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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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때 묻은 나의 부엌서재를쌓다 2019. 1. 24. 22:52
그렇게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었던 25년 전부터 쭉 이 양철 쌀통을 사용해 왔다. 쌀 씻기 바로 전, 소쿠리를 한 손에 들고 쌀통 뚜껑을 비켜 연다. 계량컵을 쌀 안에 푹 찔러 넣고 평평하게 깍아 두 번, 세 번. 그러고 나서 수도꼭지를 비틀어 쌀을 석석 씻는다. 십 년을 하루같이 당연하다는 듯 반복할 수 있었던 건 새삼스럽지만 행복한 일이다. (...) 새 쌀 한 포대를 사 와서 포대를 끌어안고 입을 벌려 쌀을 쌀통에 쏴아 붓는 때가 무척 좋다. 쌀이 양철에 부딪히며 마른 소리를 내면 그 소리가 또 그렇게 좋다. 내 스물다섯 해, 수백 번을 반복해 온 소소한 집안일이지만, 그때마다 내 살림의 대들보를 확인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10-11쪽) 녹은 긴 세월 쇠가 품어 기른 드라마다. 그곳에 하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