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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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에 병든 자서재를쌓다 2015. 3. 16. 07:21
시인은 인도에 갔다. 시인의 꿈이었다. 인도에 가는 일이. 시인은 인도에 가서 보고, 생각하고, 보고, 생각했다. 지난 일들에 대해 생각했고, 지금의 일들도 생각했고, 때로는 앞으로의 일들도 생각했다. 시인은 돌아왔고, 얼마 뒤 다시 인도에 왔다. 시인은 첫 문장을 이렇게 시작했다. "한 해 만에 다시 인도에 왔다." 김연수의 추천글을 읽고, 출간되었을 때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던 책인데, 어느 날 다른 책들과 함께 주문해 놓고는 가만히 책장에 꽂아두었었다. 2015년 겨울 어느 날, 가만히 꽂혀 있는 하얀 책등을 보게 됐고, 읽을 때라고 생각했다. 기승전결의 여행기를 계속 읽다가, 기승전결이 없는 시인의 여행기를 읽고 있으니 처음에는 어지러웠다. 무슨 풍경인지 머리에 들어오질 않았다. 그러다 삼분의 일 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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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앙투아네트 운명의 24시간서재를쌓다 2015. 3. 7. 10:13
지난 크리스마스 밤, 잠실의 공연장에 있었다. 옥주현이 출연하는 마리 앙투아네트에 관한 뮤지컬을 보러 갔다. 동생이 표가 생겨 따라간 거였고, 별 기대는 없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무엇보다 루이 16세가 궁금해졌다. 프랑스에 혁명이 일어나고 왕권이 짓밟힌 상황에서 그(들)의 도주 계획이 실패하고, 감금 생활이 시작되었을 때 일과를 마친 루이 16세는 자신의 초라한 의자 위에 앉아 노래했다. 그냥 평범한 대장장이로 태어났으면 좋았다고, 자신은 그저 평범한 사람이고 싶었다고. 뮤지컬의 마지막 장면도 좋았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참수당할 때. 그녀는 의연하게 단수대로 올라갔다. 더이상의 노래나 대사는 없었다. 단수대에 누워 목을 대었고, 무대는 짧고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붉게 물들었다. 어쨌든 '그'가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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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언덕서재를쌓다 2015. 2. 25. 23:50
지난 도쿄 여행 때 산겐자야에 다녀오질 못했다. 여행을 떠나기 직전에 산겐자야가 을 촬영한 지역이라는 걸 알았다. 가고 싶었지만, 여러 계획들이 있어 가질 못했다. 그래서 이 소설이 나왔을 때, 앗! 산겐자야다! 했다. 이 전에 시리즈가 두 권이나 출간되어 있었는데, 산겐자야가 배경인 줄 몰랐다. 하긴 그때는 의 배경이 산겐자야인 지도 몰랐으니까. 그래서 바로 구입해서 읽었는데, 마음에 들었다. 미스터리물인데 세지 않다. 잔잔한 미스터리물이다. 그리고 매 단편마다 맛있는 요리가 나온다. 맥주도 나온다. 이야기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다 갖춘 셈. 이야기들은 조금씩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소소하고 따뜻해서 정이 갔다. 그러니까, 도쿄 산겐자야 한적한 곳에 맥주바가 있다. 조용한 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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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포르투갈서재를쌓다 2015. 2. 16. 23:45
한 편의 영화로 시작해 꽃피우게 된 포르투갈 여행. 올해 꼭 가리라 결심하고 포르투갈어도 배우고 있다. 사실 포르투갈어보다 브라질어에 가깝고, 열심히 하지 않고 있지만. 하지만 이상하게 재미있다. 공부를 안해서 저번 주에는 그냥 그만 다니는 게 어떠냐고 선생님이 말하기도 했지만, 같이 다니는 언니랑도 공통점이 많고, 일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광화문까지 버스 타고 가고, 거기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종로까지 칼바람을 맞으며 걷는 기분도 좋다. 가이드북은 진작에 사놓았다. 기분이 좋지 않았던 월요일 아침에 책장에서 꺼내 가방에 넣고 출근했는데, 지하철에서 리스본이 소개된 페이지를 펼쳐보고 기분이 좋아졌다. 거기에 이런 문장이 있었다. "리스본 사람들은 최고의 부를 경험했고, 바다로 나간 이를 그리워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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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서재를쌓다 2015. 2. 8. 19:39
오늘 학원을 마치고, 지난주에 인터넷에서 봐두었던 네팔인도요리전문점엘 갔다. 1월에 정유정의 히말라야 여행기를 읽었는데, 이 책 덕분에 출퇴근 시간이 무척 즐거웠다. 어찌나 재미나게 여행기를 썼던지. 읽으면서 엄청 웃었다. 특히 화장실 이야기가 압권이다. 정유정 작가에게 히말라야는 첫 해외여행지였다. 그녀는 어린 나이에 실질적인 가장이 되었고, 그 뒤로는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일했고, 작가의 꿈을 이룬 뒤에는 또 열심히 썼다. 그러다 을 끝내고 글이 한 줄도 써지지 않았단다. 그렇게 찾아온 슬럼프 앞에서 작가는 혹시나 영영 글을 쓸 수 없게 되면 어쩌나 좌절한다. 그리고 결심한다. 히말라야로 가기로. 히말라야는 작가의 등단작 의 주인공이 마지막 발을 디딘 곳. 정유정은 그 곳에 가야겠다고 결심한다.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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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서재를쌓다 2015. 2. 3. 22:09
사실 나는 이 책의 보도자료에 반했다. 책을 소개하는 보도자료를 읽고 나는 내가 아는 한 남자를 생각했다. 그리고 이미 이 책을 사랑하게 되었음을 깨달았다. 첫 문장을 읽기도 전에. 친구에게 함께 읽자고 책을 보내면서 이 책이 우리의 2015년 최고의 책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책을 다 읽은 친구와 맥주를 마시는 저녁에, 내가 물었다. 어땠어? 친구가 말했다. 진짜 있는 사람 같앴어. 스토너. 그리고 생각했어. 이 사람처럼 살았으면 좋겠다고. "윌리엄 스토너는 1910년, 열아홉의 나이로 미주리 대학에 입학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책은 "손가락에서 힘이 빠지자 책이 고요히 정지한 그의 몸 위를 천천히, 그러다가 점점 빨리 움직여서 방의 침묵 속으로 떨어졌다."로 끝난다. 이 책은 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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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서재쌓기기억의기억 2015. 1. 5. 22:50
마리 앙투아네트 운명의 24시간. 히말라야 환상방황. 스토너. 어쩐지 근사한 나를 발견하는 51가지 방법. 파리라고 와 봤더니. 다시, 포르투갈. 반딧불 언덕. 아름다움에 병든 자.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상. 오므라이스 잼잼 5.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중. 현기증.감정들. 소라닌. 질문의 책. 꽃 아래 봄에 죽기를. 홍콩에 두번째 가게 된다면. 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 환상의 빛. 끌림. 모든 요일의 기록. 7월 24일 거리. 도시탐독. 톰 소여의 모험. 4월이 오면 그녀는. D에게 보낸 편지. 걷는 듯 천천히. 어떤 날들. 나를 보내지 마.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나는, 오늘도 7 : 원하다. 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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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우의 집서재를쌓다 2015. 1. 2. 23:44
그들은 통성명을 하고 서로가 일곱 살 동갑내기임을 확인했다. 원은 얼마 전에 언니가 보는 만화책을 몰래 훔쳐보고 '스파이'라는 말을 새로 배웠던 터라 그 말이 써먹고 싶어 좀이 쑤셨다. ˝그럼 이제 우리 목숨을 바치는 스파이가 되기로 하자.˝ ˝스파이?˝ ˝스파이가 뭔지 알아?˝ ˝몰라.˝ 은철이 시무룩하게 발로 땅을 찼다. ˝스파이는 비밀을 알아내는 간첩이야.˝ 은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 27~28쪽 권여선의 새 소설을 읽었다. 27쪽에서 28쪽을 읽을 때, 저 이야기를 하는 원과 은철이 귀여워서 아이고, 귀여운 것들, 했다. 203쪽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은철과 원은 더이상 동네 사람들 이름을 캐묻고 다니며 우물가 돌을 갈아 주문을 외우며 그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저주하던 신나는 스파이가 아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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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식당서재를쌓다 2014. 12. 17. 23:30
상호도 없이 그저 '실비집'이라고 불렸던 그때, 최대 여섯 팀이 이 드럼통을 놓고 화덕에 고기를 구웠다. 여섯 명이 아니라 여섯 팀! 그러니까 화덕 하나에 여섯 무리의 고기가 다 올라간 것이다. 고기가 섞이기도 하고, 먼저 익으면 다른 손님들에게 고기를 밀어주기도 했다. 상상만 해도 훈훈한 장면이다. 그야말로 요즘 유행한다는 커뮤니티 테이블의 진정한 원형인 셈이다. "그랬지. 멋있고 정겨웠어. 어이 형씨. 이거 한 점 드슈, 그러면서." - 79~81쪽, 서울 연남서서갈비 "브랜드가 백화수복과 금관 청주가 있는데, 수복이 더 비싸거든요. 문제는 콜라병이 다 똑같잖아요. 그래서 둘을 구별하기 위해 백화수복을 담은 콜라병에는 빨간색 철사를 걸어두었어요. 그게 넥타이를 닮았다고 사람들이 '넥타이 한 병!'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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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보겠습니다서재를쌓다 2014. 12. 10. 00:09
요즘 월요일마다 치과에 다닌다. 치과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칼퇴를 해야 하므로 안 그래도 일이 많은 월요일을 정신없이 보내고, 치과에 도착해서 대기실이며 진료실에 앉아 있으면 기분이 가라앉는다. 친절한 치과지만 어디가 안 좋고, 또 어디가 안 좋고, 그러므로 많은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반복해서 알려주면 기분이 처진다. 그렇게 짧은 진료를 마시고 치과를 나오면 숙제를 끝낸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겨울바람이 상쾌해진다. 비록 한 주 뒤에 이 과정이 다시 반복되지만. 이번주 월요일, 마취가 풀리지 않은 채 집에 도착해 씻고 소파에 앉아 책을 끝까지 읽었다. 그래, . 마취가 풀리고 왼쪽 이가 아프면 신경치료를 해야한다. 아프지 않으면 신경치료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 마취가 풀리기 시작하는 느낌이 들면 조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