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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일들모퉁이다방 2014. 2. 6. 22:46
'1월의 일들'이라고 쓰고 '1월에 먹은 것들'이라고 해석한다. 새해에도 많이 먹었다. 12월 마지막날, 노사이드 문이 열려 있었다. 먹었다. 오꼬노모야키! 이번에는 소바 면으로만 주문했다. 역시, 맛있었다. 친구가 작년에 선물해 준 다이어리. 작년에 다이어리를 두 개 선물 받아 날짜가 적혀 있지 않은 것은 보관해뒀었다. 드디어 개시. 새해 첫 날 아침은 포장해 온 남은 오꼬노모야키. 꿀맛. 동생이 남은 거 혼자 다 먹었다고 진정 화냈었다. 우리집 티비. 뒤가 볼록하고 화질도 구리다. 3만원인가 4만원에 중고로 사온 티비. 심지어 배달도 안해줬다. 그런데 나는 이 티비가 좋다. 왠지 정이 가. 동생이 사온 뎀셀브즈 커피잔. 바로 회사로 가져가서 딱 한번 커피 내려 마셨다. 덤셀브즈 자주 갔었는데, 씨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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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과 십일월모퉁이다방 2013. 11. 29. 14:41
그 날의 1차. 친구가 선물해주며 말했다. 딱 보자마자 내 생각났다고. 마음이 좋지 않았던 어느 날, 고흐가 생각나서. 시월에는 향초에 빠졌었다. 어느 날의 도시락. 자주 걷는 길. 카세 료. 실패하는 날도 있지. 삿포로식 카레 스프였나. 정체성. 항정살. 작은 가게에서 나란히 앉아 맥주를 마셨다. 이 초에서는 커피 향이 났다. 세 박스나 생겼다. 고구마를 좋아하는 사람들 생각이 났다. 친구가 집에 초대해 조개국을 끓여줬다. 화이트 와인도 줬다. 대하도 구워줬다. 나는 가을 한정판 맥스 여섯 캔을 사갔다. 허니와 클로버. 디비디를 사 놓은 것들이 있는데, 정작 사 놓고 못 보고 있다. 아침 혹은 오전. 아이비의 생명력. 구몬 때문에 모아뒀던 연필을 드디어 '사용하고' 있다. 몽당 연필은 따로 모아두기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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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 혹은 시월, 혹은모퉁이다방 2013. 10. 9. 21:46
보고 싶은 영화들이 있는데, 계속 못 보고 있다. 걸고 싶은 길이 있는데, 계속 못 걷고 있다. 요즘엔 휴일에 그냥 집에 있는 게 제일 편하다. 씻지 않고, 좋아하는 예능 프로를 보고, 엘지티비 무료 영화를 보기도 하고. 를 세 번의 시도 끝에 끝까지 봤다. 이번 주의 새로운 시도라면, 낫또 먹기에 도전했고 성공한 것. 건강에 좋다고 해서 예전에 시도했었는데 미끌미끌한 맛이 거북해 먹지 못하고 버렸었다. 이번에는 성공했다. 풀무원 낫또를 사서 팩에 들어있는 소스를 모두 뜯어 넣고, 마구마구 비볐다. 김치를 잘게 썰어서 넣고 참기름을 듬뿍 넣었다. 먹을만 했다. 한 팩 더 남았는데 김을 사서 싸서 먹어봐야겠다. 새로 알게 된 블로그에 자주 들어가보고 있는데 일상을 사진으로 남겨 놓은 게 좋아보여서, 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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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십리 불곱창과 조폭 아저씨네 포장마차모퉁이다방 2008. 5. 17. 18:13
왕십리도 아니면서 우리 동네에는 왕십리 불곱창집이 있다. 왕십리 불곱창집의 간판은 노란색 바탕인데 '불곱창'의 '불'자는 그야말로 불에 타고 있다. 이 집에서 우리는 곱창은 딱 한번 먹었고, 막창을 꽤 여러번 먹었다. 어찌나 맛있는지. 어제 먹고도 오늘 또 생각날 정도다. 막창의 비린 맛도 하나도 안 나고, 양념도 소금구이도 둘 다 맛있다. 돈이 좀 있는 날은 맥주에 소주를 섞어서 마시고, 돈이 좀 없는 날은 그냥 소주만 마신다. 날씨가 좀 쌀쌀한 날에는 안에 들어가 먹고, 바람이 선선하게 부는 날에는 밖에 나와 먹는다. 작년 내 생일에 동생이랑 동생 남자친구랑 셋이서 1차를 하고 2차로 포장마차를 갔다. 우리는 그 포장마차를 가자고 할 때 꼭 조폭 아저씨네 해삼 먹으러 가자고 한다. 조폭 아저씨네 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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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모퉁이다방 2008. 4. 22. 14:39
꽃집에서 상추 모종을 사왔는데 그 속에 있었나보다. 화분에 달팽이 한마리가 스물스물 기어다니고 있었다. 처음엔 커다란 돌인줄 알고 버릴려고 집었는데 뭔가 물컹한 거다. 나도 모르게 으아, 소리를 질렀다. 마치 의 김희선이라도 되는 양. 요 녀석을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다 일단 자그만 통 안에도 넣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좁은 통 속에 부족한 산소와 함께 갇혀있을 게 불쌍해 다시 화분 위에 놓아줬다. 밤에 잠 들면서 집에서 달팽이를 키울수 있을까, 동생에게 말했더니 아주 집에 동식물을 다 키우시지, 콧방귀를 킁킁 뀌어대신다. 아침에 일어나니 잠을 자는지 자기 집 안에 온 몸을 쭈그려 넣고 벽에 딱 달라붙어 있다. 부럽다. 검색창에 달팽이를 쳤더니, 이적이랑 김진표랑 앳댄 모습으로 달팽이를 부르는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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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허브모퉁이다방 2008. 4. 18. 14:19
요즘 허브가 너무 탐스러워 꽃집 지날 때마다 자꾸 걸음이 느려져요. 그러다 인터넷에 저렴한 가격에 허브 화분을 판매하는 걸 보고 바로 질러주었어요. 허브향이 얼마나 좋은지. 봄바람이 솔솔 불면 허브향이 집 안 가득 그윽하게 퍼져요. 잘 키워서 허브차 마실려구요. 요리에도 넣고. 원하는 바질이 안 와서 안타깝긴 하지만. 봄 햇살과 봄의 허브는 참 고와요. 사이도 좋고. 로즈마리예요. 향이 화분 여섯개 중에서 제일 강해요. 육류 요리에 넣으면 고기 냄새도 없애고 독특한 맛을 느낄 수 있대요. 빈혈, 콜레스테롤, 저혈압, 변비, 불면증, 방광염에 좋대요. 약간 건조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물은 조금씩 주면 된다네요. 고온다습을 싫어하고 해받이와 통풍이 좋은 시원한 곳에서 순풍순풍 잘 자란다는. 레몬 타임이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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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egaarden모퉁이다방 2008. 4. 4. 16:20
가는 곳마다 호가든이 따라 붙었다. 마트에선 한 여자가 '여긴 호가든 없나요?' 라고 외쳤고 요조의 글에선 '젤리가 들어있는 것 같은 맛있는 호가든' 이라고 나를 약올렸다. 검색창에 호가든을 쳤다. 다들 이 맥주가 얼마나 맛있는 가를 경쟁하듯 자랑하고 있었다. 벨기에 맥주. 나는 세계 지도에서 벨기에를 찾았다. 너무 작아 내 삼성 지능업 세계 지도에선 특산물도 표시되어 있지 않은 나라. 고 작은 나라를 엄지 손가락으로 꾹 누르고선 그래, 호가든을 사러 가자, 며 이마트로 향했다. 누군가가 자기는 이 맥주만 마신다고 칭찬했던 레페 브라운도 벨기에 맥주였다. 큰 카스 맥주 세 병 살 돈으로 작은 벨기에 맥주 두 병을 사곤 룰루랄라 돌아왔다. 흠. 호가든은 가볍고 달큰했다. 혀 끝에서 부드러운 벨기에 맛이 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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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비닐모퉁이다방 2008. 3. 13. 11:44
어느날 동생이 을 당장 사야겠다고 했다. 지금 사면 DVD도 같이 준대. 며칠 후 빳빳한 종이의 새 책을 받아든 동생은 좋아라 야금야금 아끼며 카오산 로드의 사람들을 만났다. 언니. 그거 아나? 카오산 로드에는 여행자들이 많아서 비닐 같은 데에 칵테일을 넣고 빨대 꽂아서 파는 데가 있단다. 가격도 싸고. 사람들이 길거리 돌아다니면서 마신다네. 태국에서 칵테일 향을 담은 바람이 몰려오는 것 같았다. 그런 천국이 있단 말이야? 걸어다니면서 마시는 달짝지근한 알코올의 맛은 어떨까. 이국적인 거리 위에서 커다란 배낭을 맨 채 살짝 취해가는 어느 저녁은 얼마나 황홀할까. 그리고 홍대에서 '비닐'을 발견했다. 지난 여름, 꼭 비닐에서 칵테일을 테이크 아웃해서 홍대거리를 돌아다녀야지, 생각했었는데 늘 음악이 너무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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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 감독님모퉁이다방 2008. 3. 6. 17:25
- 결혼이라는 사회가 아주 오랫동안 만들어준 제도 안에 제가 들어갔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너무 결혼이 하고 싶어가지구요. 아직까지는 되게 좋구요. 결혼을 한 것 때문에, 가정이 생긴 것 때문에 작품이 순해지거나 아니면 뭔가 작가로써 해야할 치열함이 사라질 것 같지는 않더라구요. 제가 원래 저번 달에 독자들과 만나는 시간이 있었는데 드라마틱하게 그 날 바로 전 날 저희 아버님이 돌아가셨어요. 생각보다 좀 일찍 돌아가셨는데. 그리고 한 달 있다가, 한 이주일 전에 제가 아이를 낳았어요. 짧은 기간동안에 결혼도 하고, 제 인생에 어떤 아주 큰 교훈을 차지하셨던 분이 돌아가시고, 도저히 생길 것 같지 않았던 아이가 생기고. 저도 지금 약간 혼란스럽거든요. 혼란스러운데 근데 그건 있는 것 같아요. 좋은 작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