 발견. 제목부터 반해버린 이번 책,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그의 블로그에서는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들이 잔뜩 줄지어 흘러나온다. 이 책은 올 가을, 왠지 제일 마지막에 읽도록 아껴두고 싶다. - 엔젤인어스, 라떼도 맛나더니 핫도그세트도 맛나다. 늦은 점심으로 조용한 2층, 푹신푹신한 쇼파에 기대 아..
-
자전거 도둑모퉁이다방 2007. 10. 9. 01:45
자전거를 도둑 맞고 난 후에 알았다. 자전거를 산 그 날부터 나는 자전거를 이리도 쉽게 이리도 빨리 도둑 맞을 것을 알았다는 걸. 그래서 매일 끙끙거리며 2층 집까지 꾸역꾸역, 삐질삐질 들고 올라왔고 그때문에 자전거를 한번 타기까지 결심하게 되는 시간이 길어졌다. 점점 자전거 체인을 정성들여 닦지 않게 되었고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어느 날 갑자기 무슨 결심이라고 한 듯 복잡한 현관꼴을 보아줄 수 없어 자전거를 마당으로 내렸다. 삼일을 마당에 두었다. 왠지 1층 아줌마가 너는 왜 거기 서 있어서 귀찮게 하냐며 자전거에게 눈치를 주는 것 같아 자전거를 끌고 역 앞 자전거 보관대에 세워놓았다. 그리고 다음날 나는 자전거가 무사함을 확인했다. 그리고 다음날 같은 곳을 지나가면서도 나는 자전거의 존재를 잊었다..
-
-
레이크 하우스와 명절 휴우증모퉁이다방 2007. 9. 27. 19:54
케이블에서 를 해주더라. 밖에는 비가 내리고 TV에서는 시카고의 겨울이 펼쳐지고 이런 날은 정말 집에 콕 박혀있어도 행복하다는 느낌으로 충만해진다. 이렇게 날씨와 케이블 영화 편성표가 딱 맞아떨어지는 날에는 편성 담당자가 누군지 살짝 궁금해진다. 에 관한 네이버 네티즌 리뷰 중에 가 흰죽이라면, 는 영양죽이라는 표현이 있었다. 정말 괜찮은 표현인 것 같다. 는 여백의 미가 풍부했던 영화였고, 는 그 여백들을 제인 오스틴의 같은 책과 같은 아기자기하고 소소한 장치들로 메꾸어서 꽉찬 느낌이다. 일마레보다 레이크하우스 집 자체도 풍성하다. 서해의 황량한 느낌이 강했던 일마레보다 레이크하우스는 집 안의 나무들이나 속이 훤히 보이는 유리들 때문에 더 꽉차있는 느낌이다. 그래도 일마레의 집으로 이어지던 긴 나무다리..
-
추석연휴를 맞이하며 끄적끄적모퉁이다방 2007. 9. 23. 02:15
01. 티스토리 초대장 5장 있어요. 필요하신 분, 답글 달아주세요. 제가 아는 분이면 좋겠지만, 지인들 중에 여기 블로그 아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으니. 확실히 티스토리로 옮기고 나서 이런저런 글을 많이 쓰게 되는 거 같다. 영화보고 그냥 넘겨버렸을 생각들, 책 읽고 그냥 묻혀버렸을 좋은 글귀들. 나이가 들어가서 그런지, 어릴 때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지 기억력이 점점 쇠퇴해가고 있다. 분명히 읽은 책인거 같은데, 내용이 전혀 기억이 안 나는 책이 많다. 영화도 마찬가지고. 일기는 예전부터 안 썼고, 다이어리도 늘 연초에만 열심히 써댔으니 내가 뭘 보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시간이 지나버리면 감감무소식이였는데 블로그를 하면서부터 소소하게 기록하고 또 글을 쓰면서 여러가지 되집어서 생각하게 되니까 좋은..
-
말도 안 되는 이야기모퉁이다방 2007. 9. 19. 18:43
하루종일 비가 내린다. 말도 안 되게 갑작스럽게 동생의 남자친구 형이 죽었다. 그 아이의 형은 한번도 만나보진 못했지만. 착하고 여린 그 아이에게 단 하나뿐인 형. 군대에서 연락을 받고 부모님과 함께 서울로 올라와서 이 말도 안 되는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지. 하루종일 비가 내리는데 형을 잃은 여린 그 아이 생각에 자꾸만 마음이 가라앉는다. 한동안 영화를 멀리했던 내가 사랑의 레시피가 보고싶었던 이유가 있었구나. 얼마 전에 보고싶다는 연락에 답도 못해주고 매번 동생이 자고 나면, 누나 뭐하냐고 물어와도 답도 못 해줬는데. 이번에 휴가 나오면 맛난 거 같이 많이 먹어야지, 생각했는데. 자꾸 그 아이 눈이 생각나서... 만나면 무슨 말부터 해줘야 할까. 모든 게 꿈이었으면 좋겠다. 한 숨 푹 자고 일어..
-
비오는 오후, 끄적끄적모퉁이다방 2007. 9. 14. 17:53
BGM으로 1974 Way Home 깔아주시고. 01. 머리를 했다. 백만년 전에 머리 잘라서 요즘 머리가 지긋지긋했었는데 짧게 자르고, 볶았다. 최대한 저렴하게 하려고 뽀글이 파마를 해서 잘 나올거라고 생각 안 했는데 그래도 제법 잘 나온듯하다. 왜 미용실에는 정가가 붙여져 있지 않는걸까? 기장 추가없이 몇만원, 이라고 커다랗게 붙여놔도 들어가서 머리하기 시작하면 가격이 달라진다. 약은 뭘로 하시겠어요? 몇만원, 몇만원, 몇만원 있는데. (꼭 제일 싼 가격은 제일 끝에 작게 얘기한다.) 머리결 안 상할려면 몇만원정도는 해줘야 되요. 안 그러면 머리 다 상해, 라고 한다. 나랑 머리하는 사람들은 다들 소심해서 머리가 마음에 안 들어도 미용실 안에서는 절대 티를 안 된다. 잘 나왔죠, 물어보면 배시시 웃으..
-
읽고 싶은 책 찜해두기모퉁이다방 2007. 9. 5. 14:07
존 그리샴의 존 그리샴 소설을 한번도 못 읽어봤는데. 케이블에서 더스틴 호프, 존 쿠샥, 레이첼 웨이즈의 영화를 봤다. 을 원작으로 한 영화였는데, 에서는 담배회사와 대항하는 내용이라는데 에서는 총기회사와 대항하는 내용이었다. 간만에 재밌게 본 법정영화였다. 배우들도 빵빵하고 반전이라고 있기는 하지만 요즘 반전에 하도 길들여져서 보다보면 딱 알 수 있다. 반전이 중요하다기보다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메세지가 중요했다. 미국에서 계속 일어나고 있는 총기난사 사고에 대해서 총기를 난사한 가해자가 아닌, 그 매개체가 되는 총기를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서 무분별하게 팔고 있는 총기회사에 대한 고발과 함께 미국의 배심원 제도에 대해서 자세히 볼 수 있는 영화였다. 원작이 궁금해서 찜해둠. 이정명의 어제 TV, 책을..
-
꿈 이야기모퉁이다방 2007. 8. 31. 14:02
01. 가끔. 아니 꽤 자주 말도 안 되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꿈을 꾼다. 알고는 있지만 친한 사이는 아닌 사람들. 고등학교 때는 감자를 닮은 과학 선생님이 꿈에 등장했는데 꿈을 꾸고 난 다음 날, 과학 선생님이 교실 앞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데 그 야시꼴랑한 감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선생님과 나는 한번도 서로를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었는데 나는 그 총각선생님의 꿈을 꾸고 난 후 왠지 그와 내가 굉장히 친해졌다는 느낌이었다. 그때부터 그 과학선생님을 좋아했다. 얼마전에는 이현우가 꿈에 나온 뒤로 왠지 티비에서 나오는 그를 보고 언젠가 우리가 한번쯤 만나 차나 술을 앞에 두고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던 것처럼. 그저께 내 꿈에 유지태와 문근영이 나왔다. 조그만 무대 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