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에서 3시즌을 해주는 걸 꼬박꼬박 챙겨 보고 바로 4시즌을 찾아서 봤어요. 한동안 놓고 지냈던 미국 드라마며 일본 드라마가 요즘 어찌나 재밌는지. 그거 보는 재미에 푹 빠져있습니다. <위기의 주부들> 4시즌 보는데 작가 파업 때문에 9화에서 멈춘겁니다. 아, 그 이야기며 타이밍이 어찌나 적절한지. 다음편 이야기가 궁금해서 미칠 직전이예요. 1월에 다시 방영한다고 하니 그때까지 참아야 되겠지만 4시즌, 어찌 이리 재밌는겁니까. 제가 이제 <위기의 주부들>의 과감한 살인과 변함없는 거짓 사건들에 푹 빠진겁니까, 아님 4시즌이 특히 재밌는 겁니까. 왜 이렇게 재밌는 거냐구요.
위스테리가의 네번째 이야기들에서도 여전히 비밀스럽고 끔찍한 사건들이 많이 일어났어요. 그렇지 않으면 위스테리가가 아니잖아요. 이사 온 이웃들도 부쩍 늘었구요. 지금부터 완전한 <위기의 주부들> 4시즌 9화까지의 스포일러입니다.
일단 이디요. 3시즌에서 자살하는 것처럼 끝났었죠. 이디라구요. 이디. 그러니깐 자살 따위는 절대 할 가능성이 없는 거죠. 연기였습니다. 카를로스를 자기 사람으로 만들려고 이 짓까지 했는데, 어설프게 하는 바람에 정말 죽을 뻔 했었어요. 이디는 카를로스랑 결혼하려고 계속 애쓰는데, 카를로스 마음은 영 딴 데 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디는 해외에 있는 카를로스의 불법 자금을 가지고 자꾸 협박을 해요. 그러자 카를로스는 최후의 방법을 취하죠.
카를로스는 3시즌 마지막에 예고했던 대로 다시 가브리엘이랑 다시 이어졌어요. 그런데 두 사람이 각자의 연인에게, 각각의 이유로 매여있는 상태라는 거죠. 카를로스는 이디의 협박때문에, 가브리엘은 자기 관리 철저한 시장 빅터에게. 그 때문에 뭐 불륜 아닌 불륜,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하다가 돈 다 챙겨서 도망을 가려는 찰나에 무시무시한 태풍이 불어 닥칩니다. 실제로 에바 롱고리아가 임신과 가정적인 문제로 더 이상 출연 안 한다고 해요. 아, 총총거리며 돌아다니는 귀엽고 섹시한 개비가 더이상 나오지 않는다니. 그래서 다른 이웃들이 위스테리가로 이사를 많이 온 것 같은데 그 큰 빈자리를 누가 채울런지.
섹스 앤 시티에서도 캐리의 연인이자 시장 역할로 출연했던 빅터는 자기 바람 핀 것때문에 겁 잔뜩 먹은 가브리엘 때문에 바다 한 가운데서 죽다 살아났어요. 보트 씬은 비교가 안 되긴 하지만 코믹한 <리플리>버전이랄까요? 크. 죽다 살아난 빅터는 일부러 기억상실증에 걸린 척 하고 가브리엘과 카를로스에게 철저히 복수를 하려는 것 같았는데 9화에서 어이없게 태풍때문에 날아온 굵은 나무 조각에 박혀 죽어버렸다는. 빅터가 복수하려고 하는 이야기를 살려도 재미있었을텐데 가브리엘이 안 나오니깐 그렇게 끝나버린 것 같아요. 아쉬워라.
브리는 3시즌 끝에서 가짜 임신을 했잖아요. 끝까지 임신한 행세를 하고 자기 딸 다니엘의 아이를 자신의 아이처럼 키우게 되는데, 그 가짜 임신을 하는 동안 너무 웃긴 거예요. 솜으로 만든 가짜 배니깐 사람들이 안으려고 하면 절묘하게 피하는 솜씨하며. 1화에서는 파티에서 포크가 배를 찔러서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데 가짜 배니깐 그걸 느낄리가 있겠어요? 그걸 본 동네 할머니는 기절 일보 직전이시고. 완전 웃겼어요. 앤드류도 정신 차리고 엄마를 기특하게 해 주시고 (별로 믿어지진 않지만요) 다니엘의 출산 장면도 찡했어요. 이 두 말썽꾸러기들이 제 정신을 차린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아요. 조만간 또 무슨 사건들을 꾸미겠죠. 브리는 또 완벽하게 수습하려고 애 쓸테고.
브리와 함께 임신한 위스테리가의 여인, 수잔. 수잔은 늘 커다란 비밀없이 소소한 실수들을 저지르며 푼수를 떨고 다니잖아요. 4시즌에서도 여전해요. 딸과 남편 사이에서 누구 편을 들어줘야 할 지 몰라서 딸에게는 비밀스럽게 딸의 편을 들어준다하고, 겉으로는 남편의 입장을 존중해주는 척했해요. 하지만 역시 수잔이기에 금방 들통이 나고 말죠. 이웃에 이사온 게이 커플이랑 친해지고 싶어서 개를 숨겨놓고는 헤매다가 찾아주는 감동의 계획을 짜지만 역시 실패하고. 수잔스러운 일들이 4시즌에서도 이어져요. <위기의 주부들>에서 가장 현실적인 인물이지요. 그래서 방정맞긴 하지만 수잔이 좋아요.
르넷은 암에 걸려서 삭발까지 해요. 처음에는 친구들에게 속였는데, 몸이 너무 힘들어지는 바람에 모두에게 솔직하게 말하죠. 진짜 삭발한 것 같던데 펠리시티 허프먼 대단한 것 같아요. 점점 르넷이 좋아져요. 암은 다행스럽게도 깨끗하게 제거되었어요. 그 장면도 정말 멋졌는데. 아무튼 그러는 사이에 르넷에게 사건들이 많았죠. 엄마가 간호 차 와 계셨는데, 암에 걸린 경험이 있었던지라 딸을 덜 힘들게 해 주려고 케익에 마리화나를 넣어서 먹이고. 갑자기 힘이 불끈 나고 기분이 좋아진 르넷은 동네 사람들 앞에서 헤롱거리고. 그리고 참 좋았던 장면이였는데, 투병하는 엄마를 지켜보는 아이들이 자기들도 힘들었는지 저희들끼리는 나무 위 오두막집 위에서 만큼은 병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기로 해요. 그걸 르넷이 듣고 가슴이 찢어지는 거예요. 자기도 아픈 엄마를 둔 기억이 있으니깐. 그런데 게이 커플이 소음이 심한 분수대를 틀어놓아서 동네 반상회가 열리는데 위스테리가 미관을 떨어뜨리는 정원의 것들을 모두 다 치우자는 제안이 나와요. 르넷이 아이들 나무 위 집 때문에 이걸 막기 위해서 아픈데도 불구하고 대표가 되기 위해서 나서요. 펠리시티 허프먼, 정말 마음에 드는 배우예요.
뭐 남자들도 사건사고가 많았죠. 마이크가 마약 중독이였고 마이크의 아버지는 살인죄로 감옥에 있는 사실을 수잔이 알게 되요. 가브리엘의 미성년 연인이었던 존도 깜짝 등장했구요. 이제는 미성년이 아니지만. 올슨과 톰은 별일없이 아내들 도우면서 지냈던 것 같고. 새로 이사온 캐서린 집이 예사 집이 아니예요. 예전에 위스테리가에 살았었는데 급하게 시카고로 이사를 갔었죠. 분명 이 집에서 한 사람 죽어나간 거 같아요. 캐서린의 이모가 캐서린 집에서 임종을 맞이하는데, 진실을 말해야 겠다며 케서린의 딸 딜런에게 무언가 계속 말하려고 하지만, 캐서린이 매번 막아요. 브리보다 한 수 위인 완벽주의자예요. 결국 쪽지 하나를 남기고 죽는데, 아직 그 쪽지는 침대 밑에 있구요. 누가 발견하게 될지. 딜런은 예전에 위스테리가에 살았던 기억이 하나도 없어요. 줄리랑 단짝친구였는데 그것도 기억에 없죠. 줄리가 이 사실을 알고 딜런을 도와주려고 하고 있어요. 성과는 별로 없었지만요. 캐서린의 새 남편도 시카고에서 온 스토커 여자에게 시달리게 되는데, 캐서린은 여자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고 믿었지만 마지막에 그렇지도 않다는 게 밝혀지죠. 그런데 그 여자가 태풍에 휩쓸려서 죽어 버린다는.
9회에 위스테리가에 거대한 태풍이 불어닥쳤고, 벌써 몇 명은 죽었어요. 르넷의 아이들과 탐이 무사한지 밝혀지지가 않았는데 제발 무사해야 해요. 9회의 앨리스의 초반 나래이션에 한 명의 남편과 한 명의 친구를 잃게 된다고 했는데, 지금 현재로선 빅터가 죽었고 그 시카고 스토커 실비아도 죽은 듯 하고. 누가 또 죽을지 궁금하고 겁나요. 카를로스일까요? 아니면 가브리엘?
그레이 아나토미 4시즌이 시작됐다. 짜잔. 이번 시즌은 한 주 한 주 챙겨서 봐야겠다. 기다리는 맛도 있으니. 1화의 타이틀이 <A Change is Gonna Come>인 것 처럼 우리의 인턴들이 레지던트로 돌아왔다. 조지만 빼고.
4시즌 1화는 레지던트가 된 주인공들과 다시 인턴이 된 조지의 첫 날에 관한 이야기다. 인턴들을 거드리며 1시즌의 나치 미란다의 흉내를 내는 우리의 레지던트들은 보기에 영 어색하기만 하고, 3시즌의 복잡하고 처절했던 결말이 4시즌으로 이어지면서 그레이스 식구들의 마음도 얼굴도 모두 어둡기만 하다.
4시즌 시작의 포인트는 모두가 마음이 아프고 힘든 상태라는 것.
3시즌에서 엄마와 새엄마를 하늘나라로 보냈다. 그리고 아빠도 잃은 셈인 메러디스는 데릭에게 서로를 생각할 시간을 가져보자는 이야기를 들었다.
크리스티나와 버크는 결혼식에서 무너졌다. 늘 준비가 되지 않았던 크리스나의 마음은 결혼식장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확신이 섰고, 늘 준비가 되어 있었던 버크는 바로 그 순간 더이상 둘 사이가 이어질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이지가 그저 친구였던 '너를 사랑한다'는 걸 고백한 때의 조지는 켈리의 남편이었다. 여자의 육감이란 무서운 지라 켈리는 이를 눈치채고 불안하고 화가 나고, 이지에게 더 이상 키스를 해 줄 수 없다고 했지만 조지는 이지를 사랑하는 게 분명하다. 눈빛이 딱 그렇잖아.
알렉스는 이지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환자와 사랑에 빠졌고, 이지가 예전에 못 그랬던 것처럼 마음은 아프지만 그녀를 보내줬다.
리차드는 여전히 아내와의 문제로 삐끄덕거리고, 에디슨과 버크는 4시즌에서 사라져버렸다. 미란다는 왜 자신이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프레지던트를 켈리에게 뺐겼는지 이해할 수가 없고, 우리의 바람둥이 마크 선생은 이제 같이 잘 여자 말고 같이 이야기할 친구가 필요하다걸 느끼는 순간 외로워진다.
그리고 새 인턴들 중에 가장 눈에 띄는 사람. 렉시 그레이. 메러디스의 의붓동생이 인턴으로 들어왔다. 렉시는 메러디스가 그랬던 것처럼 데릭과 바에서 만났고 조지를 신생아병동에서 위로해줬다. 렉시의 문제는 바로 언니 메러디스. 여전히 문제에 직면하면 피해버리고 마는 메러디스때문이다.
복잡하구나. 어찌됐음 아프고 시린 마음으로 시작하는 4시즌의 그레이스 병동에는 변화가 찾아왔고, 첫날을 보내는 동안 이런저런 문제들이 해결되기 시작했다. 아니, 또 복잡해지기 시작했다고 해야하나? 확실히 마지막 조지의 멘트는 그들의 관계를 복잡하게 만드는 데 충분했다. 이 복잡하고 문제 많은 관계들이 또 어떻게 꼬여갈지 보는 재미가 있는 그레이 아나토미니깐.
아무튼 반가워, 4시즌. 좋은 이야기들로 잘 부탁하구. 섹시한 버크와 에디슨이 빠져서 아쉽긴 하지만. 귀엽고 예쁜 렉시가 들어왔으니. 에디슨은 아나토미 스핀오프 드라마로 빠졌단다. <Private Practice>. 3시즌에 잠깐 2화로 나온 거 나는 그저그랬는데. 아무튼. 인턴들에게 약하게만 보였던 이지가 어이없게 말려든 사건을 해결한 후 인턴들에게 연설을 하며 돌아설 때 정말 멋졌다. 왜 자꾸 내가 뿌듯해지는지. 멋진 레지던트 언니, 오빠들의 활약을 기대하며 이만 총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