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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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적인 것의 사회학서재를쌓다 2018. 12. 5. 22:55
퇴근 길이었나. 약속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던 길이었나. 몇 주 전이었고, 합정역이었다. 망원방향의 전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드문드문 있었는데, 갑자기 울부짖는 소리가 나서 모두들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봤다. 여자분과 남자분이 있었다. 아주머니, 아저씨 보다는 할머니, 할아버지에 가까웠다. 여자분이 어찌보면 술에 취한 것처럼 비틀거리며 남자분의 가슴과 등을 주먹으로 내리치고 있었다.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끊겼다 들렸다 끊겼다 했다. 주위를 의식한 게 아니라 너무 서러워 소리가 끊기는 거였다. 그 순간 남자분의 표정과 소리를 보고 듣지 않았더라면 그냥 여자분이 만취 상태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비틀거리며 울부짖는 여자분을 부축하는 남자의 얼굴에 울음이 섞인 절망이 보였다. 그런 절망의 표정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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툴리극장에가다 2018. 12. 5. 12:24
휴가 첫날. 늦어서 택시를 탔다. 커다란 횡단보도를 건넌 뒤 모범택시 바로 뒤에 오는 개인택시를 잡았다. 자켓 차림에 머리카락을 반듯하게 넘긴 기사님이었다. 목적지를 말했다. 택시 안은 라디오 소리만 들리고 조용했다. 우회전을 했다. 기사님이 입을 여셨는데, 실은 계속 직진을 할 줄 알았다고 했다. 집으로 점심을 먹으러 가던 중이었는데, 그곳에서 택시를 잡길래 직진손님인 줄 알았다고. 뭔가 정중하게 이야기 하셔서 나도 모르게 죄송해요, 라고 말했다. 기사님이 아니예요, 라며 영화 보시러 가시나봐요, 라고 했다. 그리고 잠시 틀어놓은 티비로 예능 프로그램이 나왔고, 한때 이 예능에 출연했던 정치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셨다. 지금도 그 사람을 지지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라고 반문하니, 있지요, 라..