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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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뒤모퉁이다방 2019. 6. 25. 21:56
작년 팔월에는 울릉도를 여행했었다. 아침 일찍 강릉에서 출발해 세 시간 가까이 배를 타고 울릉도에 도착했다. 걱정했던 멀미는 없었다. 도착하는 순간부터 비현실적인 쨍-한 느낌이 있었다. 하늘은 새파랬고, 나무들은 짙은 녹색 그대로, 해도 짱짱했다. 무더웠는데, 어디선가 바람이 불면 땀이 한순간 훅-하고 식었다. 바다색깔은 말할 것도 없었다. 섬 자체가 원시적인 느낌이었다. 울릉도에서 하룻밤만 잘 계획이었다. 첫째 날은 해안도로를 한바퀴 돌기로 했다. 섬을 완전히 연결해 줄 마지막 구간의 도로가 공사중이라고 했다. 그래서 끝까지 갔다 다시 돌아오는 수밖에 없었다. 해물이 잔뜩 나오는 짬뽕을 먹고 나와 커다란 지도를 보고 있는데, 주차비를 정산해주던 아저씨가 어떤 코스로 돌거냐고 물어봤다. 그냥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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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서재를쌓다 2019. 6. 17. 22:30
에피소드로 가득한 바르셀로나의 나홀로 놀이동산 체험기를 페이퍼로 써갈 생각이었다. 제목이 인 줄 알면서도 나는 이 책에 김영하의 여행체험담이 가득할 거라고 생각을 했더랬다. '추방과 멀미'에는 기대했던 에피소드가 있었다. 중국비자가 필요한 줄 모르고 출국을 한 뒤 바로 추방당한 작가의 생생한 경험담. 이런 에피소드가 그득하면 를 절로 알게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무튼 여행담이 적어 아쉬웠다. 오월의 시옷의 책은 내가 선정했는데, 제일 큰 목표는 많은 사람들이 읽어오기. 독서모임이면서 그동안 안 읽은 책들이 많았다. 얇고 잘 읽힐 것 같아서 선정했는데, 잘 읽히지 않았다는 의견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읽은 이가 과반수 이상. 일단의 성공. 김영하 작가가 에 나와 여행에 대해 나누는 이야기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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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치집모퉁이다방 2019. 6. 15. 08:26
요즘 동생은 집 계약 문제로 고민이 많다. 세상 일이라는 건 정말 쉬운 게 하나도 없구나. 퇴근길에 합정역에서 6호선을 타려는데, 상암에서 축구 하는 날이라 사람이 정말 미어터지게 많았다. 그 와중에 누가 잘못 건드린 건지 화재경보기도 울렸다. 이렇게는 도저히 못 타고 갈 것 같아 역을 빠져나왔다. 하늘과 바람이 무척 좋은 날이었다. 그야말로 완벽한 초여름 날씨. 고민 많은 동생(답답할 땐 수다와 걷는 것이 최고다)과 6호선을 타지 못한 나(그 날의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다는)는 마포구청역에서 만나 함께 걷기로 했다. 불광천 길은 올곧아서 옆에서 냄새로 유혹을 하는 고깃집도 없고, 자주 멈춰야 하는 횡단보도도 없다. 그냥 쭉 걷기만 하면 된다. 그 길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걷다가 동생이 집 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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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모퉁이다방 2019. 6. 5. 23:32
유월의 첫째주 토요일에 망원동의 너랑나랑호프에 있었다. 예약은 안된다고 했는데, 8시 즈음에 손님이 나가게 되면 그 테이블을 받지 않고 있을테니 잽싸게 오라고 했다. 그렇게 8시에 테이블에 안착했다. 고민을 거듭하다 갓김치와 파김치가 있는 육전과 국물떡볶이와 오백 다섯 잔을 시켰다. 맛난 맥스 생맥주였고, 김치들은 먹기 좋게 가지런히 잘라 주셨다. 육전은 따끈할 때 먹을 수 있도록 조금씩 나왔다. 길다란 떡이 들어간 떡볶이가 무척 맛있었다. 호프집은 손님들로 꽉 찼고, 맥주를 마시고 있었나, 마시려고 하고 있었나 하는데 늦게 도착한다고 했던 소윤이가 가게 바깥에서부터 케잌에 불을 붙이고 환한 얼굴을 하고서 들어왔다. 마치 짠 것처럼 호프집 사장님이 생일축하음악을 틀어주셨고, 진짜 짠 것이 맞는 맞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