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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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하지 않는 선에서서재를쌓다 2019. 5. 24. 17:28
예전에 어떤 책을 읽고 그 작가의 책을 한 권 빼고 연이어 구입해 읽은 적이 있다. 처음 읽은 책이 무척 좋아서 푹 빠졌었다. 나머지 책들도 나쁘지 않았고, 더 출간되는 책이 없나 기다리게 됐다. S와 이야기를 하다 둘 다 그 첫번째 책을 읽었고,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S는 그 작가의 블로그를 알고 있었는데, 오래전에 정치적인 견해가 달라 친구목록에서 지웠다고 했다. 내가 블로그가 궁금하다고 하니 추적에 추적을 거듭해서 찾아줬다. 나는 몇달정도 블로그를 구독하다가 친구목록에서 지웠다. 내가 상상했던 작가와 거리가 있었다. 물질적인 것을 꽤 많이 가지고 있는 분 같았다. 그게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내가 살고 있는 세상과 너무 달랐다. 나는 그런 밥을 그렇게 자주 사먹을 수 없다. 왠지 조그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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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서재를쌓다 2019. 5. 16. 17:55
동생이 이 책을 무척 좋아해 호텔에서 하는 북토크 신청을 했다. 언니와 함께 살고 있어요,로 시작하는 구구절절한 사연을 적었다고 한다. 동생이 먼저 읽고, 다음에 내가 읽고, 그렇게 둘다 읽고 북토크에 갔다. 북토크에 가서 좋았던 점은 책과 인스타로만 보았던 두 작가님의 실물을 직접 보았다는 것. (김하나 작가님은 정말 자그마한 사람이었다) 그 날의 북토크는 책에 있던 에피소드를 한번 더 이야기하는 거여서 좀 아쉬웠다. 어쨌든 북토크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독자의 질문은 "그 아파트는 어디에 있나요?"였다. 동생은 창밖으로 플라타너스 잎이 물결 치는 두 작가님의 망원동 집을 무척 궁금해해 인터넷으로 망원동 아파트를 검색해 볼 정도였다. 그런데 그런 분이 또 계셨다! 김하나 작가님이 "그냥 아파트예요. 어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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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대기모퉁이다방 2019. 5. 14. 22:53
요즘은 늘 스마트폰이다. 지하철 안에서도, 버스 안에서도, 화장실 안에서도, 그 짧은 에스컬레이터 위에서도. 어쩌다 이렇게 중독이 되었을까. 오늘 출근길에 셔틀이 파주에 거의 도착했을 때 스마트폰에서 손을 놓고 밖을 내다 보았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없던 물 웅덩이들이 생겼더라. 논에 물을 대는 시기구나 생각했다. 물이 가득 채워진 논이 참 예뻤다. 물에 하늘이 비치고, 옆의 산도 비치고, 나무도 비치고. 이렇게 멋진 풍경이 많은 계절에 나는 스마트폰만 보고 있구나. 한심하지만 퇴근길에 또 한참을 들여다 보고 있고. 의식적으로 줄여 나가야 겠다. 이렇게 바보가 될 순 없다! 요즘 내게는 여러 소소한 고민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너무 많은 말이다. 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나와 뭐든 너무 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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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숨 쉬게 하는 것들서재를쌓다 2019. 5. 10. 23:47
밖이 보이는 1호선 안이었다. 한창 책에 빠져 있었다. 신도림까지 가야 하는데, 구로까지만 운행한다는 방송이 나왔다. 그러니 다음역인 가산디지털단지에서 내리시라고. 벚꽃이 한창 피어나던 계절이었는데, 날이 흐렸다. 가산에서 내리니 사람들이 모두 한 곳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밀고 있었다. 역사 밖으로 벚꽃나무가 있었는데, 꽃이 흐린 날씨에도 눈이 부셨다. 좋은 책을 읽고 있었는데 좋은 풍경이 나타나니 마구 설레였다. 이 책은 다들 요가가 좋다는데 한번 해볼까 하고 산 책이다. 샀지만 제목이며 표지가 영 끌리지 않아 책장에 그냥 두었는데 어느날 마음이 가서 꺼내 읽기 시작했다. 정유정 작가와 히말라야에도 함께 갔던 김혜나 작가의 책인데,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20대 때에 요가를 알게 되고, 배우게 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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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야채스프모퉁이다방 2019. 5. 10. 17:01
4월의 어느 금요일 밤에 곡예사 언니의 집에 갔다. 우리는 라자냐를 먹고, 통닭을 먹고, 맥주와 까바를 마시면서 다이어트에 대해 이야기했다. 언니는 내게 어떤 글을 보내줬는데, 자신이 몇년 전에 이 방법을 알았더라면 이것대로 했을 거라고 했다. 언니는 몇년 전에 수영으로 시작해 개인 피티로 끝나는 몇달을 보냈는데, 그때 10키로를 뺐다고 했다. 그 글에는 운동없이 한 달에 10키로를 뺄 수 있는 방법이 적혀 있었다. 하얀 것을 먹지 말 것! 하얗게 생긴 것은 물론이거니와 몸 안에 들어가서 하얗게 변하는 것들도. 잡곡도 먹지 말라고 했다. 단 과일도 먹지 말라고 했다. 그러면 도대체 무엇을 먹느냐면 토마토와 아보카도. (-_-) 토마토는 맛이 없어서 싫어했는데, 최근 짭잘이 토마토를 맛보고 어쩌면 토마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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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모퉁이다방 2019. 5. 8. 22:58
아직 추웠고, 잠실이었다. 간만에 셋이 모였다. 가격이 꽤 해서 뭔가 더 시킬 때마다 부담스러웠던 수제맥주집에 있다 근처에 생맥주를 파는 맥주집으로 이동을 했다. 동네의 저렴한 술집을 찾는 거였는데, 거기도 잠실인지라 그렇지는 않았다. 그래도 한결 편안해진 기분으로 안주를 시키고, 맥주를 추가해서 마셨다. 술잔을 기울이며 더듬어 보니 우린 꽤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왔고, 그게 새삼스러웠다. 셋이었을 때 있었던 일들을 떠올렸다. 주로 함께 여행을 간 일. 그 여행길에서 한 헛짓들. 엄청나게 짠 대게를 길 위에서 사고, 맥주가 모잘라 긴긴 밤길을 걷고, 나간 두 사람을 한 사람이 기다렸던 일. 맥주가게 무제한 맥주축제를 기다렸다가 셋이 가서 엄청나게 큰 잔으로 엄청나게 마셔댔던 밤. 내 오랜 친구는 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