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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일지, 세번째모퉁이다방 2016. 4. 19. 21:21
2016년 4월 10일 일요일 - 그날의 일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세수를 하고, 머리를 질끈 묶고, 여의도로 가는 버스를 탔다. 다리를 건널 때, 어젯밤에 누군가가 다리를 건너는 선명한 영상을 보내주는 꿈을 꾼 걸 기억해냈다. S와 만났고, 우리는 달렸다. S가 몇 번인가 기다려주는 걸 느꼈다. 그럴 때마다 힘을 내어 봤다. 우리는 완주했고, '너를 만나면 더 멋지게 살고 싶어진다'라는 문장이 새겨진 메달을 받았다. 둘이서 한참을 깔깔대며 웃었다. IFC몰까지 걸어가 제일제면소에서 회전샤브샤브를 먹었고, 다시 여의나루로 와 돗자리를 깔고 캔맥주를 마셨다. S는 내게 어떤 사람이 되고 싶느냐고 물었다. 내일은 S의 첫 출근날이다. 첫 출근을 앞두고 의미 있는 일을 했으니 S의 이번 회사 생활은 잘 될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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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모퉁이다방 2016. 4. 16. 22:18
감기가 왔다. 체력을 쌓아가는 중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병치레 없던 내게 올해 벌써 두 번의 병이 찾아왔다. 잠시, 아무래도 나이 들어가고 있는 건가, 생각했다. 그렇기에 이 병이 나으면 더 열심히 체력을 길러야 겠다, 고도 생각했다. 감기가 갑자기 독하게 온 탓에, 지난 선거날은 하루를 온전히 앓는데 보냈다.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시간이 아까워 죽는 줄 알았다.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는데. 그래도 느즈막이 선거는 했다. 낮에도 힘들었지만, 밤에는 더 힘들었다. 목이 아프고 열이 나서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끙끙 앓는 소리를 내다가 벌떡 일어나 화장실에 다녀오고, 가만히 앉아 있곤 했다. 저번 장염 때 급휴가를 많이 써서 이번에는 참아봤다. 낮에는 그럭저럭 버틸만 했다. 금요일, S가 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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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과 2016년 겨울모퉁이다방 2016. 4. 6. 22:59
봄이 왔고, 여름이 오고 있다. 이건 지난 겨울 이야기. 지난 겨울에는 어떤 마음을 가졌고, 어떤 마음을 보냈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시간들을 보냈는데, 뒤돌아보니 잘된 일 같다. 학원 가기 전, 이 시간이 좋았다. 공부는 하지 않고 한껏 분위기 잡고선. H오빠가 사준 후로 종종 씨지브이에 가면 버터구이를 사 먹는다. 맛나다. 컵 가득 밀크티. 보송보송 생크림. 친구 어머니께서 제주도 귤을 보내주셨다. 우리집에선 꽃이 시든다. 쌈. 조기 출근. 겨울의 온도. 홍대. S가 적어준 글귀. 시옷의 책. 두번째에 성공했다. 친구랑 꿀벌이랑 전통 아바이 순대국. 간만에, 피오니. 새로 옮긴 매장이 너무 넓어서 어색했다. 맛은 여전했다. 혼자 먹은 라멘. 그날밤, 신촌. 그날의 닉네임. 처음보는 사람들이랑 한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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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일지, 두번째모퉁이다방 2016. 4. 6. 22:01
집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갈까 말까 갈등하며 밍기적대고 있을 때, 동생은 순환운동을 하러 갔다. 우리는 1월부터 열심히 순환운동을 하고 있는데, 자매라는 걸 알아서 그런지 트레이너들이 항상 쌍으로 챙긴다. 내가 먼저 가면, 동생분은 안 오세요? 동생이 먼저 가면, 언니는 오늘 야근이에요? 동생이 독감에 걸렸을 때 이번 감기 독하다며 걱정을 해 주었고, 내가 장염에 걸렸을 때도 동생에게 소식을 듣고 아무 것도 못 먹겠다며 걱정해주었다. 이번주는 순환운동을 하지 않고, 불광천을 뛰기로 했다. 언니분은 왜 안 오세요? 라는 물음에 동생은 고민하다 말했다고 한다. "사실은요. 언니 지금 불광천 뛰고 있어요. 이번 주말에 마라톤 나간대요." 운동하는 곳에 두 명의 트레이너가 있는데, 한 명은 머리가 길고 섬세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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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일지, 첫번째모퉁이다방 2016. 4. 5. 22:37
일요일에 마라톤을 신청해뒀다. 비록 5키로이긴 하지만. 살이 빠지기 시작하자 뭔가 더 열심히 움직여보고 싶어서 주말에도 뭘 해보자 궁리했다. 요가도 생각해보고, 훌라를 배우는 것도 생각해봤다. (훌라는 강습까지 알아봤는데 내가 가능한 시간의 강좌는 너무 비쌌다 ㅠ) 그러다가 작년에 포기한 마라톤이 생각났다. 친구는 나한테 딱 한번만 같이 뛰어보자고 말했다. 뛰고 나면 너무 힘들고 뿌듯한 것이 뭐든지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그게 너무너무너무 좋다고, 나도 느껴봤음 좋겠다고 했다. 그때 신청을 하고 연습을 나름 하다 독감에 걸려 버려서 친구만 뛰었었다. 신청한 거리가 10키로인가 7키로였는데, 잘 뛰어지질 않았다. 거리가 부담스러워 감기가 와 주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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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 빛을 그리다모퉁이다방 2016. 4. 4. 22:42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다. 미술관처럼 관람하면 되는 줄 알고, 숫자가 적힌 화면 앞에서 오디오 가이드가 말하는 그림이 나오길 한참을 기다렸다. 그런데 설명하는 그림이 나오질 않길래 다음 화면으로 넘어갔다. 다음 화면도 그랬다. 그래서 또 다음 화면으로 넘어갔다. 어느 화면에서인가 한참 뒤에 오디오 가이드가 설명하는 그림이 나왔다. 전시관은 삼면이 화면으로 가득차 있었고, 중앙에 긴 의자가 놓여져 있었다. 앉아서 화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내가 찾던 그림들이 차례로 나오더라. 이렇게 보는 거구나 싶었다. 다음 전시관에서는 바로 빈 자리를 찾아 앉았다. 그리고 오디오 가이드를 순서대로 들었다. 윤상의 목소리였다. 화면에는 모네의 그림이 나왔는데, 정지된 그림이 아니었다. 그림이 그려지기 전부터 그림이 된 순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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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새벽 세시서재를쌓다 2016. 4. 1. 00:15
겨울 경주여행을 함께 한 책. 오지은의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공연을 보고, 사인도 받고, 팟캐스트도 들으면서 (내 식대로 이해한) 그녀의 바램대로 나는 그녀를 인간적으로 알아가는 것 같다. 어떤어떤 척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오지은. 언젠가 공연에서인가 라디오에서인가 (아니면 책에서인가) 오지은은 무대 위에서도 다름아닌 오지은이고 싶다고 했다. 자신이 어릴 때 동경했던 노래하는 센 언니들은 무대 위와 무대 뒤에서의 모습이 너무나 달랐다고, 자신은 그러고 싶지 않다고 했다. 부러 멋있는 척 하고 싶지 않다는 말 같았다. 부러 있는 척 하고 싶지 않다는 말 같았다. 사실 이번 책은 처음 읽기 시작할 때 두근거렸다. 이런 문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짐을 싸서 늦겨울의 교토로 떠났다. 조용하고 쓸쓸한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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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J모퉁이다방 2016. 3. 24. 23:20
"금령아, 결혼하지마." 언니가 그랬다. 언니는 지난 크리스마스 때도 이렇게 메시지를 보냈었다. 하지만 나는 알지. 이 말은 새댁들의 단골 멘트인 것을. 언니는 새댁이 되었다. 우리는 간만에 파주에서 만났다. 바람이 살을 에일 정도로 추운 날이었다. 나는 언니네 동네로 가는 버스를 타러 가다 새로운 빵집이 생긴 걸 발견했다. 구경하려고 들어갔다가 이것저것 샀다. 두개씩 사서 각각의 봉투에 담았다. 하나는 내 봉투, 하나는 언니 봉투. 언니는 결혼하지 말라는 말을 시작으로 그간의 안부를 건넸고, 나는 외롭다는 말을 시작으로 그간의 소식을 전했다. 그러는 사이, 언니의 동생이 왔다. 언니는 그동안 동생을 만나게 해주고 싶다는 이야기를 여러번 했었는데, 이번에 드디어 만나게 해줬다. 그리고 언니의 신랑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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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가을 혹은 첫눈모퉁이다방 2016. 3. 22. 22:30
이 시간. 지난 계절부터 샤브샤브. 바람. 무화과 타르트. 망원지구. 나의 치맥. 우리의 하늘. 당신의 밤. 사은품. 지금은 없어져 버린, 사은품 2. 아침. 불광천. 앉기. 동네 스시. 시옷의 책. 신도림. 혼자, 토요일의 칼국수. 모과와 모란이. 아빠와 헤밍웨이. 동네 삼겹살. 심플하지만 맛은 일품. 가득한 오늘의 커피. 보고싶은 민정이. 아침. 토요일 삭 포장. 막내 회사의 봄워크샵 후에는. 여의도. 야근. 파주. 늦가을, 커피스트. 전시 후 비어할레. 전봇대. 녹사평, 시옷의 책. 인사동 전시. 베테랑 칼국수. 무지개. 마음. 덕수궁. 돌담길. 친구와 오빠. 사랑한다. 아주 오래된 메모. 박민규 작가와의 만남. 겨울에 만나는 가을방학. 그리운, 크리스마스티라떼. 비밀의 공간. 걷기. 모모세,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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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서재를쌓다 2016. 3. 20. 21:38
토요일이었고, 오전부터 합정에 나와 있었다. B에게서 메시지가 왔는데, 메시지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이번에 나온 이기호 소설 좋대.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나는 어떤 책에 꽂히면 그 책을 손에 넣기까지 그 책만 생각하는 (그렇지만 손에 넣었다고 단번에 읽진 않는;;) 조금은 집요한 구석이 있다. 그래서 이 날도 온종일 이 책을 재빨리 손에 넣어야 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결국 오후에 홍대까지 걸어가 재고 한 권 있는 이 책을 구입했다. 짧은 소설 모음집이라 술술 읽혔다. 어떤 소설은 즐겁고, 어떤 소설은 짠했다. 그랬다. 즐겁고 짠하게 책장을 넘기다 보니, 어느새 책이 끝나 있었다. 특별히 마음에 남는 한 편의 소설을 꼽을 수는 없겠는데, 한 문장은 꼽을 수 있다. 111페이지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