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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를 만나는 시간모퉁이다방 2016. 9. 26. 23:09
어떤 날에는 내 삶이 꽤 괜찮은 것 같다. 그런데 또 어떤 날에는 내 삶이 이모양이꼴로 여겨진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가. 그 답을 찾기 위해, 책도 읽고, 극장에도 간다. 요즘은 한동안 또 이모양이꼴 모드가 되어서, 정신을 차리기 위해 건축가의 강연을 들으러 갔다. 그를 만나고 불광천을 걸어 집으로 왔는데, 만나러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현이라는 건축가는 민머리에 저음의 목소리가 무척 좋은 사람이었다. 어떤 단어들을 굉장히 부드럽게 발음했는데, 그 톤이 참 좋았다. '건축가는 무슨 생각으로 집을 지을까?'라고 쓰인 화면을 띄어 놓고, 실은 이 중간에 '서현'이라는 이름이 들어가야 된다고 했다. '건축가 서현은 무슨 생각으로 집을 지을까?' 그리고 자신이 설계한 세 채의 집을 소개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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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암수원지모퉁이다방 2016. 9. 21. 21:42
추석 때 온가족이 마산 봉암수원지에 갔다. 마산이 창원이랑 통합되어 창원이 되었지만, 내게는 마산은 마산이다. 저수지를 반바퀴 돌고 정자 앞 나무에 모여 다같이 단체사진을 찍었다. 작은아빠는 찍겠습니다, 말씀하시고 계속 핸드폰을 들여다 보기만 하셨다. 막내삼촌이 찍는 겁니까, 묻자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시더니 버튼을 누르더니 동영상을 찍었다고 허허 소리내어 웃으셨다. 덕분에 우리는 움직이는 단체 사진을 소장하게 됐다. 다시 저수지를 반바퀴 돌아 나와서 마산 아구찜을 먹고 헤어졌다. 나는 나무과 물이 가득한 길을 걸으면서 얼마 전에 본 영화를 떠올렸다. 추석이 지나면 유럽으로 혼자 떠난다던 혜진씨도 떠올랐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 아주 긴 길을 혼자 걸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의 주인공은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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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무라이스 잼잼 6서재를쌓다 2016. 9. 8. 22:58
내게는 마스다 미리 만화책을 모두 사는 친구가 있고, 오무라이스 잼잼 만화책을 모두 사는 동료가 있다. 두 사람은 나에게 만화책들을 빌려준다. 6권이 2015년 11월에 나왔으니까 Y씨는 2015년에 구입을 하고 다 읽고선 금방 나한테 빌려줬을텐데, 세상에나 지금은 2016년 9월이다. 얼마전에 더이상 가지고 있음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자기 전에 틈틈이 보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만연한 가을이 오기 전에 돌려줄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정이 많이 들어버린 오무라이스 잼잼 가족들. 이번 6권에서는 '규동' 편에서 왠지 짠했다. 규동은 내가 좋아하는 음식. 규동은 왠지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에 먹어야 될 것 같다. 꼭 체인점에서. 든든한 돈지루를 젓가락으로 휘휘- 휘젓고 그릇을 들어 후루룩 마시면서. 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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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서양문화 수용사서재를쌓다 2016. 9. 6. 22:44
소설 을 읽고, 그 시기의 일본이 궁금해서 읽기 시작한 책인데, 읽으면서 피식피식 웃음이 났다. 심각한 내용일 줄만 알았는데, 서양 문물을 처음 접하고, 거기에 적응해 가는 그 시대 사람들의 모습이 꽤 재미나게 묘사되어 있다. 같은 시기의 우리나라 모습도 궁금해졌다. 한 권의 책으로 시작된 이야기가, 또 다른 책을 찾게 하고, 또 다른 이야기를 만나게 하며, 언젠가 깊고 풍성한 여행으로 이어질 거라 믿고 있다. - - - 16세기에 스페인에는 카스텔라 왕국이 있었다고 한다. 성이 많아 카스텔라라고 불렸는데 일본인이 일본에 와 있던 포르투갈인에게 포르투갈에서 건너온 과자를 가리키며 "이 과자의 이름은 무엇인가?"라고 묻자 "카스텔라지방에서 만든 과자"라고 대답한 것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혹은 선교사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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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의 목욕탕과 술서재를쌓다 2016. 8. 30. 22:00
동생이랑 오사카-교토 여행을 갔을 때, 우리는 들떠 있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동네 사람들만 갈 법한 자그마한 술집에 들어가 꼬치를 시키고, 맥주를 시키고, 사케와 오뎅탕을 시킬 작정이었다. 일본어를 전혀 못하면서, 들어가면 훈훈한 분위기에 모든 것이 해결될 거라 믿으며 그렇게 생각을 했더랬다. 그래서 오사카에서 저녁을 먹으려고 돌아다닐 때 일부러 큰 길 쪽에 있는 가게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골목과 골목 사이를 거닐면서 여긴 어떨까, 여기가 더 낫다,며 많이도 기웃거렸다. 그러다 이 가게다 싶은 곳이 있었다! 크기도, 밖에서 언뜻 보이는 분위기도 딱이었다. 살며시 문을 열었는데, 벌써 만석이었다. 자리가 없었다. 아주 작은 가게였다. 그렇게 한참을 헤매고, 몇 번을 거절 당하다, 결국 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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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을 위한 다짐모퉁이다방 2016. 8. 29. 21:47
쉬는 날 아침에 보는 영화를 좋아한다. 제일 좋은 건, 이른 새벽에 보기 시작하는 영화. 휴일인데 일찍 일어났고 다시 자버리기는 아까울 때, 보고 싶었던 영화들을 찾아본다. 너무 밝지 않고, 너무 어둡지 않은 그런 영화. 그런 영화를 찾아냈으면, 이불을 다시 덮고 비스듬하게 누워서 영화를 보기 시작하는 거다. 너무 느리디 느린 영화를 보게 되면 나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들게 되는데, 그런 일이 참으로 많았다. 지루하지도 않고, 마음 깊이 남는 장면이나 대사가 하나 이상이 되는 꽤 괜찮은 영화도 있었다. 영화가 끝날 즈음 해가 완전히 뜬다. 그렇게 되면 아침도, 그날 하루도 뿌듯하다. 그런 이유로 극장에서 보는 영화도 조조가 좋다. 아침에 부지런을 떨며 황급하게 나가는 일도 좋고, 아침 할인이 되는 샌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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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서재를쌓다 2016. 8. 23. 22:57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놀란 것은 사람들이 책을 매우 열심히 읽는다는 점이다. 아마 겨울이 걸어 실내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은 이유도 있겠지만, 이 나라에서는 독서에 매우 큰 의미가 가치를 두는 듯하다. 집의 서가가 얼마나 충실한가로 그 사람의 가치가 판가름된다는 얘기도 들었다. 인구에 비해 대형 서점이 많고, 아이슬란드 문단도 활발해, 1955년에는 할도르 락스네스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그가 세상을 떠나자 대표 장편소설 을 라디오에서 몇 주에 걸쳐 낭독했고, 그 시간에는 전국민이 말 그대로 라디오 앞에 못박혀 있었다고 한다. 버스가 운행을 멈추고, 어선도 조업을 중지했다. 대단하지 않습니까. 작가수도 많아서 에리캬비크에만 340명이 '작가'로 등록되어 있다고 한다. 나가세 마사토시 주연의 영화 에서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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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일들모퉁이다방 2016. 8. 20. 10:17
잊지 않으려고 찍어둔 이야기들. 원래도 많았지만, 여름이 되니 맥주사진이 더욱 많아졌네. 이번주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름이 곧 가겠구나. 여전히 덥지만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약간 달라졌다. 견딜만해졌다. 이천십육년 여름맥주를 마실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8월에는 맥주 사진을 따로 올려봐야겠다. 9월에는 요가를 해보려고 신청해뒀다. 남은 여름아, 잘 부탁한다! 7월에 만난 6월의 시옷의 모임. 새 멤버가 들어왔고, 이 날 간만에 독서모임답게 책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비가 아주 많이 왔다. 오키나와에서 사온 프랑프랑 미키접시의 활용. 동생이 비리다고 해서 혼자 꾸역꾸역 다 먹었다. 동생이 독일에서 사다준 맥주 마지막 캔. 먼길 오느라 고생했다. 잘 가라. 오키나와에서 사온 맥주 티셔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