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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일들모퉁이다방 2016. 8. 20. 10:17
잊지 않으려고 찍어둔 이야기들. 원래도 많았지만, 여름이 되니 맥주사진이 더욱 많아졌네. 이번주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름이 곧 가겠구나. 여전히 덥지만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약간 달라졌다. 견딜만해졌다. 이천십육년 여름맥주를 마실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8월에는 맥주 사진을 따로 올려봐야겠다. 9월에는 요가를 해보려고 신청해뒀다. 남은 여름아, 잘 부탁한다! 7월에 만난 6월의 시옷의 모임. 새 멤버가 들어왔고, 이 날 간만에 독서모임답게 책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비가 아주 많이 왔다. 오키나와에서 사온 프랑프랑 미키접시의 활용. 동생이 비리다고 해서 혼자 꾸역꾸역 다 먹었다. 동생이 독일에서 사다준 맥주 마지막 캔. 먼길 오느라 고생했다. 잘 가라. 오키나와에서 사온 맥주 티셔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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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서재를쌓다 2016. 8. 18. 23:09
친구와 홋카이도를 가기로 결심하고, 홋카이도 책을 찾아봤다. 가이드북 말고 에세이. 책이 적었는데, 오지은의 홋카이도 여행기는 집에 있었고, 이 책이 궁금했다. . 평이 좋아서. 홋카이도의 겨울 이야기이긴 한데 혹시나 도움이 될까 해서 합정점 중고서점에서 샀다. 몇장 뒤적거리고 잊고 지내다 여행 가기 직전에 가지고 다니면서 읽었다. 소설가가 쓴 홋카이도 여행기였는데, 무척 감상적인 글이었다. 거기서 을 소개 받았다. 17세기 일본의 기독교 박해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엔도 슈사쿠의 소설 에서, 선교 활동 중에 붙잡힌 포르투갈 신부 로드리고는 배교를 강요받는다. 배교의 증명은 예수의 얼굴이 그려진 성화를 발로 밟는 것으로, 어찌 보면 허무하리만큼 간단한, 그러나 신앙인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절차다. 성화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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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후모퉁이다방 2016. 8. 16. 22:20
거제에 갔다 삿포로에 다녀왔다. 그리고 삼일을 푹 쉬려고 했다. 토요일 저녁, 삿포로에 함께 다녀온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금령아, 아버지 돌아가셨단다. 나 지금 집에 간다.' 삿포로에서 우리는, 이 나이가 되도록 남편도 없고, 아이도 없고, 집도 없을 줄 고등학교 때 상상이나 했냐며 웃으며 맥주잔을 부딪혔다. 친구는 또 다른 하나가 없는 사람이 되었다. 일요일 새벽, 잠에서 깼다. 잠에서 깬 상태에서 티비도 켜지 않고, 음악도 틀지 않고 가만히 누워 있었다. 친구를 생각했다. 이제 아버지가 없는 삶을 살아갈 친구. 이 세상에 없는 아버지를 생각하는 삶.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삶. 친구의 아버지, 나의 아버지. 그 삶을 생각하다 목이 메여왔다. 몇년 전 친구는 많이 아팠다. 친구의 아버지가 소식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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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서재를쌓다 2016. 8. 6. 00:50
한번도 안 가봤지만 숲님이 추천해 주셔서 언젠가 가 보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동네 북카페가 있다. 한번도 안 가본 주제에 블로그를 즐겨찾기 해 놓았는데, 어느 날 소규모의 일본어 스터디를 진행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일본인이 가르쳐주고, 수업 속도도 빠르지 않고 천천히 진행하려고 한다는 설명과 함께. 이거다 싶었다. 공부도 하고, 새로운 사람도 사귀고. 전화로 문의를 했는데, 설명을 해주시는 분의 목소리와 말투가 좋았다. 목소리 만으로 좋은 사람이구나 신뢰감이 느껴졌다. 카페 스텝인데, 스터디에서 함께 공부를 할 거라고 했다. 일본여행을 가면 서점에 가곤 하는데, 무슨 책인지 조금이라도 알고 싶어서 공부를 할 결심을 했다고. 여러 가지로 좋았는데, 수업료가 비쌌고, 히라가나부터 수업을 시작한다고 해서 망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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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날 밤, 오키나와여행을가다 2016. 8. 3. 22:02
이제 뭘 하지?내 물음에, C가 미안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글쎄, 어디 카페나 갈까?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땀이 마구 흘러내렸다. 흙마당에서 뛰어놀던 동네 소년들이 우리를 보고 씩 웃었다. 수줍고 맑은 웃음이었다. 가도가도 쉴 만한 곳은 나오지 않았다. 옆에서 걷는 C는 미안한 표정을 거두지 않고 있었다. 아마 그 순간이었을 것이다. 여기 좀 재미있는데,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은.- 정이현, '두고온 것', 중에서 버스투어의 마지막 코스는 옛 미군기지였던 아메리칸 빌리지였다. 가이드북에 따르면 '도시형 리조트 지대'. 우린 나머지 일정을 여기서 묵기로 했다. 중부 바다도 보고, 쉬엄쉬엄 쉬면서 이틀을 보내기로 했다. 아메리칸 빌리지에 도착하고, 가이드에게 여기서 내리겠다고 했다. 짐을 건네받고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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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날 오후, 츄라우미 수족관여행을가다 2016. 8. 2. 23:34
가장 늦게 도쿄에 도착한 친구가 가장 먼저 알아챘다. 나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여행이 아니라 혼자 있는 시간이라는 것까지도 친구는 간파했다. 커다란 공원에 도착해서 친구는 "철아, 우리 신경 쓰지 말고, 너 혼자 여행해. 혼자 있고 싶은 만큼 있다가, 괜찮아지면 전화해"라고 등 떠밀었다. 나는 굳어진 얼굴로 나무 그늘 아래에 가서 mp3를 귀에 꽂고 수첩을 폈다. 밤나무 냄새가 너무 지독했는데 그 사실도 눈치채지 못했다. 혼자 떨어져서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점점 화를 떠나 보냈다. 두 시간쯤이 지나서야 나는 간신히 회복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누군가와 같이 여행하기에 꽤나 부적합한 인간 부류라는 걸. 이제 진짜 여행은 혼자만 떠나야겠다고.- 174~175쪽, 김민철 중에서 츄라우미 수족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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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날 오전, 오키나와여행을가다 2016. 7. 31. 22:38
끼니를 때워야 해서 호텔 밖으로 나가니 스무 걸음 정도 떨어진 곳에 모스버거가 있었다. 서글서글한 아가씨가 주문을 받았다. 나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아가씨의 일상을 상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한번은 홋카이도 오타루의 KFC에서 너무나 권태로운 표정의 점원을 본 적이 있다. 오르골, 운하, 영화 의 대사 "오겡키데스카"로 유명한 동네에 찾아오는 얼빠진 관광객들에 지친 터프한 오타루 처녀. 빨리 지긋지긋한 이곳을 떠날 생각만 하겠지. 자기 마을의 스시가 세계에서 제일 맛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구마모토 모스버거의 아가씨는 씩씩했다. 이 아가씨는 무슨 마음으로 시내 중심가가 아닌 낡은 구마모토 역의 모스버거에 지원했을까. 일은 즐겁게 하고 있을까. 여기서 친구는 사귀었을까. 아르바이트비로 무엇을 살까. 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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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서재를쌓다 2016. 7. 27. 23:00
이런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몸 속 어딘가에, 아니 마음 속 어딘가에 누군가가 내게 했던 말들을 보관하는 장소가 있는 것 같다고. 전혀 잊고 있었던 말인데, 어느 순간 문득 떠올라 나를 곰곰이 생각하게 만든다. 그때의 그이는 이런 마음이었던 거구나. 그때의 나는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지금의 내가 그 마음을 백프로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는 거다. 그 말들은 아주 소소한 말들부터 의미심장한 말들까지 다양하다. 따뜻한 말도 있고,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을 정도로 차가운 말도 있다. 얼마 전 만난 남희언니는 친구 얘기를 하며, 그즈음엔 술을 마시면 신이 나면 안되겠다고 생각했어, 신이 나는 게 미안했어, 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 말이 어느 저녁 친구네 집으로 가는 지하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