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e a part time lover and a full time friend
The monkey on your back in the latest trend
I don't see what anyone can see in anyone else.. but  you


주노에게.
  
   그래. 나는 니가 열여섯의 나이에 임신을 했으면서 아이를 낳겠다고 담백하게 결심을 해 버린 그때부터 이건 현실이 아니라 영화구나, 생각했어. 니 얘긴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기 때문에 가능한 게 아니라, 현실이 아니라 영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거라고. 열여섯의 나이에 임신을 했다는 너의 고백에 산부인과 예약 이야기를 꺼내는 너의 부모님을 본 후로부터 그래, 이건 아주 쿨한 영화구나, 생각했지. 그래, 이건 단지 104% 쿨한 영화일 뿐이라고.

   그런데 주노, 영화가 계속될수록 나는 니가 부러웠어. 영화가 끝나고 난 뒤에는 계속 외쳤지. 니가 부러워. 너의 부모님이 부러워. 너의 햄버거 전화기 친구가 부러워. 너의 남자친구가 부러워. 너의 기타도 부러워. 너를 둘러싸고 있는 긍정적인 공기까지도 부러워. 니가 현실이었으면. 따뜻하고 활달한 너의 세계가 현실이었으면 내내 바랬어. 정말 나는 니가 부러웠어.

   니가 낳았지만 한번도 보지 못한 너의 아이는 어떻게 자라고 있을까? 아들이었나? 딸이었나? 바네사 부인이 정한 이름이 따로 있었는데 그 이름들도 생각이 안 나네. 그 아이는 이제 바네사의 아이지만 왠지 너를 쏙 빼다 닮았을 거 같애. 너와 같이 그리스 신화 속 이름이여도 좋을텐데. 헤라 여신, 주노의 아들이나 딸의 이름을 따서 말이야. 바네사 부인이 그런 센스를 마지막에 발휘했을까?

   흠. 그 아이는 너도 나도 보지 못했지만 분명 밝을거야. 쿨하고. 건강할거야. 긍정적이고 따스할거야. 격한 락음악을 좋아할거야.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집 앞에서 튕기는 기타 선율도 좋아할거야. 공포영화는 뭐니뭐니해도 피가 난무하고 뇌나 배 정도는 단번에 쓸어내버리는 끔찍한 것에 환호할거야. 입술이 새파래지는 슬러쉬 음료를 좋아할거고, 뭐든지 잘 먹을거야. 청바지에 캔버스 운동화를 즐겨 신고, 아, 사탕중독일지도 몰라. 달리기도 좋아할 수도 있겠다. 사랑한다는 표현을 수줍지만 달콤하게 할 줄 아는 아이일거야. 그리고 무엇보다 세상을 104% 따스하게 느끼는 아이일거야. 그렇지?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너를 만나고 나오는 길에 그런 얘길 들었어. 너를 만난 근처 광화문엔 봄,여름,가을,겨울이란 네 개의 자그마한 술집이 있는데 모두 친한 친구들끼리 하는 거래. 아. 그 이야기가 너무 멋진거야. 영화 속의 너처럼. 계절의 이름을 딴 작은 술집이라니. 분명 계절을 닮은 술집 주인들이 있겠지? 광화문을 지나오는 길에 봄, 여름, 겨울을 찾았어. 가을은 찾지 못했지만 다음에 지나가면 금방 찾을 수 있을 거 같아. 어쩌면 그 날은 가을에 들어가 볼지도 몰라. 네 명의 친구는 어떻게 사 계절을 배분했을까. 봄을 닮은, 여름을 닮은, 가을을 닮은, 겨울을 닮은 친구들일까. 내가 그 친구들 중 한 명이였다면 나는 어떤 계절을 배분 받았을까. 나는 네 계절 다 좋은데. 주노, 너는 어때? 너는 아무래도 여름을 제일 많이 닮은 것 같아. 쿨하잖아.

   응. 그래. 주노, 우리 다음에 또 명랑하게 만나자. 그때쯤이면 나도 53%정도는 쿨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볼께. 그때쯤이면 가끔은 연인이고 보통땐 친구인 너의 귀여운 남자친구같은 사람이 내 곁에 있도록도 노력해볼께. 나, 기타도 꼭 배울거야. 그래서 너처럼 함께 연주해볼래. 내가 멋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다 기타를 잘 치더라. 그게 항상 부러웠어. 그래, 주노. 그때까지 잘 지내. 건강히. 너처럼.


                                                                                  2008년 3월 1일 토요일,
                                                                                  104% 쿨해지고 싶은 너의 팬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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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ludensk 2008.03.01 17:59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리뷰가 멋있으세요ㅎㅎ 편지형식이라니ㅎ
    저도 주노가 정말 부럽더군요ㅠ 트랙백 남기고 갑니다~ㅎ

  2. 봄이면요 2008.03.01 19:1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봄이면 생각이 맑아지나봐요.좋은 영화 소개 고마워요.

  3. 박양 2008.03.01 20:2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독특한 형식의 리뷰군요.. :)
    잘 읽고 갑니다
    저도 한번 봐야겠어요~ :D

  4. 신비 2008.03.01 21:5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멋지고 색다른 리뷰..잘 읽고 갑니다 ^^

  5. 번지 2008.03.01 22:4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영화 보면서 느꼈죠. 우리나라였으면...
    쿨한 주노도 멋있었지만, 주노의 부모님이 기억에 남는 영화.
    또한 주노를 받아주는 학교, 전반적인 사회분위기. 좋더군요.

    •  address  modify / delete 2008.03.01 22:46 신고 BlogIcon GoldSoul

      맞아요. 병원에서 주노 새엄마가 한방 먹이는 장면, 멋졌어요.
      영화니까 가능한 이야기였겠죠? 현실에서 주노같은 상황들, 주노같은 아이 상상할 수도 없어요.

  6. 4%는 무엇?? 2008.03.02 04:5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궁금합니다.
    그저 그런 느낌인가요.
    의미가 있는 4%인가요.

    •  address  modify / delete 2008.03.02 11:57 ziezone

      처음 입양부모를 만나러 갔을때 그들이 주노에게
      아기를 우리에게 주는 거 확신하냐고 물어봤을 때
      주노가 이렇게 말하죠.
      104% 확신한다고..

    •  address  modify / delete 2008.03.02 16:45 신고 BlogIcon GoldSoul

      네. 맞아요. 104% 바네사의 아이가 될 거라고 확신했던 주노처럼 저도 104% 부러워했지요. :)

  7. 맞아요~ 2008.03.02 13:1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주노 정말 좋은 영화지요. 오랜만에 정말 좋은 영화 봤다고 느꼈어요. 틴에이져의 임신이란 소재로 코메디와 드라마 요소를 잘 섞어서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영화로 만들었더군요.

    우리나라에선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요. ^^ 아직은.. 하지만 다음 후손이나 그 다음 후손쯤에 되면 이런 이슈를 오픈 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하네요.

    •  address  modify / delete 2008.03.02 16:59 신고 BlogIcon GoldSoul

      요즘 좋은 영화들이 쏟아져 나와서 빨리 빨리 봐줘야 하는데 게으른 탓에 놓치고 있어요. ㅠ 임신하는 일이야 드물긴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고 있잖아요. 그런데 주노나 주노네 가족처럼 쿨하게 받아들이기는 너무 힘든 일 같아요. 틀린 게 아니라 다를 뿐이라는 말은 정말 맞는 말인데 말이예요. 정작 저한테 이런 일이 닥쳐도 전 4%도 쿨해질 수 없을 거예요.

  8. 주노 2008.03.02 13:1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영화는 영화지만 픽션이라서기보단 실제로 외국이라 가능한거 맞아요.. 미국에선 십대들이 아이들 많이 낳아요..물론 대부분이 기난한집안 아이들이지만.. 여튼,..근데 영화리뷰하는 곳인가요?..영화를 워낙 좋아하지만 인터넷이 발전한후론 왠만해서 인터넷서 일반일들 영화리뷰는 보지않는편인데..이유는 대부분은 영화를 '영화'로 리뷰하는것이 아니라 그냥 '스토리'로만 리뷰한다는것.. 현재 영화평론에 큰 문제중 하나라고 하더군요..하긴 전문가들도 그러니 일반인들은 더하겠죠..

    •  address  modify / delete 2008.03.02 17:22 신고 BlogIcon GoldSoul

      영화 리뷰하는 곳이라기보다 그냥 제가 끄적거리는 곳이예요. 본 것, 읽은 것, 들은 것, 느낀 것들이요. :) 아, 외국에서는 정말 가능한 일이군요. 주노와 주위 인물들이 너무 쿨하고 긍정적이게 임신을 받아들여서 현실에서 누가 저럴까 생각이 들었거든요.

  9. 외국에선 가능 2008.03.02 13:4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미국도 잘사는 곳과 못사는 곳의 차이가 심한데

    못사는동네 공립 고등학교에서는,.. 보육시설이 있따는걸 들었어요

  10. BlogIcon Capella★ 2008.03.02 14:03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보고싶은 영환데~ goldsould의 편지를 보고 더 보고 싶어졌어요! 새로운데요~ 편지 형식의 감상문!

  11. 2008.03.02 22:0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12. 2008.03.03 00:5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13. BlogIcon 아쉬타카 2008.03.03 12:03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이야~ 이렇게 편지형식의 감상기 매우 신선한데요! ^^
    저도 의외로 아직까지도 여운이 깊게 남는 유쾌한 작품이었네요~

    앞으로 rss등록하고 종종 들르도록 하겠습니다~

  14. BlogIcon 신어지 2008.03.03 14:32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주노의 캐릭터는 사실상 시나리오를 쓴 디아블로 코디가 지금까지의 경험과
    인생관을 갖고 그대로 16세로 돌아간 듯 한 모습이예요. ㅋ

    •  address  modify / delete 2008.03.03 21:51 신고 BlogIcon GoldSoul

      디아블로 코디 정말 대박이예요. 이름에서부터 심상치않은 무언가가 느껴지는 것이. 첫작품으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놀라운 이력에 이력을 덧붙여가고 있는. 뭐랄까, 조금 부러워요. :D

  15. 곡예사 2008.03.04 17:3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오늘은 올라온 글마다 답글을 달게 되네요. 대단찮은 내용도 아닌데 입이 근질근질해서요. 주노는 아직 못봤지만, 저 사 계절 카페 얘길 하고 싶어서요. 공교롭게도 지난 일요일 밤, 친구와 저는 '여름'의 앉아 있던 내내 유일한 손님이었어요. 주인분과 잠깐 말씀을 나눴는데 그런 낭만적인 뒷얘기의 사실 여부를 확신할 순 없었지만 그곳의 분위기는 참 낭만적이더군요. ㅋ

    •  address  modify / delete 2008.03.05 09:56 신고 BlogIcon GoldSoul

      사실 저는 얘길 듣고서 걸어가다가 우연히 찾았는데 밖에서 볼 때는 생각했던 것과 좀 다르다고 실망했었어요. 한산하고 아기자기한 걸 떠올렸거든요. 일본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게죠. ㅠ 그런데 봄,여름,겨울이 너무 복잡한 상권 안에 떡하니 있으니깐 기대했던 거라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안은 제가 상상한 모습인가봐요. 다음 번엔 꼭 안에 들어가봐지. 곡예사님은 여름에 계셨다 그거죠? 흠-

    •  address  modify / delete 2008.03.05 15:17 곡예사

      낭만적이라기보단 옛스럽다고 해야 할 거 같기도 하고. 촌스럽다가 정확하려나. 노래는 80년대풍이에요. 대충 알겠죠? ㅋ

    •  address  modify / delete 2008.03.06 00:27 신고 BlogIcon GoldSoul

      알겠어요. 그런 분위기 좋아해요. 봄은 봄에, 여름은 여름에, 가을은 가을에, 겨울은 겨울에 가도 좋을 것 같아요. 그럼 다음번에 봄을 방문해봐야겠어요. 흐흐- :)

  16. BlogIcon comodo 2008.03.09 04:5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리뷰를 이렇게 쓰시니까 한결 맛깔스럽네요 :)
    트랙백 남길께요!

  17. BlogIcon finicky 2008.03.09 22:27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영화를 보고 난 후 앨런 페이지의 여러 인터뷰들을 유튜브에서 보았는데, 그녀의 실제 말투나 행동거지가 영화와 완전히 다른거예요. 두가지를 깨달았죠. 디아블로 코디는 정말 대단한 작가구나. 그리고 앨런 페이지의 연기는 경이로웠구나.

    •  address  modify / delete 2008.03.10 19:17 신고 BlogIcon GoldSoul

      그래요? 그래서 다들 앨렌 페이지 했던 거였군요. 전에 작품에서도 연기를 굉장히 잘했다고 들었는데. 앞으로 잘 지켜봐야겠어요. :)

  18. BlogIcon 필그레이 2008.03.12 00:13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골드소울님이 자주 애용하는 편지식...참 정감있어 좋아요,늘 읽고나면 맘이 따뜻해지는 느낌이랄까요.^^ 주노 저도 보았는데 정말 쿨한 이야기...우울한 때 활력을 주었어요.^_^

  19. BlogIcon tmrw 2008.03.22 00:44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뒤늦게 영화를 봤네요. ㅋㅋ

    아 저두 정말 그랬어요.
    주노의 환경이 나를 둘러싼 환경과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냥 저두 다 부럽더군요 :)

    리뷰잘 읽고 갑니다 :)

    •  address  modify / delete 2008.03.22 15:51 신고 BlogIcon GoldSoul

      주노 곁에 주노를 꼭 닮은 친구들이며 부모님이 있는 건 왠지 당연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이 영화는 모두 깨물어주고 싶을정도로 사랑스러웠어요. :D

  20. BlogIcon 아르도르 2008.08.06 15:28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제목이나 포스터는 별로인 영화였는데
    영화는 의외로 괜찮아서 놀랐던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