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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근
    모퉁이다방 2021. 3. 6. 08:02

     

      다시 출근한지 3주가 지나고 있다. 재택을 두 달 반이나 했다. 첫 주에는 긴 출퇴근길이 고단했으나 금새 몸이 적응해 나가고 있다. 재택할 때는 늦게 일어나도 되니 밤에 잠이 잘 오지 않는 날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집에 와서 밥 먹고나면 바로 기절이다. 집에 사람이 들어오는지 바로 옆에 누가 눕는지 모를 정도로 기절하듯 잠에 든다. 일찍 일어나니 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도 알겠다. 해가 뜨는 시간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 차 타고 역까지 나가는 길이 점점 밝아진다. 초여름이 가까워지면 이 시간이 지금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환하겠지.

     

      탕이는 출근 첫 날 지하철 안에서 지나치게 콩콩거려 나를 놀라게 했다. 이제 자신만의 하루 사이클이 생기고 외부 소리에도 반응을 한다는데 집에서 앉아 있거나 누워만 있던 엄마가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이고 출렁출렁 걷고 집에서는 듣지 못하던 소리들이 들려오니 그랬던 걸까. 신이 나는지 콩콩 거리며 활달하게 움직였다. 이제는 사무실에서도 힘차게 움직인다. 태동이 점점 힘차지고 있다. 어떤 순간에는 어이쿠 하는 느낌이 들 정도. 아가는 잘 있는 것 같다. 엄마와 함께하는 긴 출퇴근길을 지루해하지 않고 신기해하면서.

     

      2주동안 지하철에서 책을 두 권 읽었다. 역시 최고의 독서장소는 전철 안이다. 두 권 다 산문집이었고 한 권은 집에 대한, 한 권은 여행에 대한 책이었다. 지금은 소설집을 읽고 있다. 다시 여행을 가게 되면 나는, 우리는 어떤 여행을 하게 될까. 예전처럼 조바심 내지 않고 잘 보고 잘 걷고 잘 먹을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지난 주말에 동생이 와 함께 영화 <세자매>를 봤다. 흠. 세자매의 캐릭터가 너무 세서 보면서 많이 당황했다. 끝나고도. 그러고 감정이 순화될 수 있는 영상을 봐야한다며 찾다가 동생이 신세경의 유튜브 파리여행 영상을 틀어줬다. 생각했던 것보다 좋았다. 거기엔 낯선 곳이 있었고 설렘이 있었고 풍경이 있었고 맛있는 음식이 있었다. 엄마와 함께 여행하며 밖에서는 그곳의 음식을, 숙소에서는 그곳의 재료로 한국의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도 좋았다. 잘 차려진 깔끔한 여행 조식이 그립다.

     

      임신을 하니 눈물이 많아졌다. 호르몬 핑계를 될 수 있겠지만 원래도 눈물이 많았으니 그냥 우는 것일 수도. 어느 날은 서러워서 엉엉 울었다. (이런 날은 드물다) 화장실 안에서 엉엉 울고 있는데 뱃속이 크게 꿀렁-했다. 아가가 태동을 한 것이다. 엄마 울지 말라고 그러는 거야, 싶어 더 눈물이 났다. 그래서 조금 더 울고 씩씩하게 눈물을 닦고 나왔다. 두 사람이 한 몸에 있는 신기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오늘은 병원을 다녀와 스파게티를 먹고 <미나리>를 봐야지. 동네에 좋아하는 빵집의 체인점이 생겼다. 내일은 거기서 팟콩파이도 사다 먹어야지. 정말 소중한 주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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