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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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도전모퉁이다방 2022. 6. 30. 15:02
아빠와 영상통화를 하다 끊으려고 하면 아빠는 지안이에게 항상 그러신다. "지안아, 엄마랑 놀고 있어라. 난중에 또 통화하자-" 어느 날은 지안이가 내게 와 노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시더니 그러신다. "어릴 때 저렇게 사랑받은 기억이 있어야 하는데. 지안이는 참 좋겠다. 엄마아빠가 저렇게 사랑해줘서-" 아빠에게는 그런 기억이 없단다. 아빠는 어릴 적부터 가족과 떨어져 부산 작은 아버지 댁에서 학교를 다니셨다. 할아버지는 엄하셨고 할머니는 다정한 사람이 아니었다. 늙은 아빠는 어린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말씀하신다. 참 외로웠다고. 나의 어린 시절도 외롭긴 매한가지였는데 그래도 내게는 아빠의 사과가 있었다. 아빠는 어떤 경우에든 자신이 잘못을 했을 때엔 사과를 하셨다. 아직도 생생한, 정말 마음이 아팠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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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발진서재를쌓다 2022. 6. 23. 12:02
아이가 어린이집에 갔다. 금요일부터 가지 못했으니 금, 월, 화, 수. 주말 이틀을 제외하면 4일을 단 둘이서 낮시간을 보냈다. 금요일은 다음 날이 주말이니 괜찮다 했고, 월요일에는 아이가 열이 다시 오를까 전전긍긍했다. 두 번째 낮잠은 내가 쓰러질 것 같아 부러 재웠다. 화요일은 내일은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힘이 났고, 수요일에는 아침잠을 너무 오래 자서 아무래도 오늘도 안되겠구나 했다. 힘이 많이 들 줄 알았는데 그래도 나름 괜찮았다. 아이 컨디션이 괜찮아 많이 보채지 않았다. 주말에는 셋 다 힘들었다. 아이 열이 39도를 넘었고 밤에 자주 깨서 울었다. 생전 처음 이렇게 몸이 아픈거니 많이 놀랬을 거다. 열이 계속 오르니 힘도 없고 입맛도 없고. 그래도 잘 지나갔다. 금요일에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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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극장에가다 2022. 6. 15. 13:44
(결말에 대한 내용이 있어요) 평이 그리 좋지 않던데, 나는 꽤 울었다. 결말이 좋았다. 꿈 같은 결말이었다. 아이를 위해 모두가 힘을 합치고 마음을 쓰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정확히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지만 아이를 키우는데 필요한 사람이 부모만은 아니라는 걸 1년 동안 아이를 키워보니 확실히 알겠다. 부모의 노력과 힘과 마음 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여러 이모삼촌도 필요하고 여러 할머니할아버지도 필요하고 여러 선생님도 필요하고 여러 친구도 필요하고 여러 언니누나동생도 필요하다. 어린이집을 보내고 노심초사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의 나는 그곳에서 아이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온다고 믿는다. 매번 그렇지 않을 수 있겠지만 많은 시간 그럴 거라고 믿는다. 매일 등원 때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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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모퉁이다방 2022. 6. 9. 22:24
친구가 그랬다. 돌 즈음부터 무척 행복했던 것 같다고. 그 전까지는 육아가 참 고되었는데 돌이 지나면서부터 아이가 너무너무 예뻐지더라고. 너도 그럴 거라고. 아직 걷지는 못하는데 다리 힘이 꽤 생겼다. 어린이집에서는 곧 걸을 것 같다며 매일매일 걷기 연습을 한다는데 집에서는 그냥 놀게 둔다. 어제는 미끄럼틀을 혼자 힘으로 탔다. 계단이 두 개 있는 낮은 미끄럼틀이긴 한데 한번 타니 계속 탄다. 기특한 녀석- 요새 많이 웃고 짜증도 곧잘 낸다. 책을 끊임없이 읽어달라고 하는데 자기가 좋아하는 페이지를 찾아 그 부분만 읽어달라고 한다. 여전히 공놀이를 좋아하고. 남편은 새로운 장난감을 당근 거래를 해서 들여오곤 한다. 요즘 아이는 여덟시 부근에 잔다. 시간이 얼추 되면 얼굴을 씻기고 로션을 바르고 밤기저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