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비를보다
-
연휴동안티비를보다 2016. 10. 5. 23:57
할머니의 먼 집립반윙클의 신부다가오는 것들바다의 뚜껑물숨 연휴 동안의 나의 목표였다. 하지만 연휴 내내 씻기도 싫고, 나가기도 귀찮아서 이틀 내내 집에만 있었다. 집에서 보쌈도 시켜먹고, 통닭도 시켜먹었다. 아, 맥주 사러 마트에 한 번 나갔다. 그래서 살도 쪘다. 집에 있으면서, 책도 읽지 않고, 영화도 보지 않고, 내내 티비만 봤다. 아, 한심하다. 티비를 끄고 책을 읽자, 티비를 끄고 밖으로 나가자, 생각만 수십 번 하고. 마침 비가 내려주었던 순간도 있어서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마지막 날에는 너무 심한 것 같아, 상암에 가서 커피도 마시고, 영화 한 편을 보고, 불광천을 걸어 집으로 왔다. 저 리스트 중 만 성공했다! 그래도 연휴 동안 건진 게 하나 있다. 드라마 . 이 드라마에 푹 빠지게 됐다...
-
오구실티비를보다 2016. 2. 3. 23:11
지난 12월의 메시지. - 언니 72초티비 오구실 알아? - 엉 보는데 언니 생각나. - 귀엽고 몽글몽글한 드라마임. M 덕분에 알게 된 드라마. 12월에 한번 보고, 1월에도 또 한 번 봤다. 2월이 되었으니 한 번 더 봐야지. 몽글몽글한 드라마를 보고 내 생각을 해 준 사람도 고맙고, 오구실도 고맙네. 오구실도 나처럼 연애고자네. 그렇지만 몽글몽글한 연애고자인 것이다. 연어덮밥과 우동을 나눠 먹는 야근, 술이 잘도 들어가서 조심해야 되는 날 잠깐 밖에 나와 바람 쐬는데 따라나오는 두근거림, 무심하게 내일의 약속을 잡는 쫀득쫀득함, 해장국을 먹고 를 보는 휴일 아침. 아, 오구실. 어떻게 그걸 까먹었어. 보고 있으면 마구마구 설레인다. 그리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 2월에는 연애고자짓을 하지 않겠다!
-
오렌지 데이즈티비를보다 2014. 10. 19. 20:38
연인이 된 카이와 사에. 사에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 몇년 전부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대학교 캠퍼스에서 우연히 둘은 만나게 되고, 모난 성격의 사에를 카이는 때로는 이해하고, 때로는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자신의 마음을 왜곡해서 받아들이는 사에에게 화를 내기도 하고, 그녀에게 진심으로 도움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노력한다. 사에는 그 마음을 잘 알지만, 그래서 너무 고맙지만 자신의 현실 때문에 행여 그에게 누를 끼칠까봐 더 모나게 행동하기도 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해가고, 좋아하는 마음을 키워간다. 카이에겐 똑 부러진 연상의 여자친구가 있었다. 두 사람은 마음만 각자 키워간다. 들키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들키지 않을 리가 없다. 바라는 미래가 달라 여자친구와 헤어지게 된 카이. ..
-
최후로부터 두번째 사랑티비를보다 2014. 6. 7. 23:25
나, 이 언니에게 완전히 반했다. 이름은 치아키. 나이는 46살. 독신이다. 직업은 드라마 프로듀서. 이야기는 치아키가 카마쿠라라는 도쿄 근교 도시의 오래된 주택을 구입해 살면서 시작된다. 이 언니는 이쁘고, 당당하고, 예의도 바르다. 할 말은 확실하게 하고, 남의 이야기도 잘 들어준다. 그래서 이 언니의 집에는 상담손님이 제 집인양 끊임없이 방문해서 며칠씩 자고 가기도 하고, 맥주를 그냥 막 꺼내 마시고, 주인없는 집에 먼저 와 기다리고 있기도 한다. 완벽해보이지만 이 언니에게도 그렇지 않은 면도 있다. 그래서 더 인간적이다. 거의 먹여 살린 연하의 남자가 포스트잇으로 이별을 고하기도 했고, 카마쿠라에서 다 같이 살자는 술자리 친구들의 말을 믿고 바로 실행에 옮기기도 했다. 결국 치아키만 카마쿠라에 집..
-
아내의 자격티비를보다 2014. 4. 12. 17:15
이십 대에 꿈꾼 사랑이 있었다. 또렷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아마도 그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그래서 내 생활이 망가지는 것도 개념치 않는 그런 사랑이었을 거다. 삼십 대에 꿈꾸는 사랑도 있다. 이십대의 사랑과는 조금 다르다. 그렇게 무모하게 아프고 싶지는 않다. 을 보고 사십 대의 사랑에 대해 생각해봤다. 이십 대 때는 어리석게도 삼십 대의 사랑은 없을 것만 같았다. 삼십 대가 되니 사십 대의 사랑 같은 건 없을 것만 같았는데, 이 드라마를 보고 사십 대의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사십 대에도, 오십 대에도, 육십 대에도 사랑은 계속될 거라는 사실. 그게 곁에 있는 사람일 수도 있고, 새롭게 만나게 될 사람일 수도 있고, 짝사랑일 수도 있고. 김희애가 이성재와 동거를 시작하게 됐을 때,..
-
세계테마기행, 설국티비를보다 2014. 3. 15. 21:23
일본행의 보다 직접적인 계기는 소설가 나카자와 케이 씨와의 만남이다. 그녀와는 2000년 5월(아오모리)과 2002년 11월(원주) '한일문학작가회의'에서 두 번 만났는데, 원주에서 만났을 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내가 눈을 배경으로 소설을 쓸 계획이라고 말하자 진지한 표정으로 듣고 있더니 일본 동북부의 아키다나 야마가타로 가는 게 어떠냐고 말했다. 정말 눈 때문에 갈 거라면 말이다. - 윤대녕, 작가의 말 중에서 다시보기 리스트를 뒤적거리다 EBS 세계테마기행 일본 설국 편을 봤다. 윤대녕의 책에서 본 것처럼 홋카이도만큼 혹은 더 많은 눈이 내리는 지역이었다. 혼슈 지방의 나가노, 니가타, 기후, 아오모리. 처음에는 겨울을 보내며 눈 구경이나 실컷하자는 마음이었는데, 다큐를 보면서 여행을 소개하는 ..
-
고잉 마이 홈티비를보다 2013. 11. 24. 15:41
어젯밤, 드디어 마쳤다. 고잉 마이 홈. 처음 방영을 시작했을 때 시도했었는데 매번 2시간 가까이 되는 1화를 넘기지를 못했다. 가을. 뭔가 마음에 진하게 남을 드라마를 보고 싶었다. 가볍지 않고 여운이 남는 그런 이야기. 우리 집에 여덟 개의 계단이 있는데, 그 계단을 오르면 가슴 정도까지 오는 복층 공간이 있다. 여름에는 더워서 올라갈 생각을 못했는데, 조금씩 쌀쌀해지자 밤이 되면 올라갔다. 따뜻한 이불을 깔아놓고 그리고 덮고서는 노트북을 켰다. 그렇게 1화부터 천천히 봤다. 늘 한 회를 무사히 넘기지 못했다. 어떤 날은 반쯤 보다 잠들었고, 어떤 날은 정말 거짓말이 아니라 켜자마자 잠들었다. 같은 회를 여러 날에 걸쳐 봤다. 그렇게 조금씩 보니, 그 시간들이 기다려졌다.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
-
연우의 여름티비를보다 2013. 10. 28. 10:26
은행 갈 일이 있어 월요일 연차를 냈다. 동생에게 미리 말해두지 않아 알람을 끄면서 계속 자는 나에게 동생이 지금 6시 40분이야! 일어나! 한다. 연차야, 말하고 잤다. 일어나니 7시 40분이다. 어제 동생이 사온 새 원두로 커피를 내리고, 고구마 하나와 닭가슴살 하나로 아침을 때웠다. 은행에 다녀왔다가 마트에 가서 미니 믹서기를 사기로 했다. 김민준이 에서 작은 믹서기로 쥬스를 만들어 먹었는데, 사이즈가 아담한 것이 마음에 딱 들었다. 검색해보니 가격도 저렴하다. 어제 보고 자려다가 잠이 쏟아지는 바람에 못봤던 드라마로 월요일 아침을 시작하기로 했다. . 교통사고 때문에 엄마의 일을 대신하게 된 연우. 연우는 인디밴드 보컬이다. 청소일을 엄마가 나을 동안 대신 맡게 되었다. 그 회사에서 초등학교 동창..
-
마호로역전번외지티비를보다 2013. 9. 28. 08:53
오래된 지인이 소개해주는 영화나 책이나 드라마는 결국에는 좋다. 오래 알고 지내는 사람은 나와 코드가 맞는 사람이니, 그 사람이 좋다고 한 것이 내게도 좋은 건 당연한 일. 그런데 반신반의할 때가 있다. 처음이 힘든 종류의 것들. Y언니가 추천해 준 이 드라마도 그랬다. 처음에 재미가 없고, 30분 여 남짓의 1회를 다 보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이건 Y언니가 미리 해준 충고. 1회 보고, 2회 정도만 보고 나면 그 뒤로는 재밌게 술술 넘어갈 거라고. 그렇게 인내의 1회와 2회를 지나니 정말 언니의 말처럼 재미있는 시간들이 찾아왔다. 마지막회까지 금방 봤다. 마호로에서 심부름센터를 운영하는 다다와 교텐이 있다. 두 사람은, 아니 실질적으로 에이타인 다다는 심각한 경제난으로 인해 의뢰가 들어오면 할 ..
-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티비를보다 2013. 8. 30. 22:56
생협에서 맥주가 나왔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동네 두레생협에 갔는데, 거기가 아닌가봐. 맥주가 없어서 그냥 이것저것 구경하고 나왔다. 플레인 요구르트도 맛나 보이고, 아버지 두부도 맛나 보이고, 여러가지 사고 싶은 것들이 많았는데 빈 손으로 나왔다. 파리빠게뜨에 들러 호밀식빵을 사고, 정육점에 들러 왕란 한 판을 샀다. 시금치도 사고 싶었는데, 짐이 너무 많아 멀리 가질 못하겠어서 실패. 아무래도 생협에서 팔던 치즈는 사 올걸 그랬나보다. 만원이 넘어서 바로 진열대에 놓아버렸는데, 정말 건강해 보이는 동그랗고 커다란 치즈 덩어리였다. 지난 주말부터 이번 주까지 이 드라마를 봤다. 제목이 아주 길다.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이게 다 제목이라니. 흐- 보는 내내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