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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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서재를쌓다 2021. 1. 30. 06:53
철분제를 챙겨먹기 시작하면서 변비가 오는 것 같아 푸룬주스를 주문했다. 유산균을 꼬박꼬박 챙겨먹는 데도 그런다. 아침에 미지근한 물을 마시면 좋다고 해서 방금 차를 만들었다. 주전자에 물을 채우고 팔팔 끓였다. 좋아하는 푸른색 잔에 도라지차 티백을 넣었다. 어제는 책이 왔다. 밤에는 좋아하는 도 보지 못하고 꾸벅꾸벅 졸다 잠들었다. 새벽에 화장실 가고 싶어 깼더니 남편이 틀어놓은 재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얼른 다시 잤다. 오늘은 토요일인데도 일찍 깼고 21주차가 되었다. 병원에 가 정밀초음파를 하는 날이다. 손가락 발가락이 열개씩 다 있는지, 장기들이 정상적으로 있는지 확인해본다고 한다. 살이 제법 붙은 얼굴을 볼 수 있을까 기대 중이다. 맘카페에 보면 아빠들이 동화책으로 태담도 한다고 하길래 어제 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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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극장에가다 2021. 1. 27. 21:38
조제를 봤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조제가 되었다. 한때 조제를 좋아해서 매년 극장으로 그녀를 만나러 갈 때도 있었는데. 한국의 조제는 나쁘진 않았지만 너무 아름다운 순간들만을 모아놓아서 일본의 조제보다 현실감이 덜했다. 일본의 조제는 마지막에 사토시가 도로변에서 엉엉 울어버리는 순간이 오기까지 충분히 이해될 만한 그들의 시간들이 있었다. 그래서 함께 펑펑 울 수 있었다. 남주혁의 눈물은 몰입이 잘 되지 않았다. 그냥 예쁜 울음이었다. 한국의 조제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일본의 조제에서는 없었던 장면이다. 할머니와 함께 마당이 있는 작은 집에서 꽁꽁 숨어 지내던 다리가 불편한 조제에게 어느 날 남주혁이 나타난다. 밥을 해주니 스팸을 가져오고 또 밥을 해주니 공짜로 집을 편하게 고칠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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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떡볶이서재를쌓다 2021. 1. 23. 13:00
목요일 밤이었다. 열시 반부터 가 방영된다고 했다. 가습기 물을 가득 채우고 안방 전등을 끄고 침대 스탠드를 켰다.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핸드폰을 하는 둥 영화를 보는 둥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십 년도 더 된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아찔했다. 만약 그때 잘못되었더라면 지금의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 당시에는 달달한 기억이었고 그후로도 얼마동안 그렇게 생각했지만 다른 상황으로 갔으면 아주 위험한 상황이었던 거다. 불현듯 떠오른 기억에 소름이 끼쳤다. 다행이었어, 생각했다. 생각에 생각을 이어가다 보니 젊은 시절 비슷한 일들이 꽤 있었다. 뭐가 그리 급했을까, 뭐가 그리 안달이 났을까, 뭐가 그리 세상이 무너지는 일이었을까 싶었다. 이십 년이 지난 후 지금을 생각하면 그때도 그러려나. 요조의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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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지 않을까, 우리가 함께라면서재를쌓다 2021. 1. 20. 21:40
인디언의 전래동화에 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너무 어릴 때 읽었던 책이라 출처가 확실히 기억나지 않을 뿐더러 실제로 그런 대목이 있었는지도 의심스럽지만, 내 마음속에 분명히 남은 문장이 있다. 그것은 바로, "행복한 일을 말하고 다니면 공기 중의 귀신이 질투를 한다"라는 말이었다. 이상하게도 그 말은 나에게 큰 영향을 줬다. 어쩌면 경상도 출신인 어머니의 영향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좋은 일은 티 내지 않고 혼자만 알고 있어야 복이 달아나지 않는다고 믿었다. 그런 제가 강아지와 동거인과 함께하는 행복에 대한 글을 쓰게 되었다니 스스로도 어색해서 견딜 수가 없지만, 솔직하게 한번 써내려가보록 하겠습니다. - 인디언의 속담, 8-9쪽 내가 아는 오지은씨는 무척이나 솔직한 사람. 이 들어가는 글을 읽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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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모퉁이다방 2021. 1. 17. 18:12
퇴원을 하자마자 안방 침대 위치를 옮겼다. 침대 양옆에 작은 사이드 테이블이 있는 구조였는데 한쪽을 분리하고 침대를 벽쪽으로 붙였다. 남편은 자면서 온갖 몸부림을 치는 내가 침대에서 떨어질까 정말 불안하단다. 침대에서 떨어진 건 주문진으로 놀러가 만취했던 그 날 딱 한 번 뿐이었지만, 지금은 떨어지면 정말 큰일나니까 침대를 옮기자고 했다. 당연하게도 내 자리는 벽쪽이다. 벽 아래 두 개짜리 멀티탭을 두고 하나는 핸드폰 충전기, 하나는 집게 스탠드를 꽂아 두었다. 요즘은 배 때문에 옆으로 돌아눕는 게 편해 벽쪽으로 빵빵한 베개 하나를 두고 두 발을 휘감고 잔다. 이번주에는 배 한쪽이 단단하게 튀어나오는 증상이 있어 깜짝 놀랐는데, 찾아보고 물어보니 배뭉침이라고 한다. 처음 겪는 증상이라 이상이 있는건가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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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몸의 시간서재를쌓다 2021. 1. 7. 20:27
2020년 2월 27일 출간이니, 봄이 오고 있을 즈음 친구에게 선물해줬던 책이다. 책의 앞부분에 작가님의 사인이 '2020. 봄'이라고 적혀있다. 친구의 소설 선생님이고 임신했을 때의 이야기라고 해서 읽어보지도 않고 선물했다. 그러다 임신을 하고 무얼 읽을까 찾아보다가 이 책 생각이 났다. 친구는 당시 술술 잘 읽힌다는 후기를 전했다.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적당한 때에 주문하려고 했는데 내 장바구니를 본 친구가 사지 말라고 했다. 안 그래도 주려고 했다고. 코로나로 만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새해를 앞둔 어느 날 친구의 깜짝 택배가 도착했다. 택배를 풀어보니 하얀색 스벅 다이어리와 책, 다정한 엽서가 있었다. 친구는 이렇게 썼다. "임신 기간이 너에게 어떤 시간이 될런지 궁금하다. 나는 그때는 몰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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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모퉁이다방 2021. 1. 6. 13:40
새해는 병원이었다. 1월 1일 밤, 갑자기 피가 왈칵 쏟아졌다. 말 그대로 왈칵. 연휴라고 동생이 와서 남편이랑 셋이 알찜을 포장해와 먹고 있었다. 화장실로 가는 그 짧은 순간에 몇번이나 기도했다. 제발, 제발, 제발. 흥건한 피였다. 덩어리도 나왔고 피가 계속 쏟아졌다. 동생과 남편이 달려왔고 나는 잘못된 것 같아, 어떡해를 연발했다. 남편이 119를 부르겠다고 했다. 동생은 언니 괜찮을 거야 괜찮을 거야, 라고 토닥여줬는데 얼굴에 겁이 가득했다. 초기에도 한번 피가 난 적이 있었다. 새벽에 일어나 화장실을 갔는데 빨간 피가 묻어나왔다. 소량이라도 빨간 피는 좋지 않다고 했는데. 그 날도 나는 남편에게 잘못된 것 같아를 연발했고 남편은 응급실에 가보자고 했다. 팀장님께 연락하고 응급실에 갔다. 간호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