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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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 틈새 - 그녀는 소주를 잘 마시고,서재를쌓다 2008. 7. 25. 15:41
푸르른 틈새 권여선 지음/문학동네 지난 가을 을 읽었다. 아직도 나는 그 소설집을 생각하면 조건반사마냥 입 안의 침이 고인다. 수십마리의 생선과 김이 모락모락 나는 새하얀 죽의 빛깔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아직 한번도 먹어보지 못한 뽈찜이 무슨 맛일까 궁금하고, 김치볶음밥을 만들 때 김치의 반은 먼저, 반은 나중에 넣게 되었다. 그 뒤로 여기저기서 권여선의 단편을 만났다. 그러다 을 읽을 때에 나는 권여선, 그녀의 이름을 기억하자, 고 다이어리 한 귀퉁이에 적어놓았다. 그녀의 장편소설 를 읽었다. 이번 여름호의 젊은작가특집에 권여선이 실렸다. 아직 자전소설은 읽지 못하고 '미인 작가 권여선을 말한다' 제목의 작가초상만 먼저 읽었다. 이런 식의 구절이 있었다. 그녀가 소주를 마시는 걸 보면 소주는 본래 저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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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크 먹으면서 대한민국 여자하키팀 응원하는 법모퉁이다방 2008. 7. 25. 14:04
상품권이 생겼어요. 축하할 일도 생겼고, 먼데서 손님도 왔고해서 빕스로 고고씽. 오늘도 샐러드바의 음식들, 우리가 모두 먹어치워주겠다, 는 비장한 마음가짐으로. 오늘 먹은 주메뉴. 대한민국 여자 하키팀을 응원하는 격려세트예요. 저번에도 맛나게 먹었던 얌 스톤 그릴 스테이크랑 립 아이 스테이크가 나오는. 비치볼이랑 원반도 받았어요. 바닷가에 놀러가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텐데. 나머지 사람 수만큼 샐러드바를 추가했구요. 오늘도 최대한 할인받을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해갔지요. 생일쿠폰을 쓰면 만원 할인되고, 동생이 KTF VIP라 20% 할인받았어요. (총 다섯명이 가서 생일쿠폰 두 개 동시에 쓸 수 있었는데, 카드 한 장을 당일날 발급받아서 아쉽게도 한장만 사용했어요. 두장 다 썼으면 이만원 할인받는건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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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빨개지는 아이 - 나도 잘해줄게요서재를쌓다 2008. 7. 24. 22:55
얼굴 빨개지는 아이 장 자끄 상뻬 글 그림, 김호영 옮김/열린책들 '금령씨에게 잘해줄게요'로 끝나는 메일을 받았다. 나는 내가 아끼는 김연수의 낭독 파일을 첨부해 보냈다. '난 이걸 우울할 때마다 꺼내 들어요. 슬픈 날에도요.' 라고 쓴 메일이었다. 그러자 그녀가 성기완 시집의 낭송 파일을 보내왔다. '기분이 조금 좋아지더라구요. 솜사탕도 사탕일까, 솜솜솜.' 어제 오늘 나는 여러번 이 파일을 꺼내 들었다. '솜은 왜 솜이 되었을까. 솜솜솜. 솜사탕도 사탕일까. 솜솜솜.' 나는 그녀의 메일을 받고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 거기다 어제부터 시작된 이 비에 기분이 더 좋아졌다. 장맛비는 도대체 언제오는거야, 노래를 불렀었는데. 가끔씩 속이 시원해질 정도로 쏴아쏴아 쏟아져준 덕분에 오늘 하루 아주 자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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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나이트 - 그는 최고의 조커다, 틀림없이극장에가다 2008. 7. 23. 19:27
히스 레저가 등장했다. 그는 화장을 하고 다녀. 사람들에게 겁주려고. 히스 레저의 이야기다. 아니, 그가 맡은 조커의 이야기다. 새하얀 분칠을 하고 새까맣고 짙은 눈화장을 드리우고 흉터부위를 따라 새빨갛게 칠한 입술. 꼬들꼬들한 컬의 머리카락. 히스 레저의 모습이다. 아니, 그가 맡은 조커의 모습이다. 그가 그렇게 처음 등장했을 때, 커다란 총으로 같은 일(?)을 하는 동료를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면서 가면을 벗으며 등장했을 때, 나는 예상했던 것처럼 슬펐다. 그는 이제 이 땅에 없는 사람. 그래서 우스꽝스러운 조커의 분장때문에 사람들이 낄낄거릴 때 나는 그 커다란 극장에서 벌떡 일어나 외치고 싶었다. 여러분, 보세요. 히스 레저잖아요. 전혀 우스꽝스럽지 않잖아요. 저 슬픈 모습을 봐요. 울고 있어도 웃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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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달라고 한다 - 스무살의 그 길서재를쌓다 2008. 7. 23. 18:39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달라고 한다 이지민 지음/문학동네 왜 형,에서 민,으로 바꿨을까. 나는 개인적으로 이지형,이라고 발음했을 때의 입 안의 울림이 작가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되는데. 어떤 이유가 있겠지만 이지민,은 너무 여성적인 느낌이다. 여리고 흔한. 그러고보니 우리 사촌동생 꼬맹이랑도 같은 이름이네. 표지가 예쁜 문학동네 책. 이 소설집에서 마음에 들었던 단편들은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달라고 한다'와 '오늘의 커피', '키티 부인' 정도. 소설을 읽고 난 후에 책 표지와 차례를 놓고 봤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다. '오늘의 커피'에서는 번쩍거리는 카페에서 조명을 가장 많이 받는 빛나는 주인장 자리에 어떤 손님이 서서 카페의 주인이 되어 씨디를 고르고 커피를 내려 마시는 모습. '키티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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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의 여자 - 이곳에 살면서 구멍에 빠지는 곤충을 기다려 잡아먹는다서재를쌓다 2008. 7. 18. 03:37
모래의 여자 아베 코보 지음, 김난주 옮김/민음사 아베 코보의 , 제1장 첫번째 이야기는 이런 문장으로 시작한다. "8월 어느 날, 한 남자가 행방불명되었다." 그리고 첫번째 이야기의 마지막 문장. "이렇게 하여 아무도 그가 실종된 진정한 이유를 모르는 채 7년이 지나, 민법 제30조에 의해 끝내 사망으로 인정되고 말았다." 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이 제1장 첫번째 이야기, 9페이지에서 11페이지에 걸쳐 짧게 요약되어있다. 아니, 나는 그렇다고 본다. 실종된 '진정한' 이유는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에도 나는 잘 모르겠다. 어렴풋이 알 것 같지만, 를 읽지 않은 누군가가 그래, 7년이 지나게 그 남자가 실종된 '진정한' 이유란 뭐요? 라고 묻는다면, 나는 글쎄요, 라고밖에 대답할 수 없을 것만 같다. 제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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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의 두 권의 소설집서재를쌓다 2008. 7. 12. 22:51
네이버 검색창에 '김연수'라고 치면 오른쪽 연관검색어에 김중혁, 박민규, 김현수, 미스코리아(미스코리아 김연수가 있는 모양이지?)가 뜬다. '김중혁'이라고 치면 간단하게 딱 한 사람과 연관된다. 김연수. (문태준 시인은 연관검색이 아예 없구나) 그러니까 김연수와 김중혁은 연관검색의 관계. 김중혁 작가의 과 를 읽었다. 역시 김천. 1970년의(1971년까지, 김중혁 작가는 71년생이니깐) 김천에는 어떤 문학적 태동의 기운이 넘실거렸던 게 틀림없다. 얼마 전, 문태준 시인의 '가재미'를 읽고 마음이 먹먹해져 검색창에 문태준만 다섯 번 쳐대며 그의 인터뷰 기사들을 읽었다. '자동피아노'를 시작으로 '펭귄뉴스'까지 김중혁 작가를 만난 동안에 느낀 점이란 이런 거다. 한 문장만 쓸 수 있는 작가의 말이 있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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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 - 나의 타임리프서재를쌓다 2008. 7. 7. 19:49
열네 살 1 다니구치 지로 지음/샘터사 꽃이 지기 전 열네 살의 몸으로 돌아간 의 2권, 127페이지에는 내가 이 책을 보면서 제일 좋아한 그림이 있다. 48살에 일과 일상에 지친 중년의 남자가 어느 날 잘못 탄 기차를 타고 돌아간 열네 살이라는 역. 그 역에 발을 내딛는 순간, 48살의 술과 스트레스에 찌든 지친 몸의 주인공 나카하라는 14살의 가볍고 젊고 부드러운 몸이 된다. 타임리프. 열넷의 몸은 어색하고, 지금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젊은 모습도 낯설고, 어느 날 실종되어버린 아버지의 변함없는 모습에 눈물이 핑 도는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시간 이동. 그리고 127페이지. 어느새 열넷, 싱그런 자신의 몸에 익숙해진 나카하라가 한 여름의 바다에 뛰어들어 흥분한 몸을 식히고, 바다 위에 둥둥 몸을 띄워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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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불러 터져도 좋을 행복한 만찬서재를쌓다 2008. 7. 6. 03:25
행복한 만찬 공선옥 지음/달 사실 저는 아무 것도 한 게 없어요. 공선옥 작가가 다 차려놓은 행복한 밥상에 숟가락 하나 들고 열심히 떠 먹은 것밖에, 라며 배를 두드리기라도 해야할 것만 같은 이 기분 좋은 포만감. 공선옥 작가의 행복한 산문집을 읽었다. 읽는 내내 나는 따땃한 아랫목에 자리잡고 앉아 작가의 흙내나는 밥상을 염치없게 내어주는대로 받아 맛나게 먹었다. 됐다고, 배부르다고, 이제 더이상 못 먹겠노라고 손사래 치는 일 없이 나는 그녀가 내어주는 음식을 그릇소리가 나도록 싹싹 긁어가며 맛나게 비웠다. 그러면 그녀는 마침 생각났다는 듯이 아, 이것도 있다며 구수한 냄새 그득한 오래된 부엌으로 달려가 금세 무치고 부쳐 땅내 고스란히 담긴 음식을 뚝딱 만들어왔다. 그녀의 음식들은 값비싼 재료로 만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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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 국도 - 2000년의 너와 마주하는 일서재를쌓다 2008. 7. 1. 11:40
7번 국도 김연수 지음/문학동네 까지 마쳤다. 속 나와 재현이 포항에서 속초까지 7번 국도를 거슬러 올라갔듯이 나도 김연수의 책들을 거슬러 읽었다. 절판된 과 는 조금 멀리 떨어진 도서관까지 땡볕에 걸어가 빌려왔다. 처음 가는 길이라 무작정 버스 노선을 따라 걸어 빙 둘러가 도착해보니 늘 가던 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았던 곳이었다. 바보같이. '2001년 문학 활성화를 위해 문예진흥원이 뽑은 좋은책'이란 동그란 스티커가 붙여져 있는 를 펼치니 놀랍도록 어린 김연수가 불테안경에 주황색 스웨터를 입은 채 이 보다 더 활짝 웃을 순 없다는 듯 아주 방긋 웃고 있었다. 초판의 인쇄가 1997년 11월 17일. 그러니 그는 1997년의 김연수. 무려 십여년 전. 김연수를 거슬러 읽으며 감탄했던 책은 과 . 설레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