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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빕스 얌 스톤 그릴 스테이크 - 소리까지 먹어버리겠다! 얌!모퉁이다방 2008. 5. 5. 20:36
5월 5일 어린이날. 더이상 어린이가 아니지만 여전히 어린이날을 즐기고픈 세 자매가 길을 나섰습니다. 어디로? 빕스로. 상품권이 생겼거든요. 저희 자매가 빕스를 간다, 함은 샐러드 바를 다섯번 이상 돌면 배 채우고 오겠다, 하는 뷔페 개념입니다. 아침밥을 살짝 굶어주면서 햇살 가득 받으며 세 정거장을 걸어서 빕스에 도착해주셨습니다. 빕스야! 오랜만이다! 언니들이 왔단다! 씨익. 최대한 할인을 받기 위해 둘째 동생은 KTF VIP카드를 준비해주셨고, 막내 동생은 VIP카드의 기념일 할인을 받아주셨습니다. KTF 20%할인에 기념일로 만원 할인을 받고 상품권 빼니깐 거의 22,000원으로 세 자매 포식하고 왔습니다. 하핫- 얌 스톤 그릴 스테이크 하나에 샐러드 둘 주문. 오늘의 주 메뉴. 얌 스톤 그릴 스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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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운영 꽃밭에서 나는 울었네 - 나는 바보작가 공선옥이 좋다서재를쌓다 2008. 5. 2. 20:13
자운영 꽃밭에서 나는 울었네 공선옥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지난 주, 비가 내리던 어느 날 갑자기 마음이 쓸쓸해졌다. 마음 속 묵직한 무언가 휙 빠져나간듯 공허해지는 순간이 있다. 당장 우산을 챙겨 도서관으로 달려갔다. 다이어리에 공선옥 책들의 청구기호를 적어놓은 페이지를 펼쳤다. 를 빌릴 생각이었는데 손은 자꾸만 자운영 꽃밭쪽으로 갔다. 두 책을 펼쳐놓고 뒤적거리다 자운영 꽃밭을 들고 나왔다. 잘한 짓이었다. 물론 마흔에 길을 나선 작가의 이야기도 그랬겠지만 자운영 꽃밭 속 작가의 이야기는 따스하고 따스해서 쓸쓸한 내 마음을 요리조리 잘도 어루만져주었다. 나는 정말 이 책을 금세 읽어버릴 것이 두려워 아껴가며 읽었다. 자주 책장을 덮고 두꺼운 표지 양장을 쓰다듬었고, 혼자 있는 방 안에서 자주 소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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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 리스트 - 아빠 생각극장에가다 2008. 4. 29. 11:43
아빠가 수목장 이야기를 하시는 걸 들었다. 작은 아버지는 그런 아빠에게 화를 내시고. 스치듯 그 얘길 들었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우리 모두 언젠가 맞이하게 될 죽음이건만 내 죽음보다 상상하기 힘든 건 내 부모의, 내 가족의, 내 친구들의 죽음이다. 내 죽음에 관한 생각의 끝은 언제나 덤덤한데, 그들의 죽음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저리다. 작은 아버지는 다같이 누울 땅이 이렇게 있는데 왜 자꾸 형님은 수목장 이야기를 하시느냐고 언성을 높이셨다. 그러니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나는 아빠가 수목장을 생각했다는 것보다 죽음에 대해 이리도 자세히 생각하고 계시다는 것에 마음이 쓸쓸해졌다. 내가 내 죽음을 생각하듯 아빠가 아빠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건 당연한 일이기도 할텐데, 내 아비가 그런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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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 2008년 봄호 - Foot,이 아니라 풋,서재를쌓다 2008. 4. 27. 17:07
풋 2008년 봄호 문학동네 편집부 엮음/문학동네 Foot,이 아니라 풋,이다. 풋사과할 때 풋. 풋사랑할 때 풋. 풋풋하다할 때 풋. 빠알갛게 여물기 전 단단한 연두빛의 아삭한 접두사. 더 열심히 물을 빨고, 햇살을 쬐면 먹음직스럽고 탐스럽게 영글 글자. 풋,하고 웃는 수줍은 소리. 그 풋,이다. 그러니 내가 이 따스한 봄에 연두빛 청소년 잡지 풋,을 만난건 당연한 일이다. 을 산 건 김연수 작가의 새 연재물 때문이다. 늘 그렇듯 김연수 작가의 글은 따스했다. '원더보이'라는 놀라운 초능력을 가진 소년의 이야기다. 소년은 소설의 첫번째 이야기에서 아버지를 잃고 초능력을 얻었다. 그리고 첫번째 이야기의 마지막에서 소년은 창 밖의 내리는 눈을 마주한다. 눈을 묘사한 마지막 장을 읽고서 나도 모르게 아, 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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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 내 꿈의 서점, 팝앤북서재를쌓다 2008. 4. 26. 14:54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제레미 머서 지음, 조동섭 옮김/시공사 이름은 팝앤북. 북앤팝보다 왠지 더 부르기 편한 것 같다. 3층으로 이루어진 건물이다. 그리 크지도 그리 작지도 않은 너비에 1층은 서점. 이야기가 있는 소설만 파는 서점이다. 나무로 된 책장들 사이사이 나무 의자가 놓여져 있다. 책을 살 수도 있고, 책을 읽을 수도 있다. 책의 배열은 작가별로. 영화 에서 보았던 것처럼 손으로 쓰거나 글자를 오려붙인 친근한 팻말의 작가 이름이 책장 사이사이 붙여져 있다. 훌륭한 책의 표지들이 영화 포스터처럼 벽 사이에, 책장 사이에 무심한듯 멋드러지게 붙여져 있다. 2층은 음반가게. 말랑말랑한 팝 위주의. 영화 처럼 사랑의 눈빛을 훔쳐볼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역시 나무로만 이뤄진 테이블에 나무 의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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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씨의 황금시대 - 엄마와 내가 함께 보낸 열 달무대를보다 2008. 4. 18. 03:20
해물 치즈 떡볶이와 고추만두, 소고기 김밥을 먹은 뒤였다. 적당히 먹었다고 생각하고 일어섰는데 배가 터질 것 같았다. 그리고 밀려드는 나른함. 자판기 아메리카노의 쓴 맛으로 노곤함을 달랬지만 언젠가처럼 '무려' 연극을 보면서 잠이 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끄럽지만 예전에 를 보다 졸았다. 가을이었고 몹시 추운 날이었다. 바깥에서 들어오니 극장 안이 너무 따뜻했다. 저절로 눈이 감겨 살짝 졸았는데 내 옆에 앉은 커플이 나를 보며 킥킥 댔다. 자기야, 내 옆에 여자 잔다. 크크. 어찌나 정신이 벌떡 들던지. 그 말을 듣곤 눈알이 띄어나올 정도로 눈을 번쩍 뜨고 봤다. 잠깐 연극을 음미하려고 눈을 감았을 뿐인 척하면서. 그 커플에게 더이상 내가 자지 않는다는걸 알려주려고 자주 과장되게 몸을 비틀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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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인 러브 - 놓치지 말아요, 이런 뻔한 영화극장에가다 2008. 4. 17. 03:04
디어 댄. 참 신기한 일이예요. 당신의 부지런한 칼럼은 뻔했거든요. 거기다가 우연투성에다가. 당신은 사랑에 빠져 허우덕대면서 다른 사람 사랑은 사랑축에도 못 든다며 대놓고 어린 아이처럼 심통부리고. 그런데 참 이상했어요. 당신의 칼럼을 다 읽곤 기분이 꽤 괜찮아지는 거예요. 사실 좀 많이 웃었어요. 약간 울기도 했어요. 흠. 사실은 많이 행복해지는 느낌이였어요. 참 이상해요. 모두 뻔한 장면들이였는데, 그 장면들을 보면서 웃고 울고 있는 거예요. 내가요. 흠. 이런 말 뻔하긴 하지만요. 사랑이며 로맨틱 코미디며 죄다 뻔하지만 할 때마다, 볼 때마다 참 행복해져요. 뭐. 뻔한 이야기 조금 더 해 볼까요? 좋았던 장면들에 대한 이야기요. 부모님 집에서 지내는 동안 비가 자주 왔잖아요. 와락 쏟아진 건 볼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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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실 비치에서 - 서늘하고 아득한 이언 매큐언의 결말서재를쌓다 2008. 4. 14. 02:52
책을 다 읽고 양장 위에 덮여진 파아란 표지를 빼냈다. 4면으로 접혀져 있었던 표지가 하나로 이어지면서 푸른 체실비치 풍경이 길다랗게 펼쳐졌다. 아니, 푸르다는 표현으로 부족하다. 뭐랄까. 아득해지는 빛깔이랄까. 책을 다 읽고 나서 이 표지를 펼쳐 보면 누구라도 마음이 아릴게 분명하다. 해가 거의 진 후, 바닷가에 홀로 서 있으면 이런 느낌일까. 서글프다는 말로도, 시리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아득하다는 말로도, 저리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저기 앞에 하늘하늘 걸어가는 여인. 플로렌스. 나는 에드워드 대신 그 뒷모습에 대고 그녀의 이름을 크게 부르고 단번에 달려가 말해주고 싶다. 당신 마음은 그게 아니잖아요. 에드워드 마음도 그게 아니예요. 이렇게 끝내고 평생 후회 안 할 자신 있어요? 하지만 소설은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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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506 - 도대체 이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겁니까극장에가다 2008. 4. 5. 01:50
도대체 이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겁니까? 영화에선 이 질문을 반복된다. 모두들 이 사실을 알고 싶어한다. 영화 속 인물들과 관객 모두. 도대체 지금 이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 그 때 이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건가. 어이없이도 또 반복된다. 다시 지금으로 돌아와서, 도대체 지금 이 곳에서 무슨 일이 또 다시 일어나고 있는 건가. 무슨 일이 일어나는 줄 알아차리면 이 영화는 다 본 거다. 확실히 공수창의 두 번째 군대 영화는 많이 약해졌다. 의 내용도 또렷하게 다 기억나진 않지만 그걸 보고 오돌오돌 떨렸던 가슴은 아직도 생생하다. 마지막 귀신 눈 돌아가던 장면하며. 보는 내내 서늘했고 무서웠다. 그런 느낌을 기대하고 본다면 은 실망스러울 지도 모른다. 인물과 사건을 통해서라기보다는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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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 기다림을 위한 기다림서재를쌓다 2008. 4. 1. 17:35
기다림 하 진 지음, 김연수 옮김/시공사 "매년 여름 쿵린은 수위와 이혼하기 위해 어춘에 있는 집으로 돌아갔다." 의 첫 문장이다. 하진의 은 이 첫 문장으로 간단히 요약될 수 있다. 부모가 정해준 배필과 결혼해 도시에서 혼자 의사로 근무하고 있는 쿵린에게 사랑하는 여자가 생기고, 여름 휴가 때마다 이혼 하러 고향에 내려가지만 매번 실패하고 돌아오길 17년. 별거 생활을 한 지 18년이 되면 배우자 동의 없이도 이혼할 수도 있다는 그 기다림으로 버틴다. 영어로 소설을 쓰는 미국의 중국인 소설가 하진은 18년동안 지속된 어떤 기다긴 기다림을 간결한 문체로 덤덤하게 이어나간다. 지난 가을, 소설을 번역한 김연수 작가는 작가와의 만남 자리에서 은 굉장히 '좋은' 소설이라고 말했다. 무려 18년이다. 실제로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