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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아와 라떼모퉁이다방 2020. 3. 21. 10:43
매번 혼자 남겨지는 사람에게 마음이 쓰였다. 고등학교 때는 혼자 있는 아빠에게 그랬고, 최근에는 동생에게 그랬다. 대학교 때 나도 혼자였는데 그건 괜찮았다. 지난 주에는 치과 때문에 하루 연차를 냈다. 남편이 동생집이 치과와 가까우니 하루 자고 바로 가면 어떻겠냐고 그래서 그러겠다고 했다. (그는 내 아침 출근길 지하철 역까지 운전을 안해도 되는 것이다! 역시나 술약속을 잡았더라!) 마침 그날 휴가자가 많아 야근을 했고 동생집에 느즈막히 도착했다. 지하철 역에서 나오자 통닭을 파는 트럭이 보였다. 나는 세상의 모든 전기구이 통닭트럭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데 지금까지 최고는 응암역 길 건너에 있던 할아버지 통닭이다. 아주 바삭하고 아주 부드럽고. 포장해주실 때도 세심하게 까만봉지를 묶어 꽉 조여주신다. 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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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통모퉁이다방 2020. 3. 4. 23:30
주말부터 왼쪽 이가 욱신거렸다. 낮에는 아무 이상도 없는데, 밤에 자다가 너무 아파 깨곤 했다. 치아 상태가 엉망일 때가 있었는데, 그때도 이런 치통을 느낀 적은 없어서 주말 내내 불안했다. 다니는 치과에 전화를 했는데 화요일 야간진료 예약이 꽉 찼다고 했다. 아파서 잠을 못 잔다고 하니 와보란다. 얼마나 아픈가, 온도에 따라 통증이 있는가, 음식을 씹을 때도 아픈가 등등의 질문이 이어지고 결국 정확하게 보기 위해서 씨티를 찍었다. 왼쪽 윗쪽 사랑니 앞의 이가 이상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뿌리에 염증이 생기기 시작한 것 같다고. 아무래도 신경치료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흑- 치아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게 또 후회된다. 정말이지 치아가 튼튼한 것은 복이다. 큰 복- 평일 오전에만 가능하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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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바다여행을가다 2020. 3. 3. 18:58
지난해 시월에는 태안을, 십일월에는 주문진을 다녀왔다. 여럿이서 갔다. 나의 교우관계는 늘 나의 지인들, 조금 더 넓히면 친구의 지인들까지였는데 이제 남편의 친구들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남편과 내가 다른 사람이듯 내 친구들과 그의 친구들 역시 무척 다른 사람들인지라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만남의 횟수가 늘어나면서 조금씩 친숙해지고 있다. 어떤 조심의 끈은 놓지 않으려고 하고 있고. 관계란 좋지만 어려운 것이기도 하니까. 실컷 보지는 못했지만 두 군데 다 바다가 있었다. 서해와 동해. 올 상반기에 어딘가 놀러 갈 수 있을까. 주변 사람들의 장거리 항공권 예약취소가 이어지고 있다. 오랜 고민 끝에 날짜를 정하고 돈을 지불한 건데. 집순이라 집에 있는 게 좋지만, 강제적인 거라 답답하기도 하다. 사진들을 돌이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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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모퉁이다방 2020. 3. 2. 22:07
남기고 싶은 것들이 많았는데, 아무 것도 쓰지 못한 채 삼월이 왔네. 어느 날, 출근길인가 퇴근길에 가산디지털단지역 지하철 문이 열렸는데 순간 깨달았다. 이 역이 연애시절 남편네 동네에 왔다 돌아가는 길에 어쩔 수 없이 정차했던 역이었다는 걸. 주말 오전의 열차는 가산디지털단지에서 멈췄다. 이곳까지만 운영하는 열차라고 했다. 곧 기다리면 또다른 열차가 올 거라고. 그 열차는 멀리까지 갈 거라고 했다. 날씨가 흐렸다. 역사 바깥인지 안인지 그 경계선 즈음에 커다란 벚꽃나무가 있었다.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사람들이 모두 그 벚꽃을 찍어댔다. 흐렸는데도 가득했던 벚꽃 때문인지 환하게 느껴졌다. 이제는 매일 지나는 역인데도 핸드폰을 보느라 잠을 자느라 그 흐린 봄날의 기억을 잊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핸드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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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to 7극장에가다 2020. 2. 13. 22:33
어느 주말에 이라는 영화를 봤다. 영화소개 프로그램 중 SBS를 제일 좋아하는데, 영화 제목을 제일 마지막에 공개하는 '이 영화 제목이 뭐지?', 흥행하지 못한 명작을 소개하는 '미안하다 몰라봐서' 코너가 있기 때문에. '미안하다 몰라봐서' 코너에 소개된 영화였을 거다.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시간을 보내는 불륜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영화의 배경이 되는 뉴욕이 근사해서 혹시 있을까 하고 왓챠를 찾아봤다. 있었다. 한낮에 소파에 누워 혼자 봤다. 얼마 전 친구는 뉴욕을 짧은 기간 여행했는데, 그곳의 공원들이 기억에 남았단다. 도심 곳곳에 있었던 공원들. 여름 즈음에 갔다면 분명 초록초록했을 거라고. 그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영화에 친구가 보았다던 뉴욕의 공원이 나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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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2모퉁이다방 2020. 2. 5. 22:20
주례를 대신한 아버님의 말씀이 시작되고서야 알았다. 그날이 2020년 2월 2일이었다는 걸. 2를 살짝 돌리면 하트가 되는 예쁜 날 우리 아이들이 결혼을 하게 되었다고 아버님이 말씀하셨다. 은경이는 2월 2일에 결혼을 했다. 8월의 결혼식에 예의 그 발랄함으로 폴랑폴랑 뛰어와 언니 혼자 오기 그래서 남자친구와 같이 왔어요, 라고 해서 나를 놀래켰는데 그 뒤 6개월이 되기 전에 결혼식을 올렸다. 그 날 은경이 아버님은 단상에 올라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누구의 아내, 누구의 사위, 누구의 며느리, 누구의 남편으로 살지 말고 본인의 이름 그대로 살라는 것이었다. 그 이름들은 부모님들이 몇 달 며칠을 고심해서 지은 소중한 이름들이라고. 그러니 그 이름으로 불리면서 살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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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영화처럼기억의기억 2020. 1. 15. 14:41
두 교황. 5 to 7. 영주.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히트맨. 벌새. 컨테이젼. 작은 아씨들. 청년경찰. 남산의 부장들. 천문. 해치지 않아. 포드 vs 페라리. 히트.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 더 원 아이 러브. 인비저블맨. 조디악. 그날, 바다. 썸원 그레이트. - 미스 함무라비. -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 P.S. 여전히 널 사랑해 빅 리틀 라이즈 시즌 1. 빅 리틀 라이즈 시즌 2. 인스턴트 패밀리.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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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모퉁이다방 2020. 1. 5. 17:40
S씨는 남편이 내게 처음으로 소개해준 친구다. 팀장님 부부와 S씨 부부와 여섯이서 연애 초반에 만났더랬다. 그 날 S씨는 남편이 드디어 결혼을 할 수 있게 되었다며 기분이 너무 좋다고 자기가 결혼식에서 축가를 꼭 부르겠다며 방방 뛰었더랬다. 그때 결혼생각도 없었지만 만일 결혼식을 한다고 해도 축가로 S씨는 안되겠다고 노래방에서 생각했다. 그 뒤에는 내 생일에 만났다. 회사에서 몇달동안 안 풀리던 업무가 극적으로 해결된 밤이라고 했다. 남편네 동네에서 둘이서 한잔 하고 있는데 미안하지만 너무 기분이 좋아서 올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함께 이 기쁨을 나눠야 한다고 했다. 후배와 둘이 와서 결국 노래방까지 갔는데 그날의 S씨는 얌전했다. 남편 말이 술이 덜 취해서 그런 거라고 했다. 그 뒤 결혼을 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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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독티비를보다 2020. 1. 3. 10:36
금요일 밤이니 한 잔 해야했다. 간만에 의왕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후기가 좋아 찜해두었던 시장 안 통닭집에 갔다. 오래 장사를 했다는 평에 비해 인테리어가 세련되어서 주문하고서 맛을 의심했었다. 일단 생맥 맛은 합격. 혼자서 일을 하는 직원도 친절하진 않지만, 불친절하지도 않았다. 서비스 과자 맛도 좋았다. 통닭은 반반을 시켰는데 후라이드에서 카레맛이 은근하게 났다. 좋아하는 광화문의 통닭집도 반죽에 카레가루를 쓰는데. 의왕역의 이곳도 맛이 괜찮았다. 오백 두 잔을 신나게 마시고 통닭이 조금 남아 포장해달라고 했다. 그러고도 그냥 들어가기 아쉬워 뜨끈뜨끈한 오뎅탕을 먹을 참으로 근처 이자카야에 갔다. 옆 테이블이 무척 시끄러워서 괜히 왔다 싶었는데, 기본 안주가 줄줄이 나왔다. 괜찮은 거 같다 싶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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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서재쌓기기억의기억 2020. 1. 3. 09:36
여행할 땐, 책. 빙하 맛의 사과. 지구에서 한아뿐. 빛의 과거. 우리만 아는 농담. 디디의 우산.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 아무튼 떡볶이. 조금 괴로운 당신에게 식물을 추천합니다. 평일도 인생이니까. 아무튼 메모. - 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피. 아무튼 여름.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말하기를 말하다.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여름의 빌라. 붕대감기. 서울 아가씨 화이팅. 치즈 : 치즈 맛이 나니까 치즈 맛이 난다고 했을 뿐인데. 오래 준비해온 대답. 조금 긴 추신을 써야겠습니다. 시선으로부터, 40일간의 남미 일주. 시와 산책. 괜찮지 않을까, 우리가 함께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