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를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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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여자랑 결혼을 한 번 해봤는데요서재를쌓다 2018. 8. 1. 21:40
동생은 핸드폰 중독이다. 특히 인스타그램 중독. 출퇴근할 때 연락해보면 인스타를 보고 있고, 집에서도 엄청 일찍 이부자리를 펴는데 누워서 하는 건 인스타 보기. 그렇게 보면서 맛집도 발견하고, 괜찮은 커피집도 발견한다. 간혹 좋은 책도 발견하는데, 김민철 씨의 도 동생이 발견한 책이다. 그렇게 발견하면, 꼭 자기가 사지 않고 이거 재밌겠다! 하고 링크를 슬며시 건넨다. 나는 그렇게 좋으면 니가 사지! 하면서 링크를 열고, 결국 현옥되어 주문한다. 그렇게 동생도 읽고, 나도 읽는다. 이 책 도 그렇게 주문한 책이다. 부천에서 오키로북스라는 서점을 운영 중인 오사장님이 자신의 신혼생활을 인스타그램(!!)에 기록했고, 그것이 재미나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었고, 이 기록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 출간까지 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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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서재를쌓다 2018. 7. 16. 22:15
가끔 회사를 그만두면 무얼 해야할까 생각한다. 그리고 최근에는 서울이 아닌 곳에서 살게 되면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곤 한다.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어떤 일을 하게 될까. 다른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 나는 왜 기술이 있는 일을 하지 않았을까. 돈은 계속 벌 수 있을까. 지금 너무 낭비하고 사는 게 아닐까. 아끼고 아껴 좀더 모아야 하지 않을까 등등의 생각. 지금까지 해 봤던 일과 전혀 다른 일을 하면 어떨까. 아니,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어떤 일이 좋을까. 책을 좋아하니까 조그만 책방은 어떨까. 어느 월요일, 조금은 울적한 마음으로 생각에 생각을 이어가다 이 책이 떠올랐다. 장바구니에 오랫동안 담아놓고, 매번 주문 때마다 슬쩍 빼버린 책. 지금이야말로 주문해서 읽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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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서재를쌓다 2018. 7. 1. 09:36
아주 멀리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 때, 아일리시를 생각한다. 2016년 봄에 보았던 영화를, 2017년 겨울 책으로 다시 읽었다. 2017년 겨울, 내가 아는 한 가장 멀리 다녀온 사람이 아일리시였다. 아일리시는 아일랜드 소도시에서 미국 뉴욕 브루클린까지 간 사람이다. 1950년대에. 똑똑하지만 시대상황 상 그럴듯한 직업을 구하지 못하고 있던 아일리시에게 어느 날 신부가 제안을 해 온다. 브루클린에 가면 직장을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사랑하는 가족과 헤어지기 싫었던 아일리시는 아일랜드를 떠나기 싫어한다. 아일리시를 단호하게 보낸 건 그녀의 친언니였다. 동생의 미래를 위해 떠나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별은 힘이 들었다. 향수병도 깊었다. 짙은 향수병 덕에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고, 점점 마음의 안정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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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뭐 먹지?서재를쌓다 2018. 6. 14. 22:06
홈플러스에서 야키소바면과 소스를 샀다. 면 세개와 소스 세개가 한 묶음이다. 순한맛과 매운맛이 있었는데, 고민하다 둘다 샀다. 두 번 해 먹었는데, 두 번 다 2인분이었다. 순한맛과 매운맛을 하나씩 섞었다. 마트에서 천원짜리 컷팅 양배추와 붉은색 초생강도 샀다. 컷팅 양배추는 딱딱한 것과 보슬보슬한 것 두 종류가 있었는데, 보슬보슬한 배추로 골랐다. 집 건너편에 야채가게가 생겼다. 자주 애용하는 역앞 가게보다 훨씬 싸다. 거기선 작은 당근 세 개를 샀는데, 역시 천원이었다. 좋아하는 정육점에서 대패삼겹살도 샀다. 대패삼겹살은 늘 이 집이다. 두 번 해 먹고 딱 한 번 더 해 먹을 만큼 남았다. 재료 준비는 끝. 이제부터는 간단하다. 야채는 모두 채썰어두고, 대패 삼겹살을 먹기 좋게 자른 뒤 기름을 두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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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사람에게 다녀왔습니다서재를쌓다 2018. 6. 10. 14:05
루나파크의 웹툰과 글을 열심히 보던 시기가 있었는데, 루나의 친구로 등장하는 노난이라는 특이한 별명의 사람이 이 노란 책을 출간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정한 사람에게 다녀왔습니다. 남유럽에서 열여덟 명의 사람을 여행한 기록. 표지 색깔이며, 길다란 제목이 따뜻한 책일 것 같았다. 바로 주문했다. 읽어보니 역시 따뜻한 책이었다. 노난이라는 별명을 가진 노윤주 씨는 따뜻하고, 용기 있고, 느긋하고, 삶의 순간순간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 작가 소개에 의하면 네 번 회사를 옮겼고, 회사를 자주 그만둔 덕분에 길고 짧은 여행을 다닐 수 있었단다. 겁이 많지 않은 덕분에 낯선 사람들을 따라가 숨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단다. 가장 쓰고 싶은 것은 언제나 일기란다. 나는 이런 여행들을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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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일본의 맛서재를쌓다 2018. 6. 8. 22:13
진짜 일본은 어떤 모습일까? 이동하기는 편할까? 그곳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수정처럼 맑은 계곡과 콘크리트 숲, 자로 잰 듯 반듯하게 정리된 정원, 눈 덮인 산, 고딕 로리타 패션의 소녀, 게이샤....... 이 모든 것이 혼재된 곳에 과연 유럽에서 온 호기심 많고 평범한 가족이 (환대를 받는 것은 고사하고) 비집고 들어갈 만한 작은 공간이라도 있을까?- 26쪽 자욱한 숯불 연기 속에서 아이들이 꼬챙이에 꽂힌 닭 내장을 기분 좋게 우적우적 씹어 먹는 모습을 바라보노라니 참으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지구 반대편에서 콘플레이크와 토스트로 시작한 하루가 이렇게 마무리되다니,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꿈이 아닌가 싶으면서 한편으로 이상하게 흐뭇하고 행복했다. 우리 가족은 그렇게 일본에 연착륙했다. - 46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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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PD의 미식여행, 목포서재를쌓다 2018. 5. 23. 21:17
목포 여행 전에 읽은 책. 미식 여행을 하고 싶어서 였는데, 귀찮아서 숙소 근처만 다녔다. 비록 낙지도 먹지 못하고, 한정식 부럽지 않다는 백반도 먹지 못했지만, 그래도 맛난 음식들을 먹고 다녔다. 제일 기억에 남는 건 함양에서 먹은 오동통한 길거리 소라. 책에 소개된 음식 중에 하나는 먹었다. 목포에서 유명하다는 유달콩물. 어릴 땐 휴일 아침에 시장에서 얼음 동동 띄워진 콩물을 곧잘 사다 마셨는데. 콩국수를 시켜먹고, 콩물은 한 통 사가지고 와서 집에서 아껴 마셨다. 진하고 고소했다. 책은 여행을 앞두고 있어 나름 재미나게 읽었던 것 같다. 포스트잇 붙여둔 페이지들. 여행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여행지에 가서 주로 보고 듣는다. 관광(觀光)이라는 한자어가 뜻하듯 어디 놀러간다는 것은 그곳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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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맛집산책서재를쌓다 2018. 5. 10. 23:14
히라마츠 요코의 가 무척 좋아서 새 책이 출간되면 때맞춰 읽어야지 다짐했었다. 신간 알리미 신청을 안 해놔서 몰랐는데, 이라는 촌스러운 제목의 책이 히라마트 요코의 새 책이라는 걸 알고 바로 주문했다. 그림이 조금 나오는데, 의 다니구치 지로가 그렸다. 히라마츠 요코가 출판사 편집자 Y군과 함께 맛집을 찾아가 음식을 먹는 내용인데, 흠. 뭐랄까 뒤로 갈수록 기사 느낌이랄까. 딱딱한 글도 있고, 잘 읽히지 않기도 했다. 기대를 너무 많이 했나보다. 그래도 다시 일본을 가게 된다면 방문하고 싶은 가게가 몇 생겼다. 중고서점에 팔기 전에 적어둬야지. 그나저나 나는 '비어홀'이라는 단어가 왜 이렇게 좋을까. 비어홀. 듣기만 해도 넓직한 곳에서 왁자지껄하게, 삼삼오오 커다랗고 튼튼한 맥주잔을 부딪히는 풍경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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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 흙수저와 정서적 금수저서재를쌓다 2018. 5. 8. 20:49
망원의 벨로주에서 친구와 나란히 본 정밀아 공연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곡은 '심술꽃잎'이다. 정밀아는 노래를 부르기 전에 자신의 어린시절에 대해 이야기했다. 집안에 사정이 있어 형제 중 자신만 잠시 시골 할머니집에 맡겨졌는데, 그때 서럽고 슬펐던 것이 어른이 되어서도 가끔 생각이 났다고 한다. 이 아이를 잘 달래서 노래로 만들어 잘 보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심술꽃잎'은 그렇게 만든 노래라고 했다. 노래 가사에 나오는 큰 나무, 풀잎, 바람 모두 실제의 것이니, 노래를 들을 때 그것들을 직접 눈앞에 그려보라고 했다. 노동절에는 혼자 광화문에 가 와인영화를 봤다. . 와인 영화라고만 생각했는데, 마지막까지 다 보니 아버지와의 어긋난 관계로 집을 떠나 이곳 저곳을 떠돌던 주인공이 집에 돌아와 돌아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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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서재를쌓다 2018. 4. 10. 22:16
가 무척 좋아서 기대했는데, 흠. 이 작가의 소설을 두 권 밖에 읽지 않았지만, 아마도 꽤 오랫동안 베스트는 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 소개에 의하면, "마흔여덟살, 이혼 후 다시 독신이 된 남자 주인공이 새 동네, 새 집에서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이야기. 내내 동경하던 단독주택에서의 우아한 삶, 그리고 옛 연인과의 오랜만의 해후."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늙은 뒤에 혼자 혹은 함께 살아가는 삶에 대해 생각했다. 모두가 일찍 세상을 뜨지 않는 한, 언젠가는 늙으니까.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노년의 삶일까, 하는 생각. 어쨌든 소설 속 주인공처럼, 주인공이 세 들어 사는 주인집 할머니처럼, 우아하고 여유있게 살지는 못할 거다. 주인공의 여자친구처럼 병이 들었을 때 헌신적인 자식도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