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에 해당되는 글 16건

  1. 기타와 노래, 이영훈입니다. 2 2012.05.19
  2. 단 한 번의 이브나 5 2012.03.15
  3. 2008 Live 2008.01.01
  4. 올해 마지막 마이앤트메리 공연 10 2007.12.30
  5. Real Live, 마이앤트메리 2007.09.07
  6. 2007 Live 2007.06.06

 

 

 

 

   나보다 세 살이 어린 사람. 내 동생과 나이가 같은 사람. 남자인 사람. 멘트를 할 때 쑥스러워 여자관객들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사람. 착하게 생긴 사람. 웃을 때 예쁜 사람. 체크무늬 셔츠를 입고 나온 사람. 리허설 때 너무 열심히 노래를 불러 목이 쉬어버렸다고 말하는 사람. 그럼에도 잘 불렀다 생각한다고 수줍게 말하는 사람. 요즘 돈이 제일 걱정거리라고 이야기하는 사람. 내일 춘천에 오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사람. 길에서 혼자 울고 있는 여자를 보고 노래를 만드는 사람. 그 노래의 제목을 위로라고 짓는 사람. 같이 연주하는 세션들이 자기보다 훨씬 더 유명한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사람. 봄을 좋아하는 사람. 비를 좋아하는 사람. 짝사랑을 많이 해봤을 것 같은 사람. 서툰 고백을 할 것 같은 사람. '결국엔 멀어진다 하더라도 오늘만은 나만의 봄이 되어줘'라고 노래하는 사람. 다음에 또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 '반갑고요.'라고 적어주는 사람. 내가 수십번 반복해서 들었던 '비 내리던 날'을 만든 사람. 어제 그 노랠 혼자 기타를 치면서 불러준 사람.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 금요일 밤을 근사하게 만들어 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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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이브나

from 무대를보다 2012. 3. 15. 22:06


   구두를 꺼내신고 새 귀걸이를 한 3월의 수요일. (남들은 이 날을 화이트 데이라 했다.) 저녁 7시에 혼자 대흥역 근처에 있는 한 백반집에서 생선구이 백반을 먹고 있었다. 일본에서는 또 지진이 났다 했다. 유럽의 어느 나라에서 버스 사고가 크게 나 아이들이 죽었다고 했다. 이런 저런 뉴스를 보는 동안 고등어 살을 발라먹고, 두부 반찬도 다 먹고, 다시마도 초장에 찍어 먹고, 목이 버섯 반찬도 다 먹었다. 백반집을 나와, 나와 같은 장소로 가는 것이 분명한 사람들과 발을 맞춰 걸었다. 동생을 기다리는 동안 자판기 커피를 뽑아 마시고, 화장실로 가 양치를 했다. 8시에 나는 마포에 있는 한 공연장에 앉아 있었다. 가을방학, 클래식에 빠지다.

    공연은 1부, 2부, 3부로 진행됐다. 1부는 가을방학이 밴드 음악을 들려주고, 2부에서는 바이올린리스트 김주현 씨가 나와 클래식 선율을 들려줬다. 그녀도 혼자는 아니었다. 몇 곡은 피아노와 함께 했고, 몇 곡은 첼로와 피아노와 함께 했다. 나는, 아니 우리는 순전히 가을방학을 보러 간 거였는데, 프로그램을 사보니 2부에 이런 순서가 준비되어 있어 놀랐다. 계피가 계속 노래하는 거 아니였어? 우리 둘 다 그랬는데, 동생은 모르겠지만 나는 1부보다 2부가 더 좋았다. 2부에서 그야말로 내 가슴이 잔잔하게 요동쳤다.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 선율이 흘러나올 때, 에디트 삐아르의 <사랑의 찬가> 선율을 들을 때, 나는 3월은 이렇게 아름답고 슬픈 선율을 듣는 계절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설레면서 마음이 아픈 게 3월이라고. 김주현 씨는 뒤에까지 잘 안 들릴 지도 모르니 마이크를 쓰자는 공연장 측의 권유를 거절했다고 했다. 본연의 음을 들려주고 싶다고, 그러니 당신들도 부디 귀를 쫑긋 세우고 본연의 음을 들어달라고. 우리는 귀를 쫑긋 세우고 본연의 음을 들었다. 그래서, 감동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도, 뭐라해도 하이라이트는 3부였다. 클래식 선율과 함께 가을방학의 음악을 듣는 무대. 계피가 노래하고, 정바비 '선생님'이 기타를 치고, 김주현 씨가 속해있는 솔리스트 에이의 바이올린 소리, 피아노 소리, 첼로 소리. 거기다가 베이스와 드럼까지. 3부의 모든 곡이 좋았지만, 최고는 '이브나'였다. 편곡하신 분도 가을방학 노래 중에 '이브나'가 제일 마음에 들어 공을 많이 들였다고 했다. 동생은 이 노래를 듣다가 울었다. 이 시간이 지나면 음원으로도,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곡. 마음으로만 떠올릴 수 있는 곡. 정말 아름다웠던 곡. 나는 이 노래를 듣다 여러 번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면 만개한 벚꽃나무가 우리 주위로 그득했다. 벚꽃 비가 내리는 한가운데서 계피가 노래한다.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발을 까딱거리며, 팔꿈치로 리듬을 타며 '늦은 봄 눈 같은 나의 고백도 꽃 노래가 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았어.' 이 봄, 앞으로 많은 노래들을 들을 테지만 이 단 한 번의 '이브나'를 들었으니 됐다. 이번 봄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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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Live

from 기억의기억 2008. 1. 1. 00:08

민자씨의 황금시대.
신경림 시인 북 콘서트.
썸걸즈.
컴퍼니.
철수영희.

마이앤트메리_First Cir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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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29(sat) REAL LIVE song list

intro + 공항가는길
내게 머물러
그걸로도 충분해
monologue
반지를 빼면서
ordinary world
148km
인생의 챕터
파도타기
(GUEST)
라오스에서 온 편지 (with 루시드폴)
그대손으로(with 루시드폴)
무지개 (루시드폴)
오, 사랑 (루시드폴)

너는 내맘속에
4:20
기억의 기억
sweet
랑겔한스
with
럭키데이
골든글러브 + 데드볼
(encore)
특별한사람
rock n' roll star



   공연이 끝나고 간단히 맥주 한 잔을 하고 나오니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야말로 윤건의 '홍대 앞에 눈이 내리면'이예요. 홍대 앞에 눈이 내리면, 어떠냐구요? 좋아 죽는 거예요. 특히 오늘같이 끝내주는 공연을 보고 나온 날이면 더더욱. 바람때문에 눈이 거세게 휘날리는데 마치 오늘 하루 정말 특별했지, 오늘을 더 특별하게 기억하렴, 2007년 그리 나쁘지 않았어, 라고 속삭여주는 듯 아름다웠어요. 오늘도 어김없이 엄지 손가락 두 개 번쩍 치켜듭니다. 당신들, 최고예요. 정말.

   홍대 앞에서 집에 가는 버스를 타서는 제일 뒷 자리에 앉았어요. 버스 안에 사람들이 가득했는데 운 좋게 자리가 있었어요. 당장 플레이어를 꺼내서 메리 이모들 음악을 재생시켰어요. 창 밖으로 눈이 사뿐사뿐 내리고, 버스 안은 사람들로 꽉 차고, 나는 제일 뒷자리에서 이 모든 걸 지켜보면서 음악을 듣는데, 나만 행복한 것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나만 당신들을 알고, 나만 당신들의 음악을 듣고, 나만 오늘의 공연을 갔다 온 것처럼. 이 버스 안에서 내가 제일 행복한 듯한 느낌.

   생각해보니 올해 초에 처음 공연을 보러 가서 홀짝 반해서 씨디를 사고, MP3 플레이어에 음악들을 옮겨뒀으니 거의 1년 내내 메리 음악들은 제 플레이어에 있었던 거예요. 하루에 한 번 이상은 꼭 재생이 되었구요. 거의 1년 내내 당신들의 음악을 들어온 거예요. 공연도 오늘까지 4번을 다녀왔고. 공연 갔다오면 한 달 정도는 매일 메리 음악만 지겨운 줄도 모르고 들었으니. 올해 제가 제일 많이 들은 음악은 당신들 음악인 거예요. 가사도 모조리 다 외워버렸죠. 그래서 토마스의 가사들은 모두 시라는 것도 알아버렸고. 그 가사들이 내게 위안이 된다는 것도. 특히 요즘은 그 가사요. '날 기억한다면 나를 믿어줘. 실망했다면 날 잊어도 좋아'  

   변함없는 노래들이 시작되고, 끝나고, 또 시작되고 끝나고. 입담 좋은 토마스는 또 우리들을 웃겨주시고, 메리진은 듀란듀란의 노래를 부르고, 메리준은 심장박동 소리같은 드럼을 쿵쿵쿵 울려주시고. 들을 때마다 설레이는 노래들이 시작되고, 끝나고, 또 시작되고 끝나고. 토마스는 2007년을 보내기가 싫다고, 꼭 술자리에서 나만 끝내기 싫어서 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모두 술을 돌리고 있는 것 같다고 하고, 메리진 매번 공연이 끝나갈 때면 우리는 속으로 울고 있다고 하고, 메리준은 새앨범 작업에 들어갔는데 정말 끝내줄거라고 하고. 올해 내가 들었던 어떤 노래보다 최고인 마지막 노래들이 시작되고, 우리는 두 손 높이 들고 콩콩 뛰면서 고함을 지르면서 노래를 따라부르면서 열광하고, 무대 위의 당신들은 그런 우리를 보고 벅차하고. 마지막 앵콜까지 끝나면 우리는 아쉬워하고, 토마스는 여전히 번호는 가르쳐주지도 않은 채 전화하라고 손짓만 하고.  

   아, 그리고 게스트로 나온 루시드 폴. 토마스가 북유럽에서 오신, 이라고 그를 소개했을 때 우리는 콩콩 뛰었고, 그를 환호했고, 그들은 함께 '라오스에서 온 편지'를 불렀고, 함께 '그대 손으로'를 부르며 손을 번쩍 올렸고, 혼자서 '무지개'를 불렀고, 혼자서 '오, 사랑'을 불렀어요. 원래는 한 곡만 하려고 했었다면서, 결국 4곡을 불렀어요. 그의 어색한 동작들과 수줍은 미소와 소년같은 목소리는 실제로 마주하니 어찌나 좋았던지요. 요즘 폴 음악을 매일 듣고 있다고 소리쳐주고 싶었어요.
 
   처음 가본 스탠딩 공연이였는데요. 다리 아픈 지도 모르고 2시간 반 동안 서 있었으면서 가끔 콩콩 뛰어주기까지 했는데, 나중에 공연장을 나오는데 진짜 다리가 후들거렸어요. 무릎도 시리고. 그래도 정말 좋았어요. 앞 사람에 가려서 가끔 무대가 보이지 않았지만, 음악에 몸을 맡기고 보면 오른쪽 왼쪽 출렁이면서 당신들이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것도 좋았구요. 사람들이 콩콩 뛰면 바닥에 진동이 느껴질 정도로 출렁거리는 것도 좋았어요. 우리가 모두 함께 당신들을 즐기고 있다는 증거였거든요. 지금까지 공연 중에서 최고였어요. '특별한 사람'을 부를 때 '행복해' 라고 노래하는 토마스에게 나두요, 나두요, 나도 지금 '행복해'요 라고 따라서 노래했구요. 확실히 당신의 표정은 내 말을 들은 것 같았어요. 무대 위의 당신은 정말 행복해보였거든요.

    빨리 새 앨범 가져다주세요. 빨리 새 공연 데려다주세요. 왜 여기에 와야하는지, 왜 당신들을 좋아할 수 밖에 없는지 확실하게 느꼈던 공연이였어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정말 최고, 최고예요. 보이죠? 엄지 손가락 두 개 쫙 핀 거.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오늘. 눈 봤죠? 오늘의 피날레를 장식한. 오늘은 똑같은 멤버에 똑같은 소주와 삼겹살이더라도 외롭지 않겠죠? 온 힘을 다해 열광한 우리가 있었으니깐. 지금 행복하죠? 나도 지금 행복하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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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 당신들을 좋아하게 됐을까요. 어제 공연을 보면서 내내 생각했어요. 어쩌다 이렇게 당신들의 음악에, 당신들에게 매력을 느끼게 되었을까, 하고.

   처음 당신들을 만났던 올해 봄, 그 장소 그대로 홍대 클럽 打에서 세번째로 당신들을 만났어요. 당신은 여전히 음악에 푹 빠져 있었고, 당신은 여전히 예민했고, 당신은 여전히 감미로왔어요.
 
   어제는 내내 음악을 들으면서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생각했죠. 어떤 음악이였을까. 왜 뭐든지 그런 순간이 있잖아요. 전체적으로 그것들이 좋은 것도 있지만 특히 내 마음에 와닿았던 특별한 순간, 특별한 말투, 특별한 표정. 누구에게나 특별한 건 아니지만 내게만 특별한 그런 순간들 말이예요. 어제는 솔직히 그게 뭐였나 꼬집어낼 수 없었어요. 처음 공연에 갔을 때는 그것이 '골든글러브'였다고, '4시20분'이였다고, '락앤롤스타'였다고 말할 수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어제는... 흠, 딱 꼬집어서 말할 수가 없어요.

   처음에는 그냥 이벤트에 당첨되어 가서 가만히 당신들의 음악들을 듣고 있다가 종이 울리던 순간이 있었죠. 그게 공연이 끝나가던 중이여서 너무 안타깝고 해서 집에 와서 그 날 친구가 사줬던 사인씨디를 몇번을 반복해서 들었는지 몰라요. 아, 내가 이 노래를 진작에 알았다면 오늘 공연에서 따라부르면서 더 신나했을텐데, 하면서 몇번을 가사를 출력해놓고 따라불렀었죠.

   그러다 완벽히 가사를 외우고 두번째 공연에 가서는 신나게 당신들의 노래들을 따라 불렀죠. 두 시간 내내 서서 고래고래 따라 불렀지만 힘든줄 모르고 가슴이 벅차오르기만 했어요.

   그리고 어제 세번째 공연. 나는 가끔씩 당신들을 보고 미소짓고, 가끔씩 당신들을 보고 생각하고, 가끔씩 당신들의 노래를 따라 불렀어요. 그러면서 때때로 나를 생각하고, 오래 전에 헤어졌던 친구를 생각하고, 지금 내 앞에서 생생하게 노래를 부르고 있는 당신들을 생각했어요.

   첫번째 당신들의 공연을 보고 와서 흠뻑 반해있었을 때,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던 자료들과 방송들을 찾아 보고, 게스트로 나오던 라디오를 시간 맞춰 듣던 그 때. 나는 생각했어요. 당신들이 좋은 이유는, 솔직한 가사, 마음에 꼭 와닿는 멜로디, 연상이 좋다는 연애에 관한 이야기, 동창들을 만나러 가면 주식 등등의 이야기에 거기서 동떨어진 사람이 된 것같은 기분이라며 음악 안에서 완전해진다는 이야기들. 그런 이야기들이 나는 좋았어요. 그리고 당신들의 마음이, 당신들의 음악이 좋았어요. 그런 음악들 있잖아요. 깊은 새벽이나 밤이 어깨에 소복히 앉은 그런 시간에 길을 걷고 있으면 이어폰 너머의 음악이 살포시 내게 말을 거는 음악.

   어떤 때는 사랑을, 어떤 날은 추억을, 어떤 시간은 지금의 나를 이야기하는, 당신들의 음악이 좋아요. 단지 그것뿐이예요. 그래서 계속 당신들의 생생한 음악을 들으러 갈거예요. 그러니 당신들도 계속, 될 수 있는 한 오래 당신들만의 생생한 음악을 들려주길 바래요.

   TV에서 펜타포트 3일에 관한 다큐를 봤는데요. 60살이 넘은 할아버지께서 30살보다 정정한 모습으로 캡 모자를 쓰고 락음악을 즐기고 계시더라구요. 3일 내내 출석하시며 마지막날 카메라를 보면서 '내년에 만나요'라고 말씀하시더라구요. 나도 당신들의 그런 팬이 되고 싶어요. 진심으로.

당신들의 이런 가사처럼 살포시 고백해보아요.
'난 첨은 아니지만, 우리의 첨을 기억해.'

사진은 도시락 웹진에서 퍼왔어요.
가장 최근의 마이앤트메리 사진인 것 같아서요. :)
일요일까지 공연 힘내서 하세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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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Live

from 기억의기억 2007. 6. 6.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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