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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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 는다서재를쌓다 2020. 7. 19. 16:50
내 직업 인생은 팟캐스트 을 맡기 전과 후로 나뉜다. 이런저런 곳에서 말할 자리들이 있기는 했지만 을 맡고서야 비로소 '말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나의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으니까. 온라인 서점 예스24에서 새로 시작하는 도서 팟캐스트의 진행을 맡아달라는 섭외를 받았을 때, 처음엔 망설였다. 일단 이름이 괴상한 느낌이었다. 또 난 이미 10년 넘게 프리랜서로 생활하고 있었고 장기 여행도 곧잘 떠나는 편이라 2주에 한 번 고정 스케줄이 생기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그렇지만 이전에 해보지 않은 새로운 영역이었기에 나의 모토인 '하면 는다'를 되새기며 한번 해보기로 했다. 나는 '하면 된다'는 말은 싫어하지만 '하면 는다'는 말은 좋아한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일단 해보면 조금은 늘 것이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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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무국모퉁이다방 2020. 7. 14. 22:24
일요일에는 비가 왔다. 혼자 있는 동안 자두를 두개 꺼내 먹고 티비를 보다 잠이 들었다. 선잠이었다. 책을 읽으려다 실패했다. 갑자기 소고기무국 생각이 났다. 냉장고에 반쯤 남은 무가 있었다. 맑고 깊게 국을 끓여 새로 한 밥을 말아 푹 익은 김치를 얹어 먹으면 좋을 것 같았다. 귀리를 섞어 쌀을 씻은 뒤 밥솥을 닦고 취사 버튼을 눌러뒀다. 집에서만 입는 얇은 원피스 위에 가디건을 걸치고 츄리닝 바지를 입었다. 우산을 쓰고 정육점에 갔다. 롯데슈퍼는 휴무였다. 슈퍼에 갔으면 뭔가 더 살 게 있었는데 정육점이어서 국거리용 소고기만 샀다. 정육점에 들어가기 직전에 백종원 레시피를 검색한 터라 수입산 국거리 소고기 200g 주세요, 라고 정확하게 말했다. 아저씨는 냉동인데 괜찮아요? 물었고 좋다고 했다. 두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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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캐쳐모퉁이다방 2020. 7. 5. 16:56
모성애라는 거 낳았다고 바로 생기는 건 아닌가봐. 친구가 말한 적 있다. 지금에야 둘도 없는 엄마가 되었지만 출산을 하고 난 뒤 아직 엄마가 익숙하지 않다고 했다. 함께 시간을 오래 보낸 지금은 서로에게 둘도 없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 안방에는 침대와 서랍장, 친구가 선물해준 화분이 있다. 서랍장 위에 티비가 있고 가습기가 있고 여름이 되어 자그마한 선풍기도 마련했다. 청첩장을 담은 나무액자도 올려놓았고 이제는 향이 나지 않지만 여전히 올려둔 보경이의 디퓨저와 다이소 시계, 언젠가 솔이의 마니또 선물이었던 자그마한 조명이 있다. 침대 양옆으로 작은 공간이 있어 각자의 물건을 올려놓을 수 있다. 나는 책도 올려놓고 스탠드도 올려놓고 고무줄과 안경도 올려놨는데 남편은 딱 핸드폰 충전기만 올려놓는다. 지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