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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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와 노래, 이영훈입니다.무대를보다 2012. 5. 19. 11:10
나보다 세 살이 어린 사람. 내 동생과 나이가 같은 사람. 남자인 사람. 멘트를 할 때 쑥스러워 여자관객들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사람. 착하게 생긴 사람. 웃을 때 예쁜 사람. 체크무늬 셔츠를 입고 나온 사람. 리허설 때 너무 열심히 노래를 불러 목이 쉬어버렸다고 말하는 사람. 그럼에도 잘 불렀다 생각한다고 수줍게 말하는 사람. 요즘 돈이 제일 걱정거리라고 이야기하는 사람. 내일 춘천에 오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사람. 길에서 혼자 울고 있는 여자를 보고 노래를 만드는 사람. 그 노래의 제목을 위로라고 짓는 사람. 같이 연주하는 세션들이 자기보다 훨씬 더 유명한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사람. 봄을 좋아하는 사람. 비를 좋아하는 사람. 짝사랑을 많이 해봤을 것 같은 사람. 서툰 고백을 할 것 같은 사람.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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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이브나무대를보다 2012. 3. 15. 22:06
구두를 꺼내신고 새 귀걸이를 한 3월의 수요일. (남들은 이 날을 화이트 데이라 했다.) 저녁 7시에 혼자 대흥역 근처에 있는 한 백반집에서 생선구이 백반을 먹고 있었다. 일본에서는 또 지진이 났다 했다. 유럽의 어느 나라에서 버스 사고가 크게 나 아이들이 죽었다고 했다. 이런 저런 뉴스를 보는 동안 고등어 살을 발라먹고, 두부 반찬도 다 먹고, 다시마도 초장에 찍어 먹고, 목이 버섯 반찬도 다 먹었다. 백반집을 나와, 나와 같은 장소로 가는 것이 분명한 사람들과 발을 맞춰 걸었다. 동생을 기다리는 동안 자판기 커피를 뽑아 마시고, 화장실로 가 양치를 했다. 8시에 나는 마포에 있는 한 공연장에 앉아 있었다. 가을방학, 클래식에 빠지다. 공연은 1부, 2부, 3부로 진행됐다. 1부는 가을방학이 밴드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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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마지막 마이앤트메리 공연음악을듣다 2007. 12. 30. 02:16
2007.12.29(sat) REAL LIVE song list intro + 공항가는길 내게 머물러 그걸로도 충분해 monologue 반지를 빼면서 ordinary world 148km 인생의 챕터 파도타기 (GUEST) 라오스에서 온 편지 (with 루시드폴) 그대손으로(with 루시드폴) 무지개 (루시드폴) 오, 사랑 (루시드폴) 원 너는 내맘속에 4:20 기억의 기억 sweet 랑겔한스 with 럭키데이 골든글러브 + 데드볼 (encore) 특별한사람 rock n' roll star 공연이 끝나고 간단히 맥주 한 잔을 하고 나오니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야말로 윤건의 '홍대 앞에 눈이 내리면'이예요. 홍대 앞에 눈이 내리면, 어떠냐구요? 좋아 죽는 거예요. 특히 오늘같이 끝내주는 공연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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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Live, 마이앤트메리음악을듣다 2007. 9. 7. 21:15
어쩌다 당신들을 좋아하게 됐을까요. 어제 공연을 보면서 내내 생각했어요. 어쩌다 이렇게 당신들의 음악에, 당신들에게 매력을 느끼게 되었을까, 하고. 처음 당신들을 만났던 올해 봄, 그 장소 그대로 홍대 클럽 打에서 세번째로 당신들을 만났어요. 당신은 여전히 음악에 푹 빠져 있었고, 당신은 여전히 예민했고, 당신은 여전히 감미로왔어요. 어제는 내내 음악을 들으면서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생각했죠. 어떤 음악이였을까. 왜 뭐든지 그런 순간이 있잖아요. 전체적으로 그것들이 좋은 것도 있지만 특히 내 마음에 와닿았던 특별한 순간, 특별한 말투, 특별한 표정. 누구에게나 특별한 건 아니지만 내게만 특별한 그런 순간들 말이예요. 어제는 솔직히 그게 뭐였나 꼬집어낼 수 없었어요. 처음 공연에 갔을 때는 그것이 '골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