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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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사는 게 전부가 아닌 날도 있어서서재를쌓다 2019. 10. 23. 17:39
7월이었다. 종로에 반지를 보러 가는 날이었는데, 일찍 도착했다.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 카페 뎀셀브즈에 갔다. 아주 예전엔 종로에 오면 영화를 보고 밥을 먹고 커피를 마셨었는데. 맥주도 한 잔 하고. 스폰지하우스가 있고, 이런저런 작은 영화들을 볼 수 있었던 아주 예전에. 카페 뎀셀브즈에 가면 언제나 그 시절 생각이 난다. 그립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기도 하고. 내가 첫 손님인 듯 했다. 매장에 직원들만 있었다. 출출해서 샌드위치를 먹어볼까 케잌을 한조각 먹어볼까 고민하다 그냥 커피만 시켰다. 곧 점심을 먹을 거니까. 차가운 커피가 담긴 쟁반을 받아들고 2층으로 가 아무도 없는 넓은 홀의 구석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다시 읽기 시작한 책. 처음에 잘 읽히다가 중간쯤 진도가 나가지 않자 덮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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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터모퉁이다방 2019. 10. 23. 00:39
오늘은 커피필터를 사야했다. 주말에 필터가 떨어져 월요일과 화요일 커피를 못 내리고 출근을 했다. Y씨가 셔틀 안에서 저녁 먹고 갈래요? 라고 해서 그러자고 했다. 우리는 오랜만에 합정 안쪽 골목길로 들어갔다. Y씨가 감바스를 먹고 싶다고 해서 감바스와 문어머리 튀김을 시켰다. 감바스는 무척 맛났지만, 살이 많이 찔 것 같았다. 새우와 야채를 다 먹은 뒤에 스파게티 면을 추가해서 먹었다. 맥주도 두 잔 마셨다. 살이 더 찔 것 같았다. 8시 반쯤에 시계를 보고 9시쯤 일어서면 되겠다 생각했는데, 시계를 보니 9시 반이었다. 읔. 내일은 꼭 커피를 내려 마셔야 하므로 합정에 있는 다이소에 들렀다. 올해 안에는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넉넉하게 샀다. 올해가 벌써 두달 밖에 남지 않았다. 아침 일찍 뜨끈뜨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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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모퉁이다방 2019. 10. 14. 22:05
욕심이 쌓이고 쌓이기만 한다는 이유로 요즘 명상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동생이 어느 날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 "책 읽는 것도 명상 같아. 집중해서 그 안에 있잖아. 좋은 책이 내가 가고 싶은 마음상태나 모습으로 가게 해주는 거 아닐까." 동생에게 명상을 알려주시는 분이 그러셨단다. 명상이란 내가 되고 싶은 나를 상상하고 그려보고 그 안에 머무르는 거라고. 욕심을 버리고 싶으면 욕심을 버리는 내가 되는 것이다. 눈을 감고 차를 마시고 생각을 비워가면서. 동생이 저 메시지를 보낸 뒤로부터 지하철에서 책을 읽을 때마다 내가 명상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하루키 소설의 주인공이 되어 땅 밑으로 들어가 모험을 하기도 하고, 사고를 당해 죽어가는 아내를 둔 남편이 되어 하와이의 일상을 살아보기도 한다. 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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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티비를보다 2019. 10. 10. 22:17
월요일과 수요일, 금요일에는 거의 옆사람이 먼저 퇴근해 있고, 내가 여덟시 즈음에 집에 도착한다. 살이 찌고 있는 심각성을 깨닫고 있지만 그래도 아쉬워 뭔가 간단하게 하거나 시켜서 먹는다. 저녁에는 항상 티비 앞에 상을 펴놓고 나란히 앉아 먹는다. 한글날을 앞둔 화요일 밤, 그러니까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공휴일을 앞둔 아주아주 신나는 밤에 멕시카나에 치킨을 시켰다. 후라이드 반, 양념 반. 맥주를 시키지 않았다고 해서 말이 되냐고 다시 전화를 하라고 했다. 멕시카나 주인분이 말씀하시길, 뜨근뜨근한 치킨과 함께 배달하면 미지근해져서 그런지 맛이 없다는 항의가 많이 들어와 이제 맥주는 배달하지 않는단다. 아쉽지만 냉장고에 친구가 주고 간 맥주가 있으니까. 따끈따끈한 치킨에 각자의 맥주와 소주를 따라놓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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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셋여행을가다 2019. 10. 1. 22:32
하와이에 있는 동안 이틀을 제외하고 매일 일몰을 봤다. 이틀은 쇼핑하느라 정신이 팔려 있었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나와서, 차 안에서, 요트 위에서, 투어 아저씨가 추천해 준 식당에서, 말로만 듣던 와이키키 해변에서. 그렇게 매일매일 보는데도 질리지가 않았다. 아름답고 아름다웠다. 일출을 보러 에베레스트 다음으로 높다는 산에도 올라갔지만, 해가 뜨는 건 한 순간이었다. 뜬다뜬다 하다 짠-하고 뜨고 나면 끝이었다. 순식간에 환해지고, 보이지 않던 많은 것들이 한순간에 보였다. 해가 지는 건 달랐다. 나 진다진다 하다 뚝-하고 사라져버리는 게 아니었다. 나 간다간다, 가고 있다고, 그런데 진짜 가도 되겠어? 아쉽지 않겠어? 좀 더 보라고, 얼마나 보고싶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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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모퉁이다방 2019. 10. 1. 17:02
출근 준비를 하면서 뉴스를 틀어놓았는데, 우리나라 노년층이 다른나라에 비해 주변에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가까운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현저하게 적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삼십대 때는 무척 많은데, 노년이 되면서 현저하게 줄어든다는 거다. 그 원인으로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과 단지 생존만을 위한 경제활동을 하는 것, 아니, 할 수밖에 없는 것, 한국형 전통 가족형태는 이미 붕괴되었는데 아직도 가족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못하는 것 등이 있었다. 역까지 가는 차 안에서 뉴스의 내용을 간략하게 이야기했더니, 옆 사람이 말했다. 젊었을 때 그렇게 뼈 빠지도록 일했는데 왜 그렇게 되는 걸까. 뉴스에 대한 반응이기도 했고, 부모님과 우리 미래에 대한 걱정이기도 했다. 합정역에 작은 휴게공간이 있는데, 아침 8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