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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장례식
    모퉁이다방 2009. 9. 19. 00:52

        덜컹덜컹거리는 웹툰. 덩달아 마음이 덜컹거리게 되는 이야기. 오늘로 세 번째다. <고양이 장례식>. 덜컹덜컹거리는 마지막 장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때, 너와 내가 시내로 가는 택시를 탔다면, 혹은 조금 더 나란히 걸었다면 헤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까. 시내로 가는 택시를 탔다면, 각자 반대쪽 창 밖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겠지만 한 곳을 향해 함께 가는 그 마지막 시간이 있었다면 말이다. 그랬다면, '우리'는 조금은 애절한 이별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좀 더 애틋한 '너와 내'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적어도 내게는 그 10분 여의 시간이 위로가 되어주지 않았을까. 나는 그 참을 수 없는 덜컹거림 때문에 터미널에서 이별을 했다. 이건 후회의 감정이 아니라, 뭐랄까. 인생극장, 그래 결심했어, 류의 궁금증이다. 조금은 슬픈 궁금증. 택시를 타서 시내로 나간 너와 나는 어떻게 이별 했을까, 하는.

        이 웹툰의 마지막 장면, 마지막 세 컷은, 아주 따스하다. 이 웹툰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다. 마지막 세 컷 전에 남자와 여자는 다시 헤어진다. 하루동안 같이 기르던 고양이 장례식을 치르느라 함께 있었던 여자와 남자는 덜컹거리는 지하철 안에 나란히 앉아서 또 다시 다가오는 이별을 준비한다. 남자가 말한다. 스윽. 우리.. 헤어지지 않았더라면 좋았을텐데... 그리고 까만 덜컹덜컹. 남자는 내렸을 거다. 이건 두번째 이별이니까, 그냥 '안녕'이라고 말하고 손을 흔들며 내렸을 지도 모른다. 첫번째 이별에서도 남자가 먼저 내렸을까. 아니면 반대로 여자가 먼저 내렸을까. 이어지는 장면은 두 사람에게 사랑의 감정이 싹트기 시작하던 덜컹덜컹 순간. 이건 분명 여자의 회상일 거다. 여자는 지하를 지나는 어두운 지하철 안에서, 남자가 먼저 내린 지하철 안에서 그 순간을 떠올린다. 우리도 좋았을 때가 있었지. 이렇게 헤어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하던 순간이 있었지. 서로 눈만 마주쳐도 찌릿했던 순간들이 있었지.

        바로 다음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다. 화면이 밝아진다. 지하철이 지상 위로 올라온 것. 주위가 환해진다. 여자의 머리카락도, 코 끝도, 입매도 밝아진다. 여자 주위의 공기도 밝아진다. 그리고, 여자가 앉은 창 뒤로 초록색 나무들이 보인다. 오늘 내가 3층에서 바라본 풍경처럼 나무 끝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사악사악. 소리 없이 시원하게. 사악사악. 눈이 부셔 손을 눈썹 위로 올려야 할 정도로 빛나는 초록빛. 그렇게 <고양이 장례식>은 끝난다. 이 만화를 소개해 준 칼럼에는 이별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사람들은 보지 말라고 경고해놓았는데, 나는 그 반대다. 이별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이들이 보길. 이 빛나는 초록의 나무와 시원하게 사악사악 흔들리는 바람의 흐름을 보길. 사실 이건 마음을 아주 크게 뜨고 보아야 한다. 보일까. 그게 보이는 사람은 또 나같이 다 아물어 딱지가 떨어진 사람들일까. 결국 칼럼의 경고가 맞는 걸까. 어찌되었든 다, 괜찮아질 거다. 이 상처, 이 아픔, 이 후회, 이 미련 다 사악사악 괜찮아질 거다. 이건 내가 경험해 봤으니까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아, 난 이 마지막 장면이 정말 좋다니까. 



    고양이 장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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