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를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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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완전하게서재를쌓다 2017. 11. 18. 10:07
혼자 여행가 있을 때, 동생이 돌아오면 읽어보라고 했던 책을 이제서야 읽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천둥번개도 치고, 지진도 났다. 세상은 불완전하다. 이 책으로 일상에 제법 힘을 얻었다. 읽으면서 생각한 건, 내가 나 자신을 불완전하게 생각하는 건 남들과 비교를 해서라는 것. 비교하게 될 때, 나는 내가 부족한 걸 계속 떠올리는 거다. 그렇지만 내겐 남들에게 없는 것들도 있는 걸. 불완전하다고 느낄 때마다 그것들을 끊임없이 떠올려야지. 다 읽은 책을 세가지 색 스티커로 분류해 놓는 방법은 정말 유용하다고 생각했다. 소장할 책, 누군가에게 줄 책, 누군가를 주지도 못하겠다 그냥 버릴 책. 이렇게 세가지 색으로 책을 분류해 놓고, 처분을 한다는 것. 나는 읽고 싶은 책이 생기면 일단 사두고 책장에 꽂아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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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라는 참 이상한 일서재를쌓다 2017. 11. 11. 08:28
며칠 전, 예스24와 비씨카드가 만든 '책읽아웃' 팟캐스트를 들었다. 팟캐스트는 주로 불광천 길을 걸으면서 듣는다. 지루하지 않게 걸을 수 있다. 김하나와 김동영이 번갈아서 진행을 하는데, 김동영 편에 뮤지션 오지은이 나왔다. 둘이서 앞으로 나올 책 이야기를 하는데, 오지은이 말했다. 내 식대로 요약을 하자면 이렇다. 왜 나는 여행을 가서도 마냥 행복하지 않은가, 그런 감정들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고, 쓰고 있다고 했다. 지금 글이 잘 진행되지 않아 괴롭다고 했는데, 방송을 듣고 이 책을 기다리게 되었다. 저도 그래요, 왜 그런가요, 알려주세요, 오지은님, 이런 심정이랄까. 김동영도 마찬가지라고 했는데, 두 사람이 친해서 그런지 이야기하는 게 꽤 재밌었다. 지난 추석에는 이 책을 재미나게 읽었다. 한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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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를 찾아요서재를쌓다 2017. 10. 24. 22:30
한밤중의 SNS 탐독은 위험하다. 그곳에는 넘치게 잘 사는 사람들 뿐이고, 한밤중의 나는 부족하고 부족한 사람이 된다. 의 김민철 SNS에 올려진 책 추천글을 보고, 저자의 SNS로 넘어갔다. 그곳엔 고운 아내와 귀여운 딸, 자상한 남편, 아름다운 집이 있었다. 모두 따뜻한 사진들에 담겨 있었다. 다음날 그 분위기를 계속 떠올리다가 결국 책을 주문했다. 제목이 . 언젠가부터 현실적인 이유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없어져 버린 오후. 그 오후를 온전히 찾을 수 있었던 여행지에서의 이야기이다. 여행지에서 경험한 이야기가 좀더 많았으면 싶었고, 눈이 엄청나게 쌓인 한겨울의 시라카와고에 가고 싶어졌다. 중간중간 멈칫, 하게 되는 문장들이 있었다. - ... 어제부터 아빠와 따로 살게 되었다고 털어놓던 친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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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서재를쌓다 2017. 10. 15. 20:28
여행을 좋아하는가. 사실 나는 이 질문에 대해 고민 해왔다. 나는 여행을 좋아하지만, 좋아하지 않는 것 같기도 했다. 많은 여행자들이 돌아오는 날 무척 아쉽다고 하는데, 내 기억을 더듬어 보면 돌아오는 것이 다행인 날들이 많았다. 이만 하면 돌아가도 좋겠다고 생각하는 날들이 많았다. 내가 여행지와 진정한 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계획을 짜는 중일 때나 (사실 계획도 잘 짜지 않는다) 여행 중일 때보다, 돌아와서 일 경우가 많았다. 오히려 돌아와서 그곳의 이야기와 역사가 더 잘 읽히고, 보이고, 들린다. 남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글을 읽어 보면 그렇지 않아서 늘 내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남들의 여행은 떠나 있는 순간 전부가 늘 행복하고, 축복이며, 즐거워보였다. 나는 늘 그렇진 않았으니까. 많은 순간 행복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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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순례서재를쌓다 2017. 9. 12. 21:22
시간이 정말 빠르다. 7권 나온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8권이다. 이번 권에서는 두 가지 마음을 담아뒀는데, 첫번째는 고독. 무뚝뚝한 것만 같은, 바삭하고 고소할 것이 분명한 잔멸치 토스트를 만들 줄 아는, 외모는 아줌마인데 아저씨라고 나오니 남자라고 믿을 수 밖에 없는, 혼자 사는 후쿠다 씨가 훗날을 대비해 유언을 남기자 사카시타 과장은 요시노에게 말한다. - 사람은 마지막엔 누군가한테 신세를 지게 된다고. 말씀하셨잖아. 근데 외로워졌다거아 그런 건 아닐거야. 고립과 고독은 다르니까. 후쿠다 씨는 고독을 즐기지만 고립돼 있는 건 아니야. 이 장면을 보고 되뇌였다. 고립과 고독은 다르니까. 고독을 즐기지만 고립돼 있는 건 아니야. 고독을 즐기지만 고립돼 있는 건 아니야. 두번째는 스즈의 또다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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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빼기의 기술서재를쌓다 2017. 9. 4. 21:30
N씨는 그만둔다고 했다. 고심하고 고심했다고 했다. 그곳에 가보기로 했다고 했다. N씨는 상반기 내내 드문드문 말을 꺼냈었다. N씨가 먼저 꺼내기도 하고, 내가 먼저 물어보기도 했다. 어떤 날은 점심을 함께 먹는 식당에서, 어떤 날은 조용한 셔틀 버스에 나란히 앉아 그곳과 그 사람에 대해 이야기했다. N씨의 고민에 우리는 각자의 생각을 담아 말을 건넸는데, 결론은 너무 아깝지 않냐는 거였다. 모든 것을 다 버리고 그 곳에 가서 사는 것이. 너무 힘들지 않겠냐는 거였다. 그곳에서 그 사람만 의지하면서 사는 것이. N씨는 계속 고민했고, 어느 날 결심을 하고 이야기를 꺼냈다. 바깥의 나무들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2층의 사내식당에서였다. 점심시간 차이가 있어 식당에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텅빈 식당에서 N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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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이 드래건플라이 헌책방에서 시작되었다.서재를쌓다 2017. 8. 3. 22:36
"책을 읽어도 사람들의 삶은 바뀌지 않는다." 소설은 이렇게 시작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책을 읽으며 우리는 변하고, 점점 더 좋은 사람이 되어간다고. 그건 단순히 책만 읽는다고 이루어지는 건 아니고, 노력하는 내가 있어야 한다는 걸. 더 잘 살기 위한, 더 좋은 사랑을 하기 위한 노력. 출판사 시절, 소윤이는 만날 때 마다 많은 걸 건네줬는데 이 책도 그 중 하나였다. 언니가 좋아할 것 같아, 읽어봐. 책은 작가의 스펙타클한 이력만큼 잘 읽힌다. 작가 셀리 킹은 잘 다니던 회사에서 정리해고 된 이후 마음 속에 품고 있었던 이야기를 소설로 쓰고 싶다는 결심을 하고 그 꿈을 이룬다. 이 책이 그 꿈의 실현이다. 말랑말랑한 로맨스 소설에 가깝다고 볼 수 있는데, 읽어 나가다 보면 깊숙한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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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서재를쌓다 2017. 8. 2. 23:04
아마도 내 기억이 맞다면, 나쓰메 소세키를 온전히 읽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 권 밖에 읽지 못했지만, 100년이 더 된 나쓰메 소세키의 이야기가 아직도 잘 읽히고 있는 이유를, 나는 나에게서 찾았다. 나는 을 읽으면서 '선생님'의 마음이 되었다. 책을 읽을 당시 나는 친구와 싸웠고,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너는 절대 모른다는 친구의 말이 무척이나 서운했다. 이렇게 말해도 너는 모르는 거야, 라는 마음으로 지금껏 내게 그 많은 이야기들을 털어놓은 건가 생각했다. 그렇게 말한다면 내가 아는 친구의 일은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소설 속 '나'는 선생님을 가마쿠라 바닷가에서 만난다. 나는 선생님을 '발견'하고 단번에 마음에 끌린다. 그렇게 나의 일방적인 구애로 두 사람의 관계는 시작된다. 선생님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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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면 스페인서재를쌓다 2017. 7. 25. 21:12
그래도 나름 읽은 게 있어서, 누군가 스페인 여행 어땠냐고 물어보면 나는 바르셀로나를 다녀왔다고 대답했다. 그런 주제에 바르셀로나에서는 장난감 파는 가게 주인에게 아 유 스페니쉬? 라고 물어봤다. 주인은 웃으면서 대답해줬지만, 가게를 나온 뒤에야 아차, 싶었다. "바르셀로나에는 스페인 사람이 없다. 그저 카탈루냐 사람만 산다.(p.20)" 카탈루냐 사람들은 지금도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을 요구하고 있다. 책은 바르셀로나에서 시작해 카다케스와 피게레스에서 끝난다. 바르셀로나에서 시작해 돌고 돌아 바르셀로나 인근에서 끝나는 것이다. 이탈리아 여행을 앞두고 를 읽으며 너무나 좋았던 동생이, 내가 바르셀로나에 있는 동안 작가와의 만남에 참석해 사인까지 받아줬다. 다녀오면 읽으라고. 다녀왔고, 읽었다. 읽으면서 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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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서재를쌓다 2017. 6. 6. 03:09
지금 시간 새벽 2시 20분. 정말정말 오래간만에 잠이 오질 않는다. 사실 아까 한 차례의 고비가 찾아왔는데, 영화를 보던 중이었고, 내일 쉬는 것이 너무나 소중했기 때문에 정신을 바짝 차렸다. 그러고나니 잠이 달아났다. 한때 내가 사랑하던 새벽 시간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열 두시 되기 전에 잠들어 푹 자는 것이 가장 큰 행복. 간만에 새벽의 행복을 맛보고 있다. 잠이 확 달아나버려 아예 일어났다. SNS에서 오지은이 알려준 뒤로 냉밀크티를 종종 해먹는데 맛있다. 우유에 홍차잎을 가득 담아 냉장고에 밤새 넣어두기만 하면 된다. 나는 단 걸 안 좋아해서 시럽도 안 넣고 그냥 마신다. 내일 아침에 마셔야지. 그러고 물을 끓여 차를 우려냈다. 우유도 살짝 섞었다. 노트북을 켜고 책장에서 책을 가지고 왔다. 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