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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출국전여행을가다 2016. 6. 8. 11:28
예상보다 늦게 일어났지만, 늦지는 않았다. 막내는 내내 진짜 감정을 숨겨두고 이따금 날을 세웠는데, 지난 생일에 폭발을 했다. 나도 언니들에게 사랑받고 싶어. 막내의 말들을 나는 이렇게 이해했다. 그때부터 막내의 마음으로 여러 일들을 되돌아봤는데, 서운할 수 있겠다 싶었다. 특히 여행에 있어 서운해 해서, 동생과 나는 언제고 함께 가자고 하면 가야지 다짐했었다. 6월에 휴가를 길게 써야 한다고, 어디 가고 싶다고 해서 그럼 둘이 갔다 오자고 했다. 우리는 상해를 고심하다, 미세먼지 때문에 오키나와에 가보자고 결정했다. 한번의 커다란 다툼이 있어, 여행은 파토날 뻔 했지만 결국 기분좋게 다녀오기로 했다. 다투길 잘했다. 그뒤로 서로 조금씩 참고 배려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 출발! 비행기가 연착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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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일들모퉁이다방 2016. 6. 5. 16:06
5월은 전주에서 시작했다. 4월의 마지막 날도 전주에서. 두 편의 영화를 보았다. 로또는 여전히 꽝. 마른 기침을 했더니, 차장님이 선물해주셨다. 아주아주 달다. 고마운 카드도 받았다. 이런 문장이 있었다. 금령씨 눈으로 본 서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몰라요. 아, 맥주를 앞에 두고 읽길 잘했다. 고마워요, 지현씨. 김종관에 빠져 있었던 날들. 열심히 읽었다. 5월 시옷의 모임 때 이 책 얘길 했는데, 봄이가 공감해줘서 좋았다. 어린이날은 충무로에서 을 봤다. 친구는 그리 보고 싶어 하지 않은 눈치였는데, 영화가 끝나고 고맙다고 했다. 좋은 영화였다고. 나는 사실 어떤 이유 때문에 영화 중반에 조마조마했는데, 다행이었다. 영화가 해피엔딩이어서. 친구도 좋아질 거다. 우리는 각자 조금 울었다. 크게 웃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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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번째 봄모퉁이다방 2016. 6. 1. 22:43
동생이 산낙지가 먹고 싶다고 했다. 나는 오늘부터 다이어트를 결심했지만 (매일 결심한다), 아직 해가 지지 않았으니 그러자고 했다. 야외 테이블에 앉았다. 산낙지 한 접시랑 맥주 한 병을 시켰다. 동생의 유럽 얘기, 회사 얘기가 이어지다, 나의 생일날 이야기가 이어졌다. 동생은 그때 파리에 있었고, 그곳에서 미역국 이모티콘을 보내줬다. 내가 말했다. 역시 좋았어, 라고. 동생이 말했다. 지금 짝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던데. "마흔 여덟살이 되었어요." 이소라가 말했다. 이천십육년 오월 이십칠일에. 나는 서른 일곱살이 되었다. 서른 일곱살의 생일날, 나는 꿈꿨던 대로, 별일없이, 이소라의 공연장에 혼자 앉아 있었다. 공연은 여덟시를 조금 넘은 시간에 시작됐다. 무대에 긴 별빛을 닮은 장식물이 내려왔다. 그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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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전야모퉁이다방 2016. 5. 26. 23:51
집에 돌아오면 혼자인 일주일을 보내고 있다. 동생은 우여곡절 끝에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마지막까지 정말 스펙터클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못가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다행이 일정을 줄여 떠날 수 있었다. 동네 문방구에서 '봉주흐'라고 쓰인 샛노란 수첩을 사서 첫 장에 이렇게 적어 선물했다. "여행지에서 모든 일이 잘 풀리면 그것은 여행이 아니다." 하루키의 새 여행책 보도자료에서 본 문장이다. 동생은 떠났고, 막내는 이번 주에는 집에 오질 못한다고 했다. 이번주 평일 내내 혼자다. 잠에서 깨어날 때도, 집에 돌아올 때도. 처음에는 외로움이 짙었는데, 점점 괜찮아진다. 내일은 막내가 올 테고, 온전히 혼자인 밤이 끝난다는 사실이 아쉽기까지. 동생들이 오면 집은 또다시 쑥대밭이 될 거다. 흑- 동생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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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서재를쌓다 2016. 5. 18. 07:10
전주에서 이 책이 내게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한옥 숙소에서 불을 끄고 혼자 누워 있다가. 홍대에 있는 카페꼼마 앞에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카페 앞에서는 흠집이 있어 정상 판매를 하지 못하는 책들을 싸게 판매하고 있었다. 그 책들을 둘러보다 발견했다. 김종관 감독의 책. 그렇게 산 책이었다. 한동안 책장에 고이 꽂혀 있었는데, 를 보고 이제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랑이거나 사랑이 아니어서 죽도록 쓸쓸한 서른 두 편의 이야기'. 서른 두 편의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에 대한 김종관 감독의 산문이 있다. 그러니까 예순 네 편 모두 김종관 감독이 쓴 거다. 서른 두 편은 모두 사랑 이야기다. 그것도 섹스에 관한. 끈적끈적한 섹스가 아니다. 촉촉한 섹스이다. 읽는 중에 친구를 만나게 됐는데, 이 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